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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할머니, 올 추석엔 제가 아들 해드릴께요

good해월 2008. 9. 12. 13:04

할머니, 올 추석엔 제가 아들 해드릴께요

8월 추석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의 마음은 벌써부터 고향집으로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명절 중 한가위는 가장 큰 명절이기도 하다. 물론 새해 첫날을 맞이하는 설이 더 크다고 하겠지만, 8월 추석이야 말로 풍성함에서 설보다 더한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추석상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장을 드나들고 있다. 무슨 날만 되면 유난히 바쁜 곳이 절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침 일찍부터 할머니 한 분이 대웅전으로 들어가신다. 늘 있는 일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는데, 아무래도 뒤에서 보니 어깨를 들썩이는 것이 우시는 것 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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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모레가 명절인데 무슨 일일까? 궁금하여 들어가보니 작은 사진 하나를 손에 꼭 붙들고 울고 계시다.

"할머니 왜 우세요? 우리 절에 다니시는 분이세요?"
"아니 절에 안 다녀"
"그런데 웬일로 대웅전에 들어오셔서 울고 계세요?"
"우리 아들 녀석이 올 해는 날 보러 오지 못하기 때문에..."

알고보니 지난 해에 할머니를 보러 온다고 하던 아들이 사고로 고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유일한 혈육이라고 하는데, 아들을 잃고난 후 며느리도 찾아오질 않는단다. 그래서 아들 생각이 나서 마음껏 한풀이라도 하시려고 절을 찾으셨단다. 할 말이 없다. 그 마음이 오죽하실까?

명절인데도 찾아올 수 없는 아들. 소식을 모르면 기다려 보기라도 하련만. 세상을 떠나버렸으니 기다릴 수도 없다. 그 아픔이 얼마나 크겠는가? 남들 잎에 자식을 먼저 보냈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 절로 찾아들었다는 80이 넘으신 어머니의 마음. 어느 누구도 그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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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그 아들 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하질 않는가?

"할머니 올 추석은 어디서 보내세요? 가실때가 없으시면 절에 오세요. 제가 아드님 대신 해드릴께요"
"말은 고맙지만 그래도 아들한테 가보아야지"
"아드님이 어디 계신데요"
"차를 타고 가야지. 동해 저편에 뿌렸으니..."

순간 눈물이 쏟아진다. 아들이 어머니를 찾아오다가 사고가 나 불귀의 객이 되었는데, 그 어머니의 비통함이야 무슨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있을까? 아마 화장을 해 동해 어딘가에 아드님을 뿌렸나보다. 없는 돈이지만 봉투에 5만원을 넣어 드렸다. 가시다가 맛 있는 것이라도 사 드시라고. 사양하시는 것을 경우 가방에 넣어 드렸더니, 몇 번이고 뒤를 돌아다 보시면서 손을 흔드신다.

올 추석에도 많은 사람들이 따듯한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고향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살림이 어려워 집에도 갈 수 없다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직장을 잃어 추석을 밖에서 보내야 할 사람들도 많다. 그러한 이웃을 챙겨주는 작은 마음 하나만 갖고 있어도, 세상은 더 따듯해질 것 같다.
  

출처 : 누리의 취재노트
글쓴이 : 온누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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