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곳은 어디일까. 아마 충남 아산에 있는 현충사가 아닐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기리기 위해 지은 이곳은 기념관과 사당도 잘 돼 있지만 정원이 그야말로 명품이다. 온갖 정원수가 제 각각 자리를 잡고 있고 관리가 잘 돼 시원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단아하면서 운치와 기품이 있다.
교육관에 들어가면 각종 유품 전시와 함께 이순신 장군이 참가한 전투 장면을 4D로 보여주는 소극장도 있다. 4D란 3D로 영화를 보면서 배에 탄 것처럼 좌석이 움직이고 가끔 물안개도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진짜 전쟁터 한 가운데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고조선 때부터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태어난 가장 위대한 인물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세종대왕과 충무공을 들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방 등 모든 분야에서 혁혁한 업적을 세워 조선의 기틀을 다진 세종대왕이 조지 워싱턴을 닮았다면 조선을 일본 침략에서 구하느라 생명까지 바친 이순신은 링컨과 흡사하다.
다시 이 둘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충무공을 택해야 할 것이다. 세종대왕이 없더라도 조선은 있었겠지만 이순신이 없었더라면 조선도 한민족도 존립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선 수군의 연전연승이 없었더라면 명은 아마도 원군을 파견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게 됐더라면 한반도는 400년 전 일본의 영토로 편입돼 한민족도 일본 민족이 돼 버렸을지 모른다. 일제 35년 동안만으로도 한민족 문화가 말살될 뻔 했었는데 그 기간이 400년이었더라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국인들이 이순신을 우러르는 것은 그가 조국을 살리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계 전사상 유례없는 연전연승의 기록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원균이 칠천량 전투에서 참패해 조선 해군이 궤멸되고 감옥에 있던 이순신이 부랴부랴 복직된 후 그가 조정에 올린 장계에서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고 신은 죽지 않았습니다... 신이 살아 있는 사실을 아는 한 왜적이 감히 우리를 업수이 여기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쓴 대목은 수백 년의 세월을 넘어 아직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이순신은 과연 그 후 명량대첩에서 13척의 배로 333척의 일본 대함대를 격파하는 기적을 일궈낸다. 그 날은 아마 조선 수군사상 가장 명랑한 날이었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조선 수군의 연전연승은 이순신의 뛰어난 지도력에 힘입은 바 크지만 그보다 훨씬 덜 알려진 고려 말 한 화약 연구가의 공도 그에 못지않다.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한민족을 괴롭힌 왜구를 퇴치하는 데는 대포 개발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한 최무선은 벼슬도 팽개치고 화약 연구에 몰두하면서 조정에 간언해 화약 무기 제조창인 화통도감을 설치토록 한다.
그는 대포 제조에 만족하지 않고 이를 배에 설치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 자신이 만든 함포 장착 함대를 이끌고 왜구 토벌에 나서 혁혁한 전과도 세운다. 그의 기술은 아들과 손자를 통해 조선 초까지 이어져 내려오며 강력한 조선 수군의 기초가 된다.
임진왜란 초 왜군은 조총으로 무장된 강한 육군을 가지고 있었지만 수군은 형편없이 약했다. 일본 배는 크기도 작고 밑바닥이 뾰족해 충격에 약해 대포 장착이 거의 불가능했다. 반면 조선 수군의 주력선인 판옥선은 덩치가 크고 밑바닥이 평평해 대포를 쏴도 무리가 없었다. 대포가 없는 일본 배는 조선 함대와 마주치면 떠다니는 관이나 다름없었다. 멀리서 날아오는 포탄을 두들겨 맞는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왜구의 잦은 침략이 조선 화기의 발달을 도왔고 이것이 임진년 왜군 침략을 저지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올해는 임진왜란이 발발한지 420년 만에 다시 맞는 임진년이고 오는 16일은 충무공이 노량해전에서 숨을 거둔지 414 주기가 되는 날이다. 칼바람 부는 겨울 바다에서 나라와 민족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성웅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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