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의 딸이
지방에 소재한 기업에 취직해 전셋집을 알아보다가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비싼 아파트를 알게 돼 아예 사버렸죠."
최근의 주택시장 상황을 설명하던 국토해양부 고위관계자가 전한 얘기다.
국지적인 현상이지만 이미 지방의 아파트 전세가가 매매가를 넘나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이 관계자가 든 사례는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했다. 전용면적 84㎡의 아파트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300만원 비쌌던 것.
광주의 경우 공급이 뜸한 탓에 전세 품귀현상마저 빚으며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80%를 넘는 아파트가 적지 않다.
부동산정보업체가 발표한 전세가율은 호가 기준이란 점에서 수요가 덜한 매매시세가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감안하면 매매가와 전세가의 실거래가 차이는 이보다
더 좁혀질 수 있는 셈이다.
즉 전세가율이 90%에 근접했거나 일부의 경우 그 이상인 단지도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심리적 마지노선격인 '전세가율 60%'마저 넘어섰음에도 극심한 매수심리 위축으로 이같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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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헌정 |
25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광주의 아파트 전세가율(8월17일 기준·재건축 제외)은 75.28%로, 전국 평균(57.27%)보다 18.01%포인트 높다.
광주의 전세가율은 지난해 9월 74.04%를 기록한 후 11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매매가와 전세가의 간극을 꾸준히 좁히고 있다. 대구와 전북의 전세가율도 각각 71.93%, 70.97%로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수완동 '우미린2차' 84㎡(이하 전용면적)의 평균 매매가는 2억4000만원이지만 평균 전세가는 2억원선이다. 전세가율이 무려 83%에 달해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4000만원에 불과하다.
광주 봉선동 '금호2차' 84㎡는 매매가 1억9500만원, 전세가 1억6000만원으로 3500만원 차이에 그친다. 전세가율이 82%에 달하는 셈이다.
대구 월성동 '월성푸르지오'도 전세가율이 높은 단지 중 한 곳이다. 이 아파트의 84㎡ 매매가는 평균 2억4000만원, 전세가는 2억원으로 전세가율이 83%다. 대구 본리동 '래미안e편한세상2단지' 59㎡는 전세가율이 82%로, 매매가(1억8250만원)와 전세가(1억5000만원) 차이가 3250만원에 불과하다.
전북 전주시 금암동 '중앙하이츠' 84㎡의 매매가와 전세가는 각각 2억2000만원, 1억8000만원. 전세가율이 82%로, 가격 차이가 4000만원에 그친다.
광주 E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지방 아파트의 매매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광주도 상승세를 탔는데 전세물건이 워낙 없어 전세가가 더 많이 치고 올라갔다"며 "인기가 좋은 중소형 아파트 전세는 가격을 이전보다 높게 내놓아도 하루 만에 바로 계약될 정도"라고 귀띔했다.
지방의 경우 전세보다 월세가 많다는 지역적 특성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김은선 부동산114 연구원은 "지방은 아파트보다 단독이나 연립주택이 많고 전세보다 월세로 내놓는 경우가 많아 아파트 전세가율이 더욱 높아진 것"이라며 "구시가지에서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점도 해당 지역의 전세가 오름세를 부추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가가 매매가의 60% 수준을 웃돌면 세입자들이 매수로 전환하기 시작한다는 공식도 깨진 지 오래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앞으로 집값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전세가율이 높아져도 선뜻 매입에 나서지 않는다"며 "주택을 보유하면 재산세 등 세금부담도 있어 차라리 전세나 월세로 살겠다는 심리가 강해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주택을 매수하거나 신규분양보다 입주를 시작한 미분양아파트를 할인받으려는 실속파도 존재한다. 실제 광주시의 준공 후 미분양아파트는 지난 7월 말 기준 101가구로, 올 들어 59%(148가구)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에 위치한 준공 후 미분양아파트 감소율 1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