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보은행복

[스크랩] 불(不)처분 결정

good해월 2012. 12. 29. 07:55

 

20012년 4월에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소년 법정이었습니다.

서울 도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구속된 소녀(16세)는 피고석에 앉아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 기옥 부장판사님이 조용한 법정 안에 들어 왔습니다. 보호처분을 예상하고 어깨가 잔뜩 움츠리고 있던 소녀가 쭈뼛쭈뼛 일어나자 소녀를 향해 판사님은 다정한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입을 열어 말했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날 따라 힘차게 외쳐 보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게 생겼다."

 

예상치 못한 재판장의 요구에 잠시 머뭇거리던 소녀는 나지막하게 따라 말했습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게 생겼다."

 

그러자 판사님은 더 큰소리로 나를 따라 하라고 하면서 "나는 이 세상이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큰 목소리로 따라하던 소녀는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는 말을 외칠 때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소녀는 작년 가을부터 14건의 절도, 폭행 등의 범죄로 소년 법정에 섰던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무거운 형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판사님은 이외로 소녀에게 법정에서 일어나 이렇게 외치도록 판결을 내렸습니다.

 

소녀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반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였으며 장래 간호사를 꿈꾸던 발랄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초 귀가 길에서 남학생 여러 명에게 끌려가 집단폭행을 당하면서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그 때의 후유증으로 소녀는 병원의 치료를 받았고 홀어머니는 그 충격으로 신체 일부가 마비되었고 이 충격으로 학교를 겉돌다 비행 청소년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범행을 저지르기까지 했습니다.

 

판사님은 법정에서 지켜보던 참관인들 앞에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이 소녀는 가해자로 재판에 나왔지만 이 소녀가 이렇게 삶이 망가진 것을 보면서 누가 이 소녀를 가해자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 아이의 잘못에 책임을 따진다면 여기에 앉아있는 여러분과 우리 자신일 것입니다. 이 소녀가 다시 이 세상에서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 아이가 잃어버린 자존심을 우리가 다시 찾아주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눈시울이 붉어진 판사님은 눈물로 범벅이 된 소녀를 법대 앞으로 불러 세우고는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중요할까?. 그건 바로 너야. 이 사실만 잊지 않는다면"하면서 두 손을 쭉 뻗어 소녀의 손을 잡고는 말을 계속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꼭 안아주고 싶지만 너와 나 사이에는 법대가 가로막혀 있어 이정도 밖에 할 수 없어 미안하구나.”

 

우리는 김 판사님의 감동적인 판결을 들으면서 우리들은 너무나 자주 젊은이들을 나무라고 비난하고 그들을 정죄할 때가 많았음을 부끄러워하게 됩니다. 젊은이들은 이 나라와 이 사회를 이끌어 갈 일꾼이며 주인공입니다. 이들을 돌보는 일들은 우리가 담당해야 할 일임에도 이를 등한히 한 것은 우리의 잘못일 뿐입니다.

 

김귀옥 부장판사님은 이 모든 것을 감안하여 이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아무 처분도 하지 않는 불(不)처분 결정을 내렸던 것입니다. 재판정에 있었던 소녀의 홀어머니와 방청객 그리고 재판진행을 돕던 참여관, 실무관·법정 경위의 눈시울도 빨개지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출처 : 백수가 시간을 만났을 때
글쓴이 : 불혹의아기캥거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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