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부에 친한 세력 키워 통일시대 대비해야“/ 2011.1.5(수)국민일보 8면
-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
보수의 대부, 보수 담론의 굵직한 이론가, 현정권의 이념적 토대...,
지금까지 세상이 그에게 붙인 수식어는 이렇다.
그러나 이제부터 선진과 통일 운동의 전도사다.
최근 활발한 대중운동을 선언한 박세일(63)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을
지난 29일 서울 반포동 개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이사장은 지난해 말 ‘ 한선 국가전략포럼’과 ‘선진통일연합’을 잇따라 결성하며
‘선진과 통일’을 새로운 국가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그동안 적극적 통일정책이 없었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가 하면
“정치인들이 국가 전략 없이 붕당정치나 일삼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그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예사롭지 않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에게 “여의도에서 활동하실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진정성이 중요하다. 기존 정치권 안에
선진과 통일에 관심을 갖고 일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알 듯 말 듯 한 여운을 남겼다.
- 강연 등에서 통일을 위한 대북정책 수립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지금까지 대북정책은 분단 관리형이었다.
남북 분단의 평화적 관리 또는 현상유지가 대북정책 기조였다.
이는 진보와 보수에 차이가 없었다.
분단을 관리하는 방법은 진보와 보수가 달랐다.
진보는 돈을 가져다주고 (햇볕정책을 의미), 보수는 북한이 도발해도 참았다.
응징을 하다보면 확전될 수 있고, 분단 관리에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이상은 분단 관리가 불가능한 시점에 들어가고 있다.
통일의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지금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북한은 중국으로 넘어간다.
김정일 사후에 ‘친(親)중국.반(反)통일’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북한은 중국의 변방 종속국이 된다.
그러면 분단이 고착화되고, 동북아에 새로운 냉전이 시작된다.
이 때문에 새로운 통일정책, 적극적인 통일정책이 필요하다.
그동안은 적극적 통일정책이 없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에 북한이 붕괴될 것으로 보는가.
“북한의 위기는 계속 심화되고 있다.
이제는 언제, 어떻게 북한의 붕괴를 유도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북한은 실패한 체제고, 세상의 흐름에 거꾸로 가고 있다.
개혁과 개방과 비핵화를 거부하고, 3대 세습을 하고 있다.
북한 체제 실패는 자신들의 잘못된 노선 때문에 오는 것이다.
우리의 몫은 북한 체제 실패가 새로운 분단이 아닌 통일로 가게 만드는 것이다.
아울러 김정은 후계체제는 과도기일 뿐 성공하기 어렵다.”
-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도발, 중국 어선 전복사고 등을 거치면서
중국의 북한 편들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현재 중국 주류들의 생각은 분단을 유지해
북한을 자신들의 변방 종속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통일 한반도’와 더불어 동북아 발전과 번영으로 가는 것이
중국에 이익이 된다는 생각이 많이 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확고한 통일 의지를 보여야 한다.
통일 의지가 없으면 중국을 설득할 수 없다.
남북이 통일하면 동북 3성을 넘어 시베리아까지 같이 발전할 수 있다.”
-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문제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북핵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북핵 문제는 통일 없이는 해결이 안 된다.
우리가 미국한테 주는 메시지가 확실해야 한다.
미국은 한반도 핵 문제에는 관심이 있지만, 통일 문제에는 소극적이다.
한국 주도의 통일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소극적이다.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통일이 전제돼야 한다고 미국을 설득하고 유도해야 한다”
- 연평도 도발 이후 여권 내부에서도
현 정권의 대북정책 기조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까지 대북정책의 잘못은 수단이 목표가 됐다는 점이다.
강경책이냐, 온건유화정책이냐는 것은 전략적 선택수단일 뿐이다.
과거 10년은 온건유화 자체가 지금은 강경자체가 목표가 돼 있다.
북한 퍼주기에 대한 반동으로 지금의 강경정책이 나왔다.
새 대북정책은 강온전략을 포함한 통일 전략이 돼야 한다.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민.관 합동 통일추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둘 것을 제안한다.
통일시대를 맞으려면 정부부처와 민간이 다 같이 작업해야 한다.”
- 정부가 새해 통일세 문제를 구체화할 전망이다.
통일세의 필요성은 뭔가.
“통일 비용은 잘못된 말이다. 통일투자다.
흔히들 통일 비용이라고 하면 끊임없이 북을 먹여살린다 생각을 한다.
독일은 통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통일 비용의 75% 이상이 사회보장 비용이었다.
선거 때문에 포퓰리즘이 발생한 결과다.
우리는 북한을 경제특구로 만들어 ‘일국양제(一國兩制)’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북한이 체제전환을 하면서 저임금을 활용해 북한경제가 자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 통일시대에 대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가 통일 의지다.
국민들의 통일 의지가 대단히 약화됐다.
국민의 25% 정도는 통일이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통일 의지가 없으면 누가 통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둘째는 통일외교다.
분단이 아닌 통일이 이롭다는 것을 이웃 4강에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미국과 중국을 다니면서 남북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왔다.
통일 로드맵을 갖고 가서 도와 달라고 해야 한다.
셋째로 북한 내 친한(親韓)통일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통일에 대한 희망의 목소리를 보여주고, 북한 정권이 아닌 동포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이른바 보수정권이 한번 더 집권하는 게 좋다는 생각인가?
보수정권, 진보정권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중요하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국제평화주의 등 헌법적 기본 가치와 기본 질서를
가장 잘 존중하는 것이 보수라면 당연히 보수정권의 등장이 옳다.
진보의 경우 대한민국의 기본적 가치를 존중하고,
다만 국정 운영에서 약자나 소외된 사람들의 편을 들겠다는 합리적 진보라면
이들이 정권을 잡아도 상관없다.
그러나 헌법 가치와 기본질서에 이의가 있는 집단,
친북 좌파적 진보에게는 국가 운영을 맡길 수 없다.“
- 지금의 야권은 어떻게 보시는가.
“합리적 진보와 친북좌파가 결합돼 있다.
야권이 앞으로 승리하려면 이 부분을 정리하는게 좋다.
정리하지 못하면 정권을 잡아서도 안 되고, 잡아도 국정 운영에 성공하지 못한다.
한국에 합리적 진보가 나오고, 합리적 진보와 합리적 보수가 경쟁하는 게 좋다.”
- 2012년 대선 화두나 쟁점은 무엇이 될 것으로 보나.
“선진과 통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다.
요즘 복지가 관심인데 올바른 복지는 논쟁으로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복지에는 큰 복지와 작은 복지가 있다.
큰 복지는 국민 전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경제 발전과 고용창출을 통해 이뤄진다.
작은 복지는 소득 재분배다.
지금 정치권이 논쟁하는 것은 작은 복지정책이다.
큰 복지정책의 전략과 정책이 나오고 작은 복지가 이를 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정치인들에게는 큰 복지의 그림이 없다.
작은 복지가 국민을 속이기 좋기 때문이다.”
북한의 인권을 얘기 않는 진보는 가짜 진보...
- 한 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에 대한 견해는...
“야권은 복지 논쟁을 하면 선거에서 이롭다고 생각한다.
원래 좌파는 국민을 분열시켜서 다수파에게 유리한 정책을 가지고 접근하는데,
다수파는 대부분 어려운 사람들이다.
때문에 좌파에게 포퓰리즘 정책은 자연스럽다.
우파는 공동체를 가능한 한 하나로 묶는 통합정책이 자연스럽다.
그러기 위해서는 희생과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해놓고 큰 복지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우파가 큰 복지 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작은 복지 경쟁을 하면 우파 포퓰리즘에 빠질 수 있다.
한국형 복지는 아직 구체적 내용이 없어 평가하기 이르다.
다만 정책적 우선순의,
향후 1~2년의 핵심 정책 과제로 복지 문제가 우선순의냐는 데는 의문이 든다.”
- 선진과 통일을 강조하고 있는데, 기존 정치권과 힘을 합칠 수 있지 않나?
“기존 정치권 안에 선진과 통일에 관심을 갖고
일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 벌어지는 복지 논쟁만 봐도 선진. 통일에 깊은 관심 없는 것 같다.
한국 정치권은 국가 전략이 없는 정치를 해왔다.
공당(公堂)이 없다. 한국의 정당은 사적인 그룹이다.
개인과 주위에 있는 몇몇 사람들이 붕당식으로 정권을 잡고 독식하는 형태 아닌가.
또 하치 지향성이 없다는 게 큰 병이다.
보수의 경우 정치적, 편의적 보수는 있어도 철학적 보수는 없다.
보수는 있어도 철학적 보수는 없다.
보수는 공동체를 가장 많이 생각하는데 그러러면 스스로 희생과 헌신이 있어야 한다.
자기희생과 헌신을 하지 않는 보수는 가짜다.
반대로 진보는 인권에 대한 관심이 기본이다.
그러나 북한 인권을 말하지 않는 진보는 가짜 진보다.”
- 올해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 정책 개발을 계속할 것이다.
또 선진통일연합을 21세기 만민공동회 형태로 운영할 것이다.
구한말 펼친 국채보상운동처럼 통일기금을 모으는 일도 하려고 한다.
아울러 통일시대에 맞는 21세기 신국민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새로운 국민이 들어서야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정리/ 엄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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