추억으로행복

[스크랩] 내 나이 벌써 이렇다니, 마음이 바쁘다

good해월 2008. 3. 6. 10:01

내 나이가 벌써 이렇다니, 마음이 바쁘다 

 

 전주 한벽당

 

새벽까지 작업을 하다가 문득 곁에 있는 달력을 본다. 달력에는 까만 글씨와 빨간 글씨가 가지런히 제 자리를 찾고 있다. 그런 달력을 보면서, 갑자기 잊고 살았던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렁데 왜 갑자기 나이가 생각이 나는 것일까? 그동안 잊고 살았다고 하면 바보라는 소리일테고, 아마 일부러 생각하기가 싫었다는 것이 맞는 말일테지.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난 참으로 아집스런 세상을 살았다는 생각이다. 60이라는 숫자가 자꾸만 가슴을 억누른다. 세상에 벌써 60이라니. 누군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나도 고집스레 그 말이 맞는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그것은 아직도 할일이 많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당연한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벽 시간, 싸한 공기를 맞으려고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아직은 차기만한 바람이 밀려 들어온다. 번뜩 정신을 차려보니 정말 그랬다. 60이라는 것이 자랑을 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갑자기 숨을 죽여야 할 이유도 못된다. 그렇지만 괜히 마음이 스산해지고, 조급하단 마음이 드는 것을 새벽 찬 바람탓으로 돌리기엔  적당치가 않을듯 하다.

 

 한벽당에서 바라본 전주천 

 

무엇을 이루겠다는 생각을 잊은지가 오래다. 그것은 그만큼 나를 억죄이는 것 같아 싫었다. 딱히 내가 살아있으면서 이것 하나는 꼭 하겠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오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부질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든다. 갑자기 가슴이 뛰고, 무엇인가 �기는 듯 한 기분이다. 속절없는 짓거리라는 것을 알지만 계산을 해본다. 앞으로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안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으려나.

 

스피노자인가는 그렇게 말했단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난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누군가 나에게 내일 일을 물어본다면 난 무엇이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까? 그러고보니 그런 멋진 말 한마디 준비를 해놓지 못하고 살았나보다.  자랑꺼리도 안될 숫자만 높아진 나이. 그것이 이 이른 시간 사람을 이렇게 압박해 올줄이야.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아직도 이 시간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창문으로 밀려 들어오는 노송의 숲 내음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 또 나이를 다시 생각하고 그 숫자의 의미를 알았다는 것이, 다 고마을 뿐이다.

 

 

이제는 정말로 차분히 정리를 해야겠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그 무엇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를 해야 할 듯하다. 앞만 보고 달린다고 했지만,  결국 생각해보면 날마다 그 자리였던 것을.

 

하지만 조급해하지 말아야겠단 생각이다. 애써 그래도 '아직은 마음이 젊다'고 우겨볼 심산이다. 그것은 이루지 못한 것이 아니고, 이룰 것이 더 많다는 생각에서다. 요즈음 그런 숫자 하나에 무슨 의미부여를 하느냐고 핀잔을 주는 분들도 주변에 생겼다. 아무렇지도 않은 그말이, 알고보니 걱정스러워서 였나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참 아둔한 사람이다.

 

오늘 새벽. 내 나이 60에, 이제 또 다른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행복하자. 그리고 그 행복 하나를 붙들고 또 남은 숫자를 찾아가 보자. 아직은 다닐 곳도, 볼 곳도 너무 많지 않은가. 그리고 꼭 이루어야 할 일도 다시 기억을 해보자. 그것만이 내 아이들에게 남겨 줄 유일한 것이란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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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누리의 취재노트
글쓴이 : 온누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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