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익정보행복

[스크랩] `인터스텔라`, 지구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 영화

good해월 2014. 11. 15. 09:41

'인터스텔라', 지구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 영화

글 | 이상흔 조선pub 기자

본문이미지

지난 주말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를 보았다. 근래 몇년 동안 극장을 나서면서 만족감이 이처럼 높았던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인터스텔라는 한마디로 ‘차원’이 다른 SF(공상과학) 영화라고 할 수 있다. SF영화의 등식처럼 되어 있는 화려한 액션이나 영웅화된 주인공 없이 드라마를 통해 3시간 가까운 장편 영화에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영화에서 이야기 구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한다. 구성에서도 기존 SF영화와도 차원이 다르지만, 실제로도 영화는 생소한 ‘5차원’ 세계를 등장시켜 관객들이 ‘색다른 차원’ 을 경험하게 한다.
 
우주에 관한 최신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처럼 탄탄하게 얽혀 있지만, 기본 스토리는 가족애와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다. 놀란 감독의 전작인 ‘인셉션’ 처럼 복선이 중첩으로 얽혀 있지 않아 누구나 영화의 이야기를 쉽게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 전반에 걸쳐 상당한 복선과 암시를 깔아 놓았음을 알게 되면서 그 치밀한 구성에 감탄이 터져 나왔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몇백년 후의 미래인듯하다. 우주체 발사 기술 측면에서는 현재 인류가 가진 우주 기술에서 특별히 진보된 점은 없지만, 수년에 걸친 장거리 우주여행에 필요한 기술적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한 상태다.
 
예를 들면, 우주선 내에서 중력 문제를 해결했는데 이는 장거리 우주여행에서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영화에서는 우주선을 회전시킬 때 발생하는 원심력을 통해 인공중력을 구현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엄청난 진보가 이루어진 시대다. 인간이 자유롭게 동면(冬眠) 상태가 되고, 다시 깨어나는 기술을 확보한 시대이기 때문이다(도대체 몇 백년 후에 이런 일이 가능할까?).
 
우주의 시공간을 이동하는 통로 '웜홀'
 
본문이미지
영화에서 이미지로 표현된 블랙홀.
영화의 배경이 될 무렵의 지구는 희망이 없는 곳이 되고 말았다. 기껏해야 한두 세대가 더 생존할 수는 있겠지만, 이상 바이러스 증식으로 인해 지구는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결국 인간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될 운명에 처했다. 그야말로 멸종에 직면한 인류지만 과학 기술로도 거대한 자연현상을 거스를 수는 없다.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구와 유사한 행성을 찾아 이주하는 것. 미국의 NASA는 비밀리에 인간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섰고, 결국 오랜 노력 끝에 후보 행성 몇 군대를 발견했다. 영화는 이 후보군 행성이 실제로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곳인지 알아내기 위해 우주 탐사대를 보내서 확인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문제는 인간이 개발 가능한 우주선으로는 몇 백년, 몇 천년 아니 몇 만년을 날아가 본들 태양계 밖에 있는 행성의 그림자조차 구경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영화에서는 장거리 우주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웜홀(worm hole) 이론을 등장시켰다. 웜홀은 시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통로인데, 시공간이 어떤 물리적 힘에 의해 뒤틀리면서 거리가 먼 다른 은하 혹은 그보다 훨씬 먼 우주 공간까지 이동이 가능한 통로가 만들어진다는 이론이다.
 
영화에서 시공간을 이동할 수 있게 도와주는 웜홀은 토성 부근에 생겼다. 이 구세주와 같은 웜홀은 ‘그들’이라는 미지의 존재가 만든 것으로 설정된다(영화를 끝까지 보면 그들이 누군지 유추할 수 있다). 어쨌든 인간은 우주선을 타고 토성 근처의 웜홀에 도달하기까지 약 2년간 우주여행을 해야 한다. 그 지루한 여행 과정에 동면이라는 생명공학 기술의 덕을 본다.
 
탐사대에게는 웜홀을 통과한 후 도착한 우주 공간에서 미리 점찍어 둔 후보 행성 몇 곳을 조사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탐사대는 새로 발견한 행성이 사람이 사는 데 적합한지 아닌지에 대한 분석 결과를 지구(NASA)에 보고해야 한다.
 
지구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탐사대에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 후보 행성을 탐험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탐사대원들 사이에서도 갈등을 빚는 등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등장인물 중 누구의 행동과 판단이 옳은지 강요된 답은 없다. 
 
본문이미지
웜홀을 통과하고 블랙홀을 스쳐 우주 탐사대가 도착한 한 행성은 물로 뒤덮혀 있다. 여배우 앤헤서웨이가 열연하고 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인간의 이야기
 
영화에서는 상대성이론과 웜홀, 블랙홀 그리고 중력의 법칙, 5차원 이론 등의 중요 우주과학 이론이 등장한다.
 
감독은 이들 이론을 바탕으로 시공을 초월한 장거리 우주 여행이 가능하게 하며, 상상력을 발휘해 과학이론을 영상으로 훌륭하게 표현했다. 영화에 등장한 우주과학 이론은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로 작용한다. 인터넷에는 영화에 등장한 우주과학 이론에 대한 분석이 영화 후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이에 관한 활발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에서는 블랙홀이 시공간을 뒤틀며, 심지어 5차원의 세계로 안내하는 매개체로 등장한다. 5차원의 공간은 현실 세계와 연결해주는 공간이기도 하면서 상호간섭을 할 수 없는 독특한 시공간으로 설정되었다. 관객의 시각에 따라 이 5차원 공간은 다양하게 해석되며, 먼 후손인 신인류가 만들어낸 공간일 수도 있다. 이론과 철학이 배합된 공간이다. 
 
영화는 우주에 대한 풍부한 볼거리와 상상력을 제공하지만, 기본적으로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거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영화를 본 필자는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인간의 존재’ 그리고, 지구라는 행성에 대해 생각했다. 감독이 그렇게 의도했다면 감독의 의도에 부합 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를 가족 간의 사랑 이야기로 받아들여도 크게 잘못된 점은 없을 듯하다. 
 
어쨌든 지난 1년간 개봉한 영화를 거의 대부분 보았지만, 막상 기억나는 영화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긴 여운을 남기고, 인간과 우주에 대한 사색을 하게 만든 영화가 등장한 것 자체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본문이미지
M81 은하단. 우주는 별이 모여 형성된 은하와 은하가 무리를 이룬 거대한 은하단의 집합체다. 별과 별, 은하와 은하 사이는 끝없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NASA

인간이란 무엇인가?
 
토성의 거대한 고리 옆을 지나는 탐사 우주선의 불빛 하나. 그 보잘것없는 작은 공간에서 내뿜는 희미한 불빛이 인간의 미래를 짊어진 희망의 빛처럼 반짝일 때 장엄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줄기 슬픔도 새어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도대체 무엇이 인간으로 하여금 미지의 우주 속을 향해 목숨을 건 항해를 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필자는 이 장면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생각했다. 인간은 지구 위의 다른 생명체와 달리 자기 종족의 운명 외의 다른 종족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는 유일한 생명체다. 인간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들의 운명에도 관심을 가지는 유일한 생명체다. 인간은 먹고사는 문제 이외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유일한 생명체다. 인간은 자신의 기원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유일한 생명체다.
 
또한 인간은 우주의 존재를 증명하는 유일한 목격자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생명체다. 인간이 없으면 137억년 전 우주 탄생의 거대한 드라마도, 46억년에 이르는 장구한 지구의 역사도 아무도 알아주는 이가 없는 쓸쓸한 쇼가 될 뻔하였다.
 
인간은 지금까지 쌓아온 과학적 지식을 통해 자신이 어디에서 왔으며, 머나먼 미래에 지구가 맞이할 최후의 날을 알 수 있는 존재다. 이러한 인간의 지적 능력과 호기심이 바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게 만들고 있는 원동력인 것이다.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 하는 한 영원히 우주탐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는 어쩌면 인식을 지닌 인류가 우주로부터 부여받은 사명이 아닐까?
 
우주는 마법의 공간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필자는 먼 훗날 막상 인류가 자신들의 최후를 인지했을 때는 영화에서처럼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우주 공간을 여행할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지구 환경이 철저하게 파괴되어 인류가 파멸을 맞이할 때쯤이면 이미 돌이키기에 너무 늦은 상태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인류 최후의 날이 1만년 후가 되든, 10만년 후가 되든 그 시기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아무리 훌륭한 과학기술을 가졌든, 심지어 외계의 지적 생명체와 교신에 성공하든 상관이 없이 인류는 자신들이 탄생한 지구위에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 새로운 행성으로 삶의 터전을 옮길 수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영화와는 달리 인간의 우주선은 단 1광년의 물리적인 거리조차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물론 화성이나 달 정도에 작은 공간의 터전 정도는 건설할 수 있다). 생명체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가장 가까운 항성계까지 가는 데도 현재의 기술로 10만년이 걸리는 데, 이런 우주 여행은 가능하지도 않고 별 의미도 없다.
 
우리가 우주를 대할 때 명심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면, 우주의 시공간은 언제나 동일한 물리법칙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이다.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1억년을 내달려본들 그곳 역시 동일한 물리법칙이 작용하는 우주의 한 공간이며, 시간을 미래로 10억년 혹은 과거로 10억년을 되돌린다고 해도 그 역시 같은 우주공간일뿐이다. 우주는 무슨 요상한 마법이 판치는 공간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아무리 먼 미래라고 해서 우주의 물리법칙이 예외일 수 없으며, 인간 자체가 빛의 존재로 변신하지 않는 한 광활한 우주의 물리적 거리를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설사 빛의 속도로 우주 공간을 움직인다 해도 우리 은하만 가로 세로로 대충 훑어보는데도 몇 만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결국 아쉽지만 인간은 영원히 지구와 유사한 행성에 가 볼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바꾸어 말하면 그 어떤 외계의 지적인 생명체도 우주의 물리적인 제약조건을 극복할 수가 없기 때문에 위기에 처한 지구인을 구하러 올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다. 이는 지적인 외계 생명체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과학기술을 동원해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발견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인류의 미래는 우리 자신의 손에 달린 것
 
본문이미지
이런 사실을 이해할 때 지구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일 수 밖에 없다. 지구는 어느 생명체에게나 동일한 삶의 기회를 주지만, 그렇다고 어느 한 생명체를 편애하지도 않는다. 자연은 기회가 되면 그 어떤 자비심도 보이지 않고, 인간의 흔적을 지구 위에서 말끔하게 지워버리고 또 다른 생명체에게 번성의 터전을 내어줄 것이다. 
 
이성을 지닌 인간은 자신들이 맞이할 운명에 대해 기뻐하거나 슬퍼할 수 있지만, 지구 자체는 무생물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 지구는 그 표면에 인간이 살든 공룡이 살든 혹은 부글부글 끓는 용암의 바다가 펼쳐지든 전혀 개의치 않는다. 지구는 태양의 에너지가 소진되어 종말을 맞을 때까지 앞으로 수십억년 동안 무심한 자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우주의 존재와 자신의 위치, 운명을 인지할 수 있는 지적인 생명체지만, 유일한 자기 삶의 터전인 지구의 환경을 무참히 파괴하는 어리석은 존재이기도 하다. 인류는 그 시작도 지구에서 했지만, 그 마지막도 지구 위에서 마칠 것이다. '인류 최후의 날'은 시간이 흐름속에서 어쩔 수 없이 맞이하는 상황이 아니라, 자연을 무차별적으로 탐하는 인간의 욕심에 의해 앞당겨진 재앙의 형태로 다가 올 가능성이 크다. 
 
생명체가 사는 지구는 유일하며, 특별하며, 외로운 행성이다. 우주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발딛고 있는 이 특별한 행성에 대해 먼저 고마움을 가져야 한다. 인류의 미래는 궁극적으로 우리 스스로가 지구의 가치를 깨닫고,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지 과학이나 우주 기술에 달린 것이 아니다.
 
출처 : 학성산의 행복찾기
글쓴이 : 학성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