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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일은 하루 12시간 수입은 月100만원 ‘개미 사장’의 절규

good해월 2012. 6. 25. 14:16

[동아일보, 2012. 6. 25., 1, 3쪽]

일은 하루 12시간 수입은 月100만원 ‘개미 사장’의 절규

 

동네 생계형 자영업자 517명 조사… “최저임금도 못벌어”

“쉬지 않고 일해도 희망이 없다.”

대한민국 자영업자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국내 경제활동인구(2593만 명) 4, 5명 중 한 명은 자영업 종사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자영업 종사자는 584만6400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친 2008년 12월 이후 42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전체 335만5000개 사업체 중에서 종업원이 5인 미만이면서 연 매출 1억 원 미만인 업체를 운영하는 ‘생계형 자영업자’는 196만여 명. 특히 이들 중 150만여 명은 연 매출이 50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식당이나 청과물상 슈퍼 문구점 사장들은 인건비 줄 돈도 없어 가족까지 총동원해 가게를 운영해 보지만 손에 쥐는 돈은 최저임금(시간당 458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동아일보는 14일부터 20일까지 이승렬 한국노동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의 조언을 거쳐 소상공인진흥원과 함께 전국 56개 소상공인지원센터를 통해 자영업자 5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가난한 사장님’들은 노동자의 주당 법정근로시간 40시간보다 무려 32시간이나 많은 주 72시간 이상 노동을 하면서도 벌이는 최저생계비 수준에 그쳤다. 설문에 참여한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52.1%)이 하루 12시간 이상 일을 하고 있었다. 10명 중 3명가량(28.8%)은 14시간 이상을 일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4.9%는 월평균 28일 이상 일을 했다. 이들은 “가게 문을 열어 놓지 않으면 손님이 떨어진다. 한 푼이라도 더 벌려면 휴일에도 일해야 한다”고 했다.

일만 하는 데도 벌이는 시원찮았다. 생계형 자영업자의 대다수(75.6%)가 40대 이상이었지만 중소기업 신입사원 수준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벌고 있었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5.3%는 장사를 해서 손에 넣는 순이익이 200만 원이 못 됐다. 10명 가운데 2명은 한 달 순이익이 4인 가족 최저생계비(149만5550원)도 안 됐다. 형편이 쪼들리다 보니 종업원을 두는 것도 어려웠다. 49.4%가 혼자 또는 가족 1명과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절반가량(45.1%)은 “전업이나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생계형 자영업자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처럼 국가경제에도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자영업 시장이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을 넘어 공멸의 블랙오션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노후준비가 미흡한 생계형 자영업자의 증가는 복지수요를 팽창시키는 등 정치·사회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생계형 자영업자 ::
통상 ‘생계형 자영업자’는 연간 매출액 1억 원, 직원 5인 미만의 업체를 운영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통계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5인 미만인 256만3000개 업체 중 연간 매출액 1억 원 미만은 196만3000곳으로 전체의 76.6%였다. 이들의 업체당 연 매출액은 3513만 원, 영업이익은 1566만 원이었다. 업체당 월 순익이 겨우 100만 원을 넘는 사람들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사이에 걸쳐 있다.<박승헌 기자, 박훈상 기자>

 

[가난한 동네사장님]

“가족과 함께 밥 먹어 봤으면…”

 

■ 작년 직장 그만두고 편의점 연 자양동 30대 사장

“하루도 쉬는 날이 없으니 재충전이 안 되네요.” 23일 오전 2시경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자양골목 전통시장’ 인근 하모니마트 사장 김민수 씨(35)의 얼굴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손님이 뜸한 시간에 꾸벅꾸벅 졸다가 계산대 앞에 선 손님을 뒤늦게 발견하고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김 사장과 함께 보낸 24시간, 기자는 딱 하루만 지켜보는데도 두 다리가 퉁퉁 부었다.

대형마트 점장으로 일하던 김 씨는 지난해 3월 족저근막염이 매우 심해져 직장을 관뒀다. 그는 “발바닥이 아파 어쩔 수 없이 퇴사했지만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아 가게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금으로 전세 대출금을 갚고 다시 대출을 받아 지난해 5월 8일 편의점을 열었다. 하지만 현재 김 씨의 일은 더 늘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더 줄었다. 마진을 줄여 주변 가게에 비해 판매가를 낮췄지만 매출은 약간는 데 반해 순익은 그대로였다.

김 씨 가게는 24시간 문을 열지만 직원은 김 씨와 아내 이화연 씨(33) 둘뿐이다. 이 씨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김 씨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맞교대로 일한다.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교대시간 때 가게를 함께 정리하는 한두 시간이 전부다. 전 직장에서 하루 11시간을 일하던 김 씨는 오히려 사장님이 된 뒤 근무시간이 3시간 더 늘었다. 좁은 공간에서 일하고 퇴근 이후에는 잠자기 바쁘다 보니 몸무게는 1년 새 7∼8kg 늘었다.

부부는 식사시간이 따로 없다. 김 씨는 출출할 때면 팔리지 않아 유통기한이 지난 빵이나 우유, 김밥으로 끼니를 때운다. 가끔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을 때도 있지만 한 명이 서 있기도 힘든 좁고 밀폐된 창고에서 박스 위에 앉아 허겁지겁 먹기 일쑤다. 화장실에 갈 때도 가게 문을 잠그고 뛰어 갔다 와야 한다.

낮에는 이 씨가 가게를 지켰다. 가정주부였던 이 씨는 처음 가게로 출근할 때는 바깥일도 하고 남편을 돕는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했지만 살림과 가게 두 마리 토끼를 잡느라 이제는 고단하기만 할 뿐이다.

이 씨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점. 아이는 어린이집 교사나 할머니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5월 5일 어린이날에도 이 씨는 가게를 지키고 아침에 일을 마친 남편이 졸린 눈을 비비면서 딸과 함께 공원에 갔다. 이 씨는 “딸이 더 크면 엄마 아빠가 함께 해주지 못하는 빈자리를 더 크게 느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부부의 월 순수입은 180만 원, 시간당 2500원이었다.<김준일 기자>

 

[가난한 동네사장님]<상>

“난 시급 1600원짜리 사장…직장인이 부럽다”

“쉬는 날도 없이 밤늦도록 일하지만… 샐러리맨이 부럽다”


■ 망원동 골목 57명 만나보니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2도까지 오른 23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월드컵로 13길의 한 야채가게. 허름한 차양막은 햇빛을 온전히 막지 못했다. 간판도 없는 13m²(약 4평) 남짓한 가게 안에는 바싹 마른 양파와 잎 끝이 누렇게 변한 배추, 무 몇 개가 진열돼 있었다.

오전부터 가게에 나왔다는 채소가게 주인 할머니는 지나가는 행인에게 “첫 손님이니 좀 싸게 줄게요. 뭐 필요하세요?”라고 물었다. 오후 2시가 다 됐는데도 아직 개시조차 못한 상태였다. 할머니는 열기가 오르는 아스팔트 옆 그늘로 자리를 옮겨 쪼그려 앉아 손님을 기다렸다.

직장인들은 대부분 집에서 쉬는 토요일 오후였지만 이 거리의 ‘사장님’들은 이날도 대부분 가게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이 거리 가게 57개 중 이날 문을 닫은 가게는 4개뿐이었다.


○ ‘사장님’으로 불리는 상일꾼

동아일보 취재팀은 우리 주변의 자영업자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다세대주택과 빌라가 밀집해 있는 전형적인 주거지역인 서울 마포구 망원동 월드컵로 13길을 찾았다. 300m 정도 되는 이 거리의 자영업자 상당수는 한 달에 28일 이상, 하루 12시간 넘게 일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손에 쥐는 돈은 월평균 200만 원도 안 됐다.

남들은 “자기 가게가 있어서 좋겠다”고 하지만 이들은 “월급 받고 사는 직장인이 부럽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 거리에서 12년째 속옷 가게를 하고 있는 김모 씨(62·여)는 “하루에 7만 원어치도 못 파는데 요새는 대형 업체들이 창고 세일이니 뭐니 해서 매출이 더 떨어졌다”며 “이 나이에 다른 일 할 게 뭐 있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다른 음식점 사장도 “하루 14시간씩 일하지만 고작 시간당 3100원을 번다”며 “자영업을 시작한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가 침체되고 경쟁업체가 늘면서 경영 환경은 더 나빠졌다. ‘과잉 공급→사업 부진→부채 증가→생활 불안→자영업 재진입→과잉 공급’으로 이어지는 자영업의 악순환이 이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밤 12시 무렵 이곳을 다시 찾았지만 절반 가까운 가게가 ‘마지막 손님’을 기다리며 불을 밝히고 있었다. 바로 옆 주택가의 불은 대부분 꺼져 있었다.

○ 갈 곳 없어 가게 열었지만…

가난한 사장님들은 대부분 일자리가 없어 ‘등 떠밀린 창업’에 나선 경우다. 망원동 골목에서도 직장을 그만두고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가게를 낸 자영업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가업을 물려받거나, 수익성 있는 사업 아이템을 들고 뛰어든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곳에서 치킨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53)은 원래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디자인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인 그는 지난해까지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는 회사를 다녔지만 ‘감이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회사를 나왔다. 그래서 차린 게 이 가게였다. 김 씨는 “하루 순이익이 3만 원도 안 된다”며 “가게 문을 닫고 싶어도 창업비용 때문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즉석 탕수육을 파는 박모 사장(45)도 등 떠밀리듯 가게를 열었다. 한 해 5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중소기업 대표였던 그는 사업이 어려워지자 궁여지책으로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아무 배경 지식도 없이 지난달 가게를 낸 그는 “1억 원을 대출받아 장사를 시작했는데 한 달 순익이 150만 원 정도”라며 “개업 효과가 있었는데도 수익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쳐 눈앞이 캄캄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 “직장인이 부럽다”

24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자영업체가 폐업세일을 하고 있다. 이 일대 소규모 가게들은 휴일인 이날에도 대부분 문을 열고 영업 중이었지만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김미옥 기자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경기 상황은 좋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전국소상공인연합회가 2월 22일부터 3월 9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1599명을 대상으로 ‘소상공인 경영상황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7.6%가 현재 체감경기를 ‘어렵다’고 답했다. 올해 경영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한 소상공인들도 74.4%나 됐다. ‘호전될 것’이라고 말한 비율은 12.2%에 그쳤다.

실컷 일만 하고 수익은 쥐꼬리만 하다 보니 ‘허울뿐인 사장님들’은 “월급 받는 직장인이 부럽다”고 입을 모았다. 임승준 허브컵치킨 사장(30)은 지난해 10월 개업한 뒤 지금까지 8개월간 설날 당일 단 하루를 쉬었다. 임 씨가 부모와 함께 매일 17시간 일하며 올리는 매출은 한 달에 1250만 원 정도. 재료비와 월세 가스비 등을 빼면 한 달 순수익은 약 250만 원이다. 한 사람당 83만 원을 버는 셈이다. 시급으로 계산하면 1627원이다. 최저임금(시간당 4580원)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그는 “매일 일만 하다 보니 휴일에 쉬고 월급 받는 샐러리맨이 부럽다”고 했다.

최근에는 이 거리 자영업자에게 근심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전철역으로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마포구 합정동에 홈플러스가 입점해서다. 피자집 사장 이모 씨(45)는 “가게를 열고 나서 5년간 친구와 술 한잔 마신 날이 손에 꼽을 정도고, 친지들 경조사에도 못 가면서 일만 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대형마트까지 들어서면 매출이 줄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서동일 기자>

 

출처 : kominerba
글쓴이 : 한사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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