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안재환 씨에 이어 최진실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자살 도미노'에 대한 염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탤런트 자살이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며 "최씨나 안씨는 대중적 인기가 높은 유명인이라는 점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이나 우울감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에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요즘과 같은 가을철에는 다른 계절보다 우울증에 빠지기 쉬워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을 우울증은 전체 우울증 환자 가운데 10~20%를 차지한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실제 자살하는 사람 중 80% 이상이 우울증상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자살을 자행한다"며 "최진실 씨도 최근 우울한 증상을 보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러한 일련의 상황이 피해망상에까지 치달았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자살자는 2001년 6900명으로 전체 사망 원인 중 8위를 차지했지만 2005년에는 1만2000명으로 4위에 올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왜 자살을 선택하게 되나
=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마음은 알 수 없다'는 얘기가 있다.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마음속 갈등을 누구에게 털어놓기가 쉽지 않다.
민성길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사람은 살면서 안 그런 척하고 걱정을 감추고 살아가야 할 내용이 많다"며 "감추는 것들이 표현하기 힘든 분노일 확률이 많다"고 말한다. 특히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은 보통사람보다 표현하기 힘들고, 이를 터놓고 대화를 나눌 사람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고민이 쌓이고 쌓여 자살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자살을 하는 또 다른 원인으로 '베르테르 효과'라는 것이 있다. 18세기 말 유럽에서 괴테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극중 주인공 베르테르를 흉내낸 모방자살 수가 급증했다고 한다.
윤세창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인(公人)이 자살한 것 때문에 자살에 대해 친밀감을 갖게 될 위험성이 있고, 자살한 공인의 정서적 경험이나 자살 동기에 대해 동질성을 쉽게 느껴 모방자살과 같은 일이 일어날 위험성도 있다"고 경고한다.
민성길 교수는 "일반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인이 자신과 비슷한 문제로 갈등하고 이로 인해 자살을 하게 되면 자신 또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같은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개인적으로 어려운 점을 누구에게 의논하고 표현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 자살심리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 흔히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직접적 계기로는 갑작스러운 사회ㆍ경제적인 위치 상실 또는 갑작스러운 지위 변동 등으로 인한 공황적인 심리상태, 주체할 수 없는 분노 등이 있다"고 설명한다.
정신질환을 앓지 않았던 사람 가운데 많은 사람이 사업 실패, 실연, 입시 실패와 같이 심리적인 충격에 대처하기 어려울 때 자살을 생각하게 되며 충동적으로 이를 행동에 옮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정서적인 면을 중요시하고 벌어진 상황이나 대인관계를 대처하는 데 정서적 판단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충동적 자살 막으려면
막상 자살하려는 마음을 먹어도 그 순간만 넘기면 금방 평상심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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