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즉문즉설 / 불자로 만들고 싶어요
문 :
여든이신 어머니에게 늘 사랑받지 못했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이 서른인 아들이 왜 자기를 사랑하지 않았냐고 원망하는 것입니다. 그 문제로 괴로워하다가 법문을 듣고 아들도 내
마음 같았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아들을 불자로 만들고 싶어서 열성적으로 권유도
하는데 잘되지가 않습니다.
논을 한 마지기 가진 사람과 99마지기 가진 사람이 누구에게 논을 달라고 하는 줄 아세요? 99마지기 가진 사람이 한 마지기 가진 사람보고 달라고 합니다. 100마지기 채우려고 그럽니다.
그것처럼 본인이 부처님 법 만나서 깨우쳤잖습니까? 팔순 어머니에게는 사랑을 안 준다고 불만이었고, 아들에게는 다 컸는데 왜 나에게 사랑을 요구하느냐고 불만이었는데, 어머니를 향한 나의 불만스러운 마음이 아들의 마음이었음을 알 수 있었고, 또 아들을 향한 내 마음이 지금 팔순 어머니의 마음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뒤집어서 보니 어머니와 아들이 다 내 마음속에 있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이렇게 내가 깨우치게 되면 어머니를 향한 나의 불만을 보면서 아들의 불만을 이해하게 되고, 아들의 불만을 보면서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나를 괴롭히던 두 가지가 다 내 공부를 도와주는 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 질문하신 분은 논이 한 마지기도 없던 사람이 99마지기를 장만해서 행복해야 되는데 한 마지기 더 채우려고 욕심 부리는 사람하고 똑같습니다. “우리 아들이 부처님 법 공부해서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다” 하는 것은 나의 원이지만은 ‘우리 아들 불자 만들고 싶다’ 하는 것은 나의 욕심입니다. 어떻게 보면 불자가 돼야 한다는 것이 진리 같지만 결국은 “내가 원하는 대로 아들이 됐으면 좋겠다”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선 내 마음대로 하려는 생각을 내려놔야 합니다. 그래야 나와 아들과의 사이에 긴장이 해소됩니다. 아들은 아들 고집대로 하고 나는 내 고집대로 하면 싸움이 멈추지 않습니다. 긴장 관계 속에서 이기고 지는 것이 있는 한, 상대가 설득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굴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긴장이 있으면 이기고 지는 문제가 되기 때문에 교화가 안 됩니다.
그러니 먼저 내가 자식을 내식대로 하려는 생각을 내려놔야 합니다. 전에는 내식대로 하려고 했는데 부처님 법의 말씀을 듣고 보니 이게 잘못된 줄 알고 내려놔야지요. 그런데 그 내식대로 하려는 카르마가 남아서, 내 고집이 부처님 가르침이라는 옷으로 딱 갈아입어 버린 겁니다. 그래서 지금은 부처님 법이라는 잣대를 내걸고 아들을 굴복을 시키려는 겁니다. 아집 대신 법(法)집을 쥐고 이걸로 상대를 다시 굴복시키려고 하는 거지요.
그러니 전에는 아들이 나하고 싸웠는데 이렇게 되면 아들이 부처님하고 싸우는 게 되어버린 겁니다. 그리고 내가 부처님을 방패로 내세워놓고 싸우니까 아들은 불법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게 됩니다.
우선 나를 먼저 내려놔야 됩니다. 그래서 이 긴장을 해소시키고 그런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얘기가 오고가야 됩니다. 아들을 불자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불법을 말하지 말고 그냥 불법을 믿고 안 믿고는 아들의 문제지만 이런 좋은 법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준에서 행하면 오히려 아들에게 마음의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출처 : 법보신문 1045호 [2010년 04월 19일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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