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만 양각을 한 특이한 무릉리 마애여래불
바위에 불상을 새길 때는 양각을 하던지 음각을 하던지 전체적으로 같게 표현을 한다. 그런데 머리부분은 양각을 하여 돋을새김을 하였고, 그 남은 부분은 모두 음각을 한 특이한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말은 좌상인데 그 몸체가 유난히 길어 얼핏보면 입상처럼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균형이 전혀 잡혀있지 않은 마애여래좌상이다.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 오대보궁 중 한 곳인 사자산 법흥사 쪽을 찾아가다가 보면, 영월군 수주면 무릉리가 나온다. 앞으로는 주전강이 흐르고 있는 무릉리에는 작은 미륵암이라는 암자가 있다. 이 암자의 뒤로 오르면 작은 정자와 함께, 주천강을 내려다보는 바위 위에 공기돌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 이 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불은 흡사 입상과 같다.
현재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74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이 마애여래좌상은 전체 높이가 3.5m에 이른다. 상체가 유난히 길어 흡사 입상처럼 보이지만, 아랫부분을 들여다보면 결가부좌를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더욱 특이한 것은 머리부분과 오른쪽 팔은 양각이 되어 있으나, 그 나머지 부분은 선각으로 음각하여 표현을 하였다.
얼굴은 타원형으로 양감이 풍부하다. 머리는 소발로 육계가 있으며, 귀는 길게 늘어져 어깨에 닿을 정도다. 상체가 유난히 길고, 결과부좌를 한 무릅도 상당히 넓게 표현을 하였다. 두 손은 가슴에 표현을 하였는데 오른편 손은 자연스럽게 펴서 손등을 보이고 있다.
이 마애불을 새긴 돌은 마치 공깃돌처럼 둥그렇다. 주천강 맑은 물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바위 위에 새겨진 마애불은 전체적으로는 균형감을 잃고 있지만, 힘찬 기상이 엿보인다. 살이 찐 듯한 얼굴에는 눈, 코, 입, 귀 등이 모두 큼직하게 표현이 되어 있다.
마애불이 새겨진 돌의 뒷부분과(위) 머리 부분 위에 얹혀져 있는 넓적한 돌.
이 마애여래좌상은 고려 시대의 불상으로 추정한다. 결가부좌를 하고 앉은 대좌는 큰 무릅만큼이나 바위 밑을 둘러 큼직하게 표현을 하였다. 강원도에는 마애불이 많지가 않은데, 그 중 하나로 전문적인 장인에 의해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마애불 앞에는 여기저기 깨어져 나간 청석 석탑이 있는데, 이도 역시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된다. 탑에는 누군가가 이름을 파 놓았다. 그저 어디를 가나 파고, 깨고, 흔적을 남기는 사람들. 우리 문화재의 수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마애불을 돌아보고 내려오면서 물이 흐르는 내쪽을 바라다보면, 바위가 곱게 갈아놓은 듯 하다. 이 바위를 요선암이라고 부른다. 신선을 맞이한다는 요선(邀僊). 정말 그 미끈한 바위 위에서는 금방이라도 선녀들이 하강을 할 것만 같다. 오후의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바위가 그리 깨끗할 수가 없다.
수 많은 세월을 주천강을 내려다보며 앉아있는 마애불. 그저 묵묵히 앞에 놓인 석탑을 바라다보는 그 얼굴에는 변하지 않는 미소가 있다. 얼핏 투박하고 가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정감이 간다.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저 결가부좌를 풀고 일어설 것인지. 오늘도 그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두 손을 모으는 것은, 그저 이 한 겨울도 모든 사람들이 편히 나게 해 달라는 마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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