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12 03:23
작년 세월호 참사 때 승객 김홍경씨는 맨 꼭대기 5층 오른쪽 끝방에 있었다. 배가 왼쪽으로 기울고 있어 가장 빨리 탈출할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러나 3~4층 객실에서 "살려 달라"고 외치는 단원고 학생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김씨는 구명조끼 수십 벌을 찾아 학생들에게 던졌다. 객실 커튼을 뜯고 소방 호스를 풀어 엮은 로프로 학생 20여 명을 구조했다. 그는 '세월호 의인(義人)' 중 한 명으로 꼽혔다.
1년 2개월여가 흐른 지금 김씨의 존재는 잊혀버렸다. 그뿐 아니다. 참사 후 몇 달간 불면증에 시달리다 작년 12월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하고 있다. 배관 설비 기술자인 김씨는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승합차와 장비를 잃었고, 암 치료를 하느라 1500만원 빚까지 졌다. 그러나 정부 지원액은 중고차 값 등 530만원이 전부다. 그마저도 지난 5일에야 받았다.
김홍경씨뿐 아니다. 화물 기사 김동수씨도 당시 소방 호스로 학생 20여 명을 구조했다. 김씨는 그 후 물만 보면 공포를 느끼는 정신 장애를 겪었고 손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생계난까지 겹쳤다. 그는 지난 3월 흉기로 자해(自害)를 시도했다. 김씨는 의사상자(義死傷者) 지원 신청을 했으나 여태 소식이 없다.
정부는 세월호 승객을 구조하다 숨지거나 다친 사람들을 의사상자로 인정해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인정 요건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어렵게 의사상자로 인정돼도 보상금으로 사망자는 2억원, 부상자는 등급에 따라 2억원 이내에서 차등 지급을 받는다.
단원고 학생 유가족은 1인당 평균 손해배상금 4억2000만원에다 국비와 국민 성금으로 위로 지원금 3억원씩 받는다. 위로 지원금 3억원 중 2억1000만원은 국민 성금 1141억원에서 나온다. 그러나 구조 활동을 하다가 사망한 민간 잠수사 2명에게 주는 국민 성금은 1억500만원씩에 불과하다.
김홍경씨는 "세상의 끝에 내몰려 보니 한국에선 목청이 커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후회가 된다"고 했다. 김동수씨도 "유족에 비해 홀대를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세월호 의인들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학생들을 구조했다. 이들은 정부 조치만 기다리며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돌아간 건 무관심과 푸대접뿐이다.
별의별 시위와 구호로 온 나라를 흔들었던 사람들에겐 보상금을 얹어 주고, 구조 활동 하다가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람들은 외면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런 나라에서 누가 자기 생명을 걸고 남을 구하려 나서겠는가. 자기 욕심만 앞세우는 사람들이 판을 치고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 사람들은 손해를 봐야 하는 나라가 갈 길은 뻔하다. 감당하기 어려운 국가적 재난(災難)이 닥치면 모두 뿔뿔이 흩어지며 나라가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
1년 2개월여가 흐른 지금 김씨의 존재는 잊혀버렸다. 그뿐 아니다. 참사 후 몇 달간 불면증에 시달리다 작년 12월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투병하고 있다. 배관 설비 기술자인 김씨는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승합차와 장비를 잃었고, 암 치료를 하느라 1500만원 빚까지 졌다. 그러나 정부 지원액은 중고차 값 등 530만원이 전부다. 그마저도 지난 5일에야 받았다.
김홍경씨뿐 아니다. 화물 기사 김동수씨도 당시 소방 호스로 학생 20여 명을 구조했다. 김씨는 그 후 물만 보면 공포를 느끼는 정신 장애를 겪었고 손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됐다. 생계난까지 겹쳤다. 그는 지난 3월 흉기로 자해(自害)를 시도했다. 김씨는 의사상자(義死傷者) 지원 신청을 했으나 여태 소식이 없다.
정부는 세월호 승객을 구조하다 숨지거나 다친 사람들을 의사상자로 인정해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인정 요건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어렵게 의사상자로 인정돼도 보상금으로 사망자는 2억원, 부상자는 등급에 따라 2억원 이내에서 차등 지급을 받는다.
단원고 학생 유가족은 1인당 평균 손해배상금 4억2000만원에다 국비와 국민 성금으로 위로 지원금 3억원씩 받는다. 위로 지원금 3억원 중 2억1000만원은 국민 성금 1141억원에서 나온다. 그러나 구조 활동을 하다가 사망한 민간 잠수사 2명에게 주는 국민 성금은 1억500만원씩에 불과하다.
김홍경씨는 "세상의 끝에 내몰려 보니 한국에선 목청이 커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후회가 된다"고 했다. 김동수씨도 "유족에 비해 홀대를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세월호 의인들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학생들을 구조했다. 이들은 정부 조치만 기다리며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돌아간 건 무관심과 푸대접뿐이다.
별의별 시위와 구호로 온 나라를 흔들었던 사람들에겐 보상금을 얹어 주고, 구조 활동 하다가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람들은 외면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런 나라에서 누가 자기 생명을 걸고 남을 구하려 나서겠는가. 자기 욕심만 앞세우는 사람들이 판을 치고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 사람들은 손해를 봐야 하는 나라가 갈 길은 뻔하다. 감당하기 어려운 국가적 재난(災難)이 닥치면 모두 뿔뿔이 흩어지며 나라가 모래성처럼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