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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초발심자를 위한 불교상식] 해우소

good해월 2010. 6. 17. 15:17

 

 

 

[초발심자를 위한 불교상식] 해우소

 

사찰에서 ‘볼일’이 너무 급한 나머지 지나가는 스님에게 “화장실이 어디예요?”라고 물어본 적 있는지. 공공장소나 낯선 곳에서 이런 질문을 곧잘 주고받지만 사찰 한복판에서 ‘화장실’이란 용어를 쓰면 어색하다. 불자라면 ‘해우소’라고 표현하는 것이 당연지사.

해우소(解憂所)는 말 그대로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 뜻이다. 몸 속 오물을 버리듯 번뇌를 버린다는 뜻도 담겨 있어 불교의 화장실 용어로는 최적격이다.

<사진> 부안 내소사 해우소. ‘비워서 청정함은 최상의 행복’이란 말이 실감나는 대표적인 사찰 화장실이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사찰서 해우소를 출입할 때는 독특한 예법이 있다. 스님이 사찰 ‘측간’ 앞에서 염불을 왼다. 입측오주. 문을 열기 전 세 번 노크를 하면서 입측진언, ‘옴 하로다야 사바하’를 세 번 왼다.

 

“화장실에 들어가 편안히 앉으니/ 버리고 또 버리니 큰 기쁨일세/ 탐진치 어둔 마음 이같이 버려/ 한조각 구름마저 없어졌을까/ 서쪽에 둥근 달빛 웃음지으리…”

 

일을 다본 후 닦는 세정진언, ‘옴 하니마리제 사바하’를 왼다. “왼 손으로 뒷물하면서/ 비워서 청정함은 최상의 행복/ 꿈같은 세상살이 바로보는 길/ 온세상 사랑하는 나의 이웃들/ 청정한 저국토에 어서 갑시다.” 이어서 손을 씻으며 세수진언, 모든 더러움을 제거하는 의미의 거예진언을 한 뒤, 마지막으로 법당에 들어갈 때 몸을 깨끗이 하는 정신진언 ‘옴 바아라 뇌가닥 사바하’를 계속 왼다.

 

불교에선 공양을 들고 잠을 자고 몸을 씻고 화장실에 드나드는 일까지도 수행과정으로 삼아 엄격한 규범을 지킨다. 스님들이 외는 입측오주는 해우소에 들어가 용변을 보고 손을 씻기까지 다섯 단계마다 각기 하나씩 외는 주문이다.

 

해우소 관련 이야기는 〈사미율의〉에도 자세히 나와 있다. ‘미리미리 갈 것이며 오래 참아 급하게 서두르지 말라. 옷을 단정히 걸어두고 신발은 반드시 갈아 신으며 노크를 하고, 안에 있는 사람에게 재촉하지 말며 대소변을 볼 때는 ‘일체중생과 더불어 탐진치를 버리고 죄를 덜어질지이다’라는 게송을 왼다…’

 

이같이 사찰의 해우소는 스님들의 수행과 결코 무관치 않다. 특히 최근 들어 해우소는 환경 친화적인 ‘뒷간’으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전북 남원에 있는 실상사에 가면 사찰서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배설물을 퇴비로 이용, 청정하고 친환경적인 해우소를 볼 수 있다. 수세식 변기가 최고인줄 알지만, 솔솔 산바람 계곡바람 불어오는 사찰 해우소에서 심신의 번뇌를 떨궈 보지 않은 이는 ‘그 맛’을 모른다.

 

 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출처 :불교신문 2631호/ 6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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