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즉문즉설 / 술과 오락에 의지하는 아들
문 :
결혼한 지 3년 된 맏아들이 있습니다. 같이 살지는 않지만 가까이에 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만 했고 명문대를 졸업했습니다. 뜻대로 취업이 되지 않아 가업인 서점을 물려주었고 결혼도
시켰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열심히 일을 하더니 몇 년 전부터는 PC방과 술에 의지합니다.
답 :
질문만 들어도 자식이 이렇게 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가난한 집에 태어나 부모가 학교를 보내줄 형편도 안 되는 상태라면 절대 자식이 이렇게 안 됩니다. 부모의 지나친 돌봄 속에서 자라고 부모가 직장까지 만들어줬기 때문에 자식이 자기 책임의식이 부족한 것입니다. 자식이 스스로 뭘 해 보려고 하다가 잘 안 될 때 부모가 어쩌다가 도와주면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지만 모든 것을 부모가 해 주면 오히려 부모에 대한 고마움을 모릅니다.
질문하신 분의 자녀분은 대학에 갈 때도 좋은 대학에 성적에 맞춰 적당하게 들어갔고, 졸업해서는 직장을 못 구해 부모가 서점을 물려주니 자기 인생이 자기 마음에 도통 안 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이 재미가 없으니 술 먹고 PC방에서 게임이나 하는 거예요. 만약 진짜 내일이라도 당장 굶어 죽게 된다면 막노동을 하든지 뭐든 하겠지요. 그렇게 안 하는 이유는 부모가 어려울 때마다 도와줘서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아들 걱정하면서 애 태우지 말고 아들은 멀리서 지켜보면서 내 수행을 먼저 하세요. 대학 졸업했겠다, 서점도 물려줬겠다, 결혼 시켰겠다. 뭐가 걱정이에요. ‘이제 죽어도 살아도 자기 문제다. 나는 모른다’하고 자식에 대한 집착을 끊어버리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살 길이 열립니다.
그리고 자식을 내버려두는 것이 불안하거든 ‘이게 내 업이다. 내가 자식을 이렇게 만들었다.’ 이렇게 인정하고 그냥 자식이 돈 달라고 할 때마다 도와주면서 평생을 사시면 됩니다. 그러면 자식은 평생 부모에게 의지하면서 자기 스스로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겠지요. 이것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부모 욕심으로는 자식이 자립해서 서점도 잘 운영하고 결혼 생활도 잘하고 부모 말도 잘 들었으면 하지만 부모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바로 자식입니다. 그런 이치를 모르고 부처님이나 하나님한테 빌어서라도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니 수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복신앙이 되는 것이지요. 그것은 수행이 아니에요.
어려운 조건 가운데 내 마음이 편안한 게 공부입니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가운데 마음이 편안하고, 안 되는 것을 되도록 하는 게 바로 원력입니다. 우리는 마음이 불편할 때 두세 번 하다가 안 되면 성질이 나서 딱 때려치우거나 자식에게도 ‘에라 모르겠다. 죽든지 살든지 니 마음대로 해라.’ 이렇게 포기합니다. 반대로 일이든 사람관계든 내가 스트레스를 안 받고 편안하면 계속 하면서 중간에 포기하는 일이 없습니다.
지금 질문하신 분은 남편에 대한 못마땅함과 포기하는 마음이 쌓여서 그 마음이 자식에게 전해진 것입니다. 남편이 볼 때는 아내가 불평불만을 가질 털끝만큼의 이유도 없는데 계속 아내가 여러 가지 불만이 있으니 아내가 부담스러웠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자식이 부모한테 하나도 불평불만을 가질 만한 게 없는데 자식은 계속 뭔가 부모에게 불평불만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우선 남편에게 참회기도를 하세요. 그리고 남편이 어떤 일을 하든 잘한다고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아주세요. 그 모습을 자식이 보면 자식도 조금씩 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자식에게 자비심을 가져야 합니다. 집착은 내려놓되 자비심을 가지고 남편과 자식에게 진심어린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세요. 수행은 내 마음이 편안한 게 첫째고 내 마음이 편안하면 문제는 서서히 풀려나갑니다. 안 되는 가운데 되는 길이 있으니 꾸준히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법보신문 941호 [2008년 03월 18일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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