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용사 최수용씨
6·25 전쟁에 함께 참전한 중대원 160여명 모두를 잃고 홀로 살아남은 울산의 최수용(81·백골전우회 울산지회장)씨가 27년째 숨진 전우들의 넋을 달래는 추모제를 올리고 있다.최씨는 5일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화산리 추모관에서 육군 3사단(백골부대·강원도 철원군) 소속 장교와 부대원, 신장열 울산 울주군수, 서우규 울주군의회 의장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백골 6중대 육탄용사 추모제'를 열었다. 이날 추모제는 백골전우회 행진에 이어 국민의례, 진백골 6중대 전공 발표, 추모사, 헌화 및 분향, 백골부대가(歌) 제창, 만세 삼창, 기념촬영 등 순으로 진행됐다.
- ▲ 5일 울산시 온산읍 추모관에서 열린‘진백골 6중대 육탄용사 추모제’에서 최수용(81)예비역 중사가 분향하고 있다. 그는 동료 부대원들의 넋을 달래는 추모제를 27년째 지내고 있다./김학찬 기자
충남 천안이 고향인 최씨는 1950년 6·25전쟁이 터지자 피란행렬에 합류했다가 그 해 8월 울산에서 군에 입대해 육군 3사단(백골부대) 18연대(진백골연대) 6중대에 배치됐고, 4개월여 뒤인 12월 1일 국군의 북진 대열에 참여해 함경북도 부령까지 진격했다.
하지만 북진 과정에서 벌어진 한 전투에서 왼쪽 다리에 수류탄 파편상을 입고 치료를 위해 작전에서 하루 동안 제외됐는데, 다음날 작전과정에서 부대가 무전이 끊긴 채 행방을 찾을 수 없어 다른 부대로 편성됐다.
얼마 후 최씨는 자신이 속했던 6중대가 함경북도 부령 인근 성막에서 인민군에게 포위돼 160여명 중대원이 모두 전사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결국 최씨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부대원이 됐고, 종전 후 1959년까지 복무하다 중사로 전역했다.
전역 후 막노동판 등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얼마간의 돈을 모은 최씨는 1983년 군 입대로 인연을 맺은 울산으로 내려와 진백골연대 6중대 추모관을 세웠다. 최씨는 "저로선 불가항력의 상황이었지만 혼자만 살아남은 것이 너무 죄스러워 그렇게라도 전우들의 넋을 위로하고 싶었다"고 했다.
60여㎡ 크기의 아담한 추모관에는 당시 진백골연대 6중대 중대장이던 이원계 소령의 영정과 함께 동료 전우 160여명의 위패를 모셨고, 그 해부터 27년째 매년 현충일을 앞두고 추모제를 올리고 있다. 추모제는 당초 최씨 혼자서 치르는 조촐한 행사였으나 1997년부터 울산시와 울산보훈지청, 강원도 철원 진백골연대, 육군 53사단 울산연대 등이 후원하면서 제법 규모를 갖춘 행사로 자리잡았다.
최씨는 작년 10월에는 백골부대가 창설됐던 부산 중구 중앙동 4가 91 옛 부대 터에 관할 부산 중구청의 도움으로 부대창설 기념 표지석을 설치하고 제막식을 갖기도 했다.
최씨는 "매년 열고 있는 이 행사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많은 호국영령의 넋을 가슴속에 새롭게 새기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