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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정치권이 망쳐놓은 한진중공업 사태

good해월 2012. 11. 13. 17:06

지난 주말 한진중공업 해고 근로자 92명이 복직돼 현장으로 돌아왔다. 크레인 농성과 ‘희망버스’, 그리고 국회 청문회를 거치면서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는 정치권의 압박에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해고 근로자를 1년 후 복직시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유급 휴직이다. 일감이 없어 기존 생산직원 700여 명 중 500여 명이 돌아가면서 유급 휴직을 하는 마당에 복직 근로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현재 한진중의 도크에는 딱 한 척의 군함만 건조되고 있다. 2008년 이후 주력업종인 상선(商船)을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조선업계는 최악의 불황에 빠져 있다. 전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유럽 재정위기로 돈줄이 바짝 말라 유럽 선사(船社)들이 기존 발주물량까지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수주 물량이 반의반 토막 나면서 남해안 조선벨트는 쑥대밭이 된 지 오래다. 해양설비와 LNG선으로 사업다각화에 성공한 현대중·삼성중·대우해양조선을 제외하면 멀쩡한 기업을 찾기 힘들다. 오죽하면 가장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다는 현대중공업조차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을 정도일까.

 얼마 전 남해안과 중국 다롄(大連)을 돌아본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조선업이 지속 가능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STX조선은 경남 창원의 도크를 증설하려 했으나 환경단체의 반대로 2007년 다롄에 창원보다 5배나 큰 조선소를 지었다. 현재 그곳에는 3만여 명(협력업체 포함)이 한진중과 똑같은 중형 탱커를 짓고 있다. 이 조선소는 낮은 임금과 높은 생산성으로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싱가포르 탱커퍼시픽으로부터 5만DWT급 탱커 4척을 수주했다.

 돌아보면 한진중이 2010년 12월 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은 제대로 된 경영 판단이었다. STX조선처럼 한진중이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로 생산 거점을 옮긴 것도 합리적인 조치였다. 이런 회생기회를 크레인 농성과 희망버스, 정치권이 망쳐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과연 복직 근로자들은 행복할까. 그들도 단 하루 출근의 기쁨을 맛본 채 기약 없는 순환휴직에 들어갔다. 한진중은 새로운 잉여인력과 막대한 인건비를 추가로 떠안게 됐다.

 우리 사회가 치뤄야 할 간접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제 한국에선 경영이 나빠져도 정리해고가 어렵게 됐다. 외부 세력이 노사관계에 개입하는 곳에 누가 선뜻 투자하겠는가. 정규직 노조원 92명을 복직시키기 위해 그동안 소리 없이 3000여 명의 협력업체 직원이 희생된 것도 불편한 진실이다. 그나마 한진중에 “회사가 잘돼야 근로자가 산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다행이다. 이미 압도적 다수가 강성노조에서 새 노조로 옮겨갔다. 냉정하게 보면 한진중 근로자의 경쟁상대는 사용자가 아니라 다롄 조선소에서 월 50만원을 받고 일하는 중국 근로자들이다. 한진중의 운명은 크레인 농성장이나 국회 청문회가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판가름 난다. 한진중의 미래는 노사가 똘똘 뭉쳐 얼마나 경쟁력 있는 조선소로 만들어 나갈지에 달렸다. 부산 영도의 좁은 도크에서 마지막 기적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중앙일보>

출처 : 두 리 번
글쓴이 : haj4062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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