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즉문즉설 / 돈 안 버는 남편 원망스럽습니다
문 :
남편이 좋은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지 못하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던 중 심인성 불안증이라는 질환으로 10년 넘게 약을 복용하면서 집에서 소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결혼 후 한 번도 남편의 월급봉투를 받지 못하고 가정사를 도맡아 가계를 꾸려왔습니다. 그러나 큰아이가 장기 결석을 할 만큼 위태로운 적이 있었고, 아이들 모습에서 남편을 미워하고 무시하는 제 모습이 보입니다.
답 :
많은 부모들이 자기만족에만 빠져 제 욕심 챙기느라 자식 망치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자식을 생각한다면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기만을 원하면 됩니다. 공부 잘했으면 좋겠다, 좋은 직장 가졌으면 좋겠다, 결혼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은 아이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부모 욕심에만 매달려 있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질문자의 남편도 본인의 능력보다 큰 부모의 기대 때문에 심리적인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남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도 만족하지 못하고 그보다 더 좋은 직장을 찾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애를 쓰다가 강박관념으로 끝내는 병을 얻어 주저앉아 버리게 된 것입니다. 젊은 시절 결혼할 때에는 남편이 똑똑해 보이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여 선택했을 겁니다. 하지만 남편은 그렇게 힘에 부치는 짐을 들고 살아오는 동안 이미 정신이 허약해졌던 탓에 결혼해서 얼마 되지 않아 쓰러져 버린 것입니다. 질문자는 그 내막을 알지 못하고 겉모습에만 눈이 쏠렸기 때문에 처음에 남편이 좋아 보였을 것입니다.
남편이 그렇게 된 이유는 물론 부모의 잘못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내 인연 과보로 남게 된 것은 내가 내 욕심으로 사람을 껍데기만 보고 찾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큰 짐을 들고 있는 것만 보았지 그 짐이 그의 몸에 맞는지는 보지 않았습니다. 그가 들고 있는 짐의 무게가 아니라 그것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보고 선택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 문제의 시작은 내 선택으로 인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것은 일단 한 번 결정한 뒤에는 물건 사듯이 마음에 안 든다고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선택했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끝까지 보살펴야 합니다. 기꺼이 보살피겠다는 마음을 냈으면 그것은 제1의 화살로 끝나고 더 이상의 과보는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남편을 선택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남편의 잘못이라고 남편을 원망하면 그 어리석음이 씨앗이 되어 내 자식이 남편과 똑같은 삶을 살아가게 되는 열매로 돌아옵니다.
제1의 화살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도 모르게 일어난 일입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거기에서 멈춰 다음 단계로 가지 말아야 하는데 질문자는 이미 두 번째 화살까지 맞고 말았습니다. 만약 아이들에게 남편과 같은 병증이 나타난다면 문제는 지금보다도 훨씬 심각해집니다. 그때는 남편뿐 아니라 자식까지 내가 평생 보살펴야 하는 과보를 받게 됩니다. 아픈 자식을 볼 때마다 “착한 여자가 있어서 저런 우리 아들을 사랑하고 보살피면서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하는 마음이 들겠지요? 우리 아들을 보살펴줄 좋은 여자가 나타나기를 원한다면 나부터 먼저 그런 인연을 지어야 합니다.
이미 지나간 일은 내 어리석음 탓이라 해도 앞으로 다가올 재앙을 막고 복을 구하려면 지금부터라도 남편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어리석은 생각으로 살아온 것을 참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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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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