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남편이 서양인입니다. 올해 안에 가족들이 모두 미국으로 가서 살게 됐습니다. 서양인과 동양인의 정체성을 동시에 가진 저희 아이는 특히 정체성혼란이라는 문제로 고민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불안정한 사춘기를 지혜롭고 건강하게 보내려면 부모가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법륜스님 : 중국집에 가면 자장면도 있고 짬뽕도 있고 우동도 있지 않습니까?
짬뽕을 먹든 자장면을 먹든 그날 입맛 따라 시켜먹게 되지요.
자장은 자장대로 맛이 있고, 짬뽕은 짬뽕대로 맛이 있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를 섞어 놓으면 자장 맛도 아니고 짬뽕 맛도 아닌, 이상한 맛이 되겠죠.
각각의 독특한 맛이 그 음식의 정체성인데 두 가지를 한데 섞어버리면 정체성이 없어져요.
두 가지 다 먹고 싶을 때는, 짬자면을 시키면 되지요.
그러면 자장과 짬뽕 고유의 맛이 없어지지 않으면서 둘 다 맛볼 수 있잖아요.
이런 것이 조화이고 다양성입니다.
아내는 한국사람인 걸 내세우고 남편은 미국사람인 걸 내세우게 되면,
아이는 정체성의 혼란으로 정신분열증을 겪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 한국사람과 미국사람이 각자의 정체성을 가지고도 서로를 인정하고 조화를 이루면 갈등이 생기지 않습니다.
아이는 그 부모 밑에서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웁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가서 살아도 지장이 없고, 한국에서 살아도 남들과 잘 어울리면서,
조화를 이루는 법을 체질적으로 터득하게 됩니다.
외국인하고 결혼했기 때문에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외국인하고 결혼했기 때문에 아이가 두 가지에 다 적응하여 동시에 잘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때 핵심은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겁니다.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다름을 인정하게 되면 아내는 남편을 존중하고 남편은 아내를 존중하게 됩니다.
그런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나’를 기준으로 보느라 상대가 틀렸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남을 존중하라 할 때는 다름을 인정하라는 말입니다.
존중한다는 것은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게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을 높여주라는 뜻이 아니라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 그 사람 입장에서 그를 이해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존중의 첫째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고, 둘째는 상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엄마 아빠가 다 한국 사람이라 하더라도 아내와 남편이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서로 옳다고 주장하며 갈등을 일으키면, 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정신적 분열이 생깁니다.
엄마의 말을 듣자면 아빠는 나쁜 인간이에요.
그러면 내 반쪽은 아빠로부터 왔는데 아빠가 나쁜 인간이라면 아빠에 대한 아이의 긍정성이 없어져요.
그런데 엄마 말을 믿지 않으면, 엄마가 거짓말쟁이인 게 되잖아요. 제 자식한테 거짓말하는 엄마가 되니,
이번에는 엄마에 대한 아이의 긍정성이 없어져요.
그러니까 아이에게 정신적 혼란과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아내가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싸우지 않을 수가 없다’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니까요.
다름을 인정하면 내 마음에 들지 않을 게 없어요. 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지요.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면 혼자 있는 것보다 둘이 있는 게 낫습니다.
그렇게 해서 결혼하면 그 자식도 바르게 성장합니다.
그렇게 부모 자식이 조화롭게 살면 혼자 사는 것보다 더 나은 삶이 되지요.
아내를 (남편을)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자신이 행복해지는 길이요,
가정이 화합하여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는 길입니다. 이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부모 먼저 ‘다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해야 상대 인정하는 가족문화가 행복이자 수행입니다.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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