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진료에 6800명 후원… 수백명은 이름 안밝혀
지난 2월 새벽 누군가가 요셉의원 현관 문틈에 꽂아 놓은 1만원권 5장이 문이 열린 직후 땅에 떨어져 있다(위). 아래는 서울 영등포역 앞 ‘요셉의원’ 건물. /요셉의원 제공
영등포역 주변 쪽방촌 한가운데에 있는 요셉의원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1987년부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무료로 진료해왔다. 후원자 6800여명 중 '절대로 내 이름을 묻지 말라'거나 몰래 병원에 돈을 놓고 가는 익명의 후원자가 수백 명이다. 아녜스 할머니 같은 고액 기부자도 있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남몰래 후원하는 소액 기부자가 더 많다고 한다.
지난해 12월엔 앞을 못 보는 20대 시각 장애 여성이 한 남성의 부축을 받고 요셉의원 4층 총무팀을 찾았다. 바싹 마른 이 여성은 총무팀 직원에게 5만원을 내밀며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써달라"고 하고선 직원이 이름을 묻자 여성은 "빨리 가봐야 한다"며 다시 부축을 받고 병원 문을 나섰다. 지난 2월 어느 새벽엔 누군가가 1만원짜리 지폐 5장을 병원 현관 문틈에 꽂아놓고 사라졌다. 병원 측은 "돈이 봉투에 들어 있지 않았고 꼬깃꼬깃한 걸로 보아 기부자도 어렵게 마련한 돈 같았다"고 했다.
남루한 행색의 익명 후원자들은 "나같이 못난 사람이 기부하는 게 부끄럽다" "적은 돈인데 이름까지 알리기 민망하다"고 말한다고 한다. 또 멀리서 찾아와 "남한테 기부하는 걸 우리 아이들이 알면 곤란하다" "의미 있는 일일수록 다른 사람이 모르게 해야 한다"고 말하곤 병원 문을 서둘러 나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요셉의원 자원봉사자 윤희문(79)씨는 "삭막한 세상에서 귀한 일을 하면서 끝내 자신을 감추는 익명의 후원자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으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