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학의 해외진출을 위한 해법이 될 수도...
국내에 ’엄마 신드롬’을 일으켰던 소설가 신경숙(48) 씨의 장편 ’엄마를 부탁해’의 열풍을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출간된 신경숙의 미국 데뷔작 'Please Look After Mom'(엄마를 부탁해)이 출간 5일 만에 NYT 베스트셀러 21위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3~9일 판매량을 집계한 24일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북섹션의 소설 하드커버 부문 21위에 오르면서(소설 하드카버 부문은 35위까지 집계된다), 영어로 번역된 한국 출판물이 NYT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2001년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해서 화제가 됐던 단학선원 창시자 이승헌의 '힐링 소사이어티'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는 들지 못했을 정도로 NYT베스트셀러 기록은 의미가 있다.
NYT 순위는 일반 및 대학·공항 서점, 신문가판대, 월마트 등 대형 할인점과 수퍼마켓, 킨들 등 전자책 판매량 등까지 미국 내 5만여 서적 판매상의 전체 판매량을 일주일에 한 번씩 종합해 발표하는 미국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책 판매순위다. 특정 시점 판매량만을 보여주는 아마존 베스트셀러는 특정 시점의 대량구매를 이용한 순위 변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뢰도에서는 NYT의 그것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따라서 NYT 베스트셀러는 출판인과 작가들의 꿈이며 세계시장으로의 판권 확대는 물론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나 할리우드 영화 등으로 확장될 수 있는 바탕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태엽 감는 새'도 NYT베스트셀러 17위까지 오르며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른 바 있는데, ‘엄마를 부탁해’가 이 기록은 쉽게 뛰어넘을 기세다.
’엄마를 부탁해’는 치매 걸린 어머니가 자식들 집에 들르기 위해 상경했다 지하철역에서 아버지의 손을 놓쳐 실종된 이후의 이야기가 아들과 딸, 아버지, 어머니 자신의 눈을 통해 펼쳐지면서 어머니의 인생과 내면을 추적해 가는 작품이다. 당시 ‘엄마’의 의미를 감동적으로 되새기면서 출간 10개월 만에 100쇄, 100만 부를 돌파해 지금까지 170만부가 판매됐으며 영화와 뮤지컬 등으로 제작되어 ’엄마 열풍’을 이끌었으며 그 여세를 몰아 미국 출간에 이르게 된 것이다.
김영하의 ’빛의 제국’ 등을 영어로 옮긴 최고의 번역가 김지영이 번역하고 유명 출판사 크노프를 통해 공식 출간되었음에도 '한국의 어머니'라는 가슴 뭉클한 정서를 과연 미국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조차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엄마를 부탁해’는 전체 출판물 중 외국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못 미치는 미국이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뚫기 어려운 시장을 뚫었다. 미국 출간이후 지금까지는 어머니라는 정서가 세계적 보편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충분해 보인다. 그 자체가 신드롬이며, 새로운 기록이 될 만하다.
한편 문학계에서는 이러한 신드롬에 가까운 바람에 힘입어 한국문학의 세계진출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엄마를 부탁해' 이전에도 다양한 개성의 작가들이 해외 출판시장에 소개되면서 가능성을 타진해오고 있었지만, 이번에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몇 가지 전략을 한국 문학계가 과연 얼마나 몸에 배일 정도로 숙지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첫째, 작품 자체가 뛰어난 문학성이나 상업성 등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둘째, 제대로 된 번역이 가능해야 하며, 셋째, 철저한 마케팅이 돼야 한다. ‘엄마를 부탁해’는 "뛰어난 문학성이든 상업성이든 어떤 형태로든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핵심적 성공요인으로 들고 있는 '소설 파는 남자' 이구용(46·현 KL매니지먼트 대표)씨의 철저히 기획된 마케팅 전략에 따라 미국 출간이 이뤄졌다.
장편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해외 성공 가능성을 확신한 그는 2008년 11월 12일 작가 신경숙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자신과 에이전트 계약을 맺자고 설득하면서 미국 출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파트너로 한국 문학을 발굴해 소개하는 현지 여성 에이전트 바버라 지트워(Zitwer)를 선정해 미국의 권위있는 문학 전문 출판사 크노프(Knopf)와 접촉했다. 현지 파급력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마케팅 파워를 지닌 현지 출판사와 인연을 맺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숨은 인물은 번역가 김지영(30)씨로 미국 독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일등 공신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김영하의 '빛의 제국'과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조경란의 '혀' 등 미국의 출판사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현지에서 출간한 한국 문학의 번역은 예외 없이 그녀가 도맡았던 지명도 있는 번역가다.
미국 LA에 살고 있는 변호사 출신의 김씨는 사실 전문 번역가는 아니다. 지난해 로펌을 그만두고 LA카운티 미술관에서 외부 재단에 기금 요청하는 일을 맡고 있는 그녀는 번역을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고 한다. 가계(家系)를 보면 그의 번역 사랑이 이해가 간다. 한국문학번역원(원장 김주연)이 언어권별로 극소수만 선정해 지원하는 영어권 '지정번역가'(The Translator) 유영난(57)씨의 딸로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김씨는 금융계에 종사하는 아버지와 번역을 전공한 어머니 덕에 영어권 국가와 한국을 3년 주기로 왕복하며 자랐다.
김지영 번역의 가장 큰 장점은 ‘번역서 같지 않다’는 점이다. 소위 '아카데믹 노이로제'에서 벗어나 '현지독자 감동번역'으로 전환한 점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 김주연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원문의 정서와 작가의 감성을 살리되, 영어권 독자에게 마치 영어처럼 쓰인 책처럼 읽히도록 하는 것이 한국문학을 영역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서 김씨의 번역을 '해외 독자를 감동시키는 감동 번역'이라고 표현한다. 한국학 교과목, 전공서라면 직역이 필요하겠지만 일반 독자 대상이라면 번역서라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든 예는 양국 문화의 차이가 번역에 적용되는 실례를 보여주고 있다. 소설에는 사투리를 쓰는 엄마가 "시댁 형님 무덤 아래에 묻히기 싫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무덤 아래'라는 표현을 이해 못할 미국 독자들을 위해 묘지 형태의 차이에 대한 설명을 한 줄 추가했다. 엄마의 사투리 화법과 관련해서는 그 안에는 엄마의 교육수준, 사회적 계층 등이 모두 녹아 있기 때문에 편집자와 몇 달씩 상의해 일상적 대화체 문장으로 옮겨 나갔다. 예일대 영문과 출신인 크노프의 담당 편집자인 로빈 데서(Desser·51)는 신경숙을 경력 23년차답게 신경숙을 새롭게 '조율'했다.
"번역서 같지 않다"는 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김지영씨의 이 같은 번역 사례나 현지 편집자의 노력이 큰 몫을 했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 문학의 미국 진출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번역된 책을 좋아하지 않는 현지인의 독서 취향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성공에는 공들인 번역작업도 큰 몫을 한 것이다.
‘엄마를 부탁해’를 기점으로 우리 문학의 세계진출 전략도 크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제 단순히 우리 문학을 해외에 알리는 것에 의미를 둘 시기는 지났으며, 새로운 가치와 명분에 어울리는 차별화 전략과 구상이 필요하다. 문학성과 상업성이 핵심적 가치라고 볼 때 문학성은 기본적으로 작가의 책임이지만 번역가에 의해 가감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상업성은 국내외 대리인 및 현지 출판사의 마케팅 담당자가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철저한 팀웍이 요구된다.
현재 ‘엄마를 부탁해’ 이후 ‘제2의 신경숙은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는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봉순이 언니’ ‘즐거운 나의 집’ 등 공 씨의 대표작들을 모두 검토했다는 이 대표는 “신분의 격차를 뛰어넘어 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정서, 그리고 사형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국경을 떠난 문학적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05년 국내서 출간돼 100만 부가 판매된 공 씨의 대표적 베스트셀러인 ‘우리들…’은 소설의 인기를 바탕으로 2006년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어릴 적 사촌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한 유정과 어릴 적 불우하게 자라 뜻하지 않은 살인으로 사형수가 된 윤수가 만나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일단 문학성은 있어 보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상업성을 여하히 확보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는 얘긴데, ‘엄마를 부탁해’를 성공시킨 그 팀이 그대로 가동된다는 점에서 또 한 번의 기대감을 가져 볼 만하지 않나 싶다.
http://cafe.daum.net/solbeeya/cHZi/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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