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보은행복

[스크랩] 고마운 손 / 이해인

good해월 2008. 12. 18. 13:54

 

 

            고마운 손


            손톱을 깎다가


            문득


            처음 만난 듯


            반가운 나의 손


            매일 세수하고 밥을 먹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글을 쓰면서도


            고마운 마음을 잊고 살았구나


            "미안해"


            밭에서 일할 때면


            다섯 손가락 사이 좋게


            함께 땀 흘리며 기뻐했지?


            바다에서 조가비를 줍거나


            산숲에서 나뭇잎을 주울 때면


            움직이는 시가 되었지?


            사이가 나빠진 친구에게


            내가 화해의 악수를 청할 때


            맑고 고운 정성을 모아


            누군가를 위해 기도 드릴 때면


            더욱 따스한 피 고여오며


            흐뭇해하던 나의 손


            눈여겨보지 않았던


            손마디에, 손바닥에 흘러가는


            내 나이만큼의 강물을


            조용히 열심히 들여다보며


            고맙다 고맙다 인사하는 내게


            환히 웃어주는


            작지만 든든한


            나의 손, 소중한 손


                                                 詩 이해인




출처 : 은혜(恩惠)
글쓴이 : 은혜 (恩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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