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으로행복

[스크랩] 바나나 우유

good해월 2009. 4. 2. 12:30
일상에서 벌어지는 웃기고 재미있는 이야기


바나나 우유

1999년 2월, 특전사에 입대했다. 당시 나의 직속 사수였던 이 하사는 무섭지만 나를 잘 챙겨 주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면서 나의 치명적인 결점이 나타났다. '사오정'이란 별명처럼 삽을 가져오라면 낫을 가져가고, 고참이 불러도 듣지 못했던 것이다.

어느 날 이 하사가 PX에 가서 빵 하나와 우유 하나를 사 오라고 했다. 몰래 초코파이라도 사 먹으라는 배려였을 것이다. PX가 어디 있는지 몰라 한참을 헤매다 겨우 찾아가 빵과 우유를 사고 몰래 숨겨 온 돈으로 약과 세 개를 샀다. 그런데 사수에게 빵과 우유를 들이밀자 갑자기 내 얼굴로 빵이 날아왔다. “빠나나 우유 하나 사 오라고 했더니 빵 하나 우유 하나 사 왔냐?”라면서….  온갖 구박을 당하고 얼차려까지 받았다.

슬픈 마음에 새벽에 몰래 화장실로 가서 약과를 꺼내 먹었다. 그 어느 명품 약과와도 비교 되지 않는 맛이었다. 사수는 그 뒤로 나에게 절대 심부름을 시키지 않았다. “너를 시키느니 그냥 내가 고생할란다~.” 하면서 말이다.



필자 : 이승수님

출처 : 월간《좋은생각》 2008년 02월호


 

퍼온 곳 : 좋은생각

출처 : 제주 사랑채
글쓴이 : 제주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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