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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板이 움직였기에… 문명도 재앙도 있었다

good해월 2011. 3. 17. 07:49

 

조선비즈 | 이길성 기자 | 입력 2011.03.15 03:13 

 

우주에서 본 지구는 5대양 6대주지만 이들 대륙과 바다는 사실 17개의 움직이는 판(板) 위에 떠 있는 존재다.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발생하며 산과 산맥이 솟아오르고 해저 바닥이 갈라지는 현상이 모두 움직이는 17개 판의 경계를 따라서 일어난다. 판구조운동이 만들어낸 거대한 산맥과 해령(海嶺·해저 계곡)은 태양계 행성 중에서 오직 지구만이 가진 독특한 지형이다.

일본 동북부를 초토화시킨 이번 대지진을 촉발한 것도 판구조운동이었다. 일본 아래에서 움직이는 4개의 지각판 가운데 북미판과 태평양판이 충돌, 히로시마 원폭의 5만배나 되는 격렬한 파동을 만들어낸 것이다. 판구조운동을 이해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해온 일본은 2003년 해저 12㎞까지 시추할 수 있는 해저 탐사선 지큐호(地球號)를 바다에 띄웠다. 지금은 일본 남해에서 임무 중인 지큐호의 역할은 판과 판이 아래위로 엇갈리며 무수한 지진을 만들어내는 지점, 이른바 섭입대(攝入帶)를 시추하는 것이다. 그 성분을 모조리 분석해 지진 발생 전후의 판구조운동이 어떻게 다른가 알아내 궁극적으론 지진을 예측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본이 매년 지큐호에 투자하는 돈은 8000만달러에 달한다.

◆판(板) 때문에 지진·화산 발생

역사 이래 일본 사람들에게 악몽과도 같은 존재인 판구조운동은 도대체 언제 왜 생기게 된 것일까? 지구과학·지질학의 전통적 이론은 '자연발생론'이다. 뜨거운 지구가 식어가는 과정에서 지구는 중심엔 뜨거운 핵, 표면에는 차가운 지각으로 분화됐다. 그 중간에 놓인 것이 물컹한 플라스틱 같은 맨틀이다. 가스레인지 위 냄비 속 물이 아래에서 위로 뱅글뱅글 순환하듯 핵과 지각 사이의 맨틀도 대류현상에 의해 순환한다. 판(맨틀 상부와 그 위의 지각)은 그렇게 운동을 시작했고, 밀도가 낮은 대륙판 밑으로 밀도가 높은 해양판이 빠져드는 섭입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자연발생론에 만족하지 못한 일부 학자들은 판구조운동을 촉발시킨 '방아쇠'를 찾으려 시도하고 있다. 자연발생론으로는 처음엔 분명히 한 덩어리였을 판이 아래위로 서로 엇갈리는 식으로 운동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비키 한센 교수 같은 이는 운석 혹은 소행성의 충돌 때문에 섭입운동이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혜성이나 운석이 지각의 약한 부분(맨틀의 상승 흐름에 의해 느슨하게 벌어진 부분)에 떨어진다. 그 충격에 의해 지각에 구멍이 나고 마그마가 솟아오른다. 용출하는 마그마는 두 지각 사이에 경계를 만든다. 그중 밀도가 낮은 지각이 마그마가 만든 경계를 따라 밀도가 높은 지각 밑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판(板) 때문에 지구 대기운동 가능

판구조는 인류에게 지진과 화산 폭발 등 파괴적인 재앙만을 안기는 것일까? 지질연구원 이윤수 박사는 "판구조운동이 없었다면 지구는 지금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지금 같은 인류 문명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구조운동은 우선 지구의 체온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준다. 그 시초는 화산활동이 만든 다량의 이산화탄소. 화산활동은 지구 깊숙이 있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뿜어 올린다. 이 이산화탄소는 지구의 복사열이 우주로 나가는 것을 막아 지구를 따뜻하게 하는 온실 역할을 한다. 그 덕분에 데워진 바다에서는 기화가 활발히 일어나고 이는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내린다.

지구가 더워지면 증발이 활발해져 비가 더 자주 내린다. 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을 줄여 지구를 식힌다. 반면 지구가 추워지면 비가 잦아들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다. 온실이 작동하는 것이다. 사람이 신진대사를 통해 36도 안팎의 체온을 유지하듯 판구조운동도 지구의 신진대사를 돕는 것이다.

현대 문명의 '혈액'이라고 할 수 있는 석유를 인류에게 안겨준 것도 판구조운동이다. 바다에 살고 있는 플랑크톤과 유기물이 죽어 가라앉으면 지층에 묻힌다. 판운동은 이들 퇴적 유기물을 땅속으로 밀어 넣는다. 특히 그중엔 위쪽으로 불룩하게 튀어나온 배사구조가 형성되는 때가 있다. 이윤수 박사는 "배사구조는 다른 지층보다 압력이 낮아 그 속의 유기물들이 석유로 숙성되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우리 눈에 안 보이는 판구조운동이 인류 문명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셈이다.

출처 : 마 바 라 증권 當 樂 友 ZIM
글쓴이 : 당선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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