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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우리나라에 진짜 무릉도원이 있다 - 강원 영월 무릉리 마애불

good해월 2015. 6. 21. 07:57

입력 : 2015.04.10 14:03 | 수정 : 2015.06.20 14:02

우리나라 영월에도 무릉도원이 있다
요즘 SF영화를 보면 잘 훈련된 사회 구성원들 중심으로 운영되는 계획화된 이상 사회가 배경이 되는 경우가 있다. 과연 이런 인위적인 이상향이 오랫동안 지속 가능할까? 영화의 결말에서는 대개 그 사회가 여러 가지 모순점이나 부작용으로 무너지게 되는데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가끔 심신이 피곤할 때 한 번씩은 히말라야 산속에 있다는 샹그릴라나 무릉도원처럼 자연적으로 주어진 천혜의 이상향(理想鄕)을 떠올릴 때가 있다. 무릉도원(武陵桃源)은 중국 진나라 시대의 한 어부가 냇가를 따라 상류로 올라가다가 복사꽃 핀 복숭아나무 숲을 지난 곳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 무릉도원이 우리나라에도 있으니 한번 가봐야 하지 않을까?

주천강과 요선암, 절벽의 소나무들이 어우러진 무릉도원 같은 절경
주천강 물길(水·물 수)이 돌아선(周·두루 주) 곳에 수주면(水周面)이 있고 이 수주면에 무릉도원이 있다. 행정구역 상의 명칭으로 무릉리와 도원리가 함께 하는 곳이다.

	주천강 가의 돌개 구멍이 있는 요선암
주천강 가의 돌개 구멍이 있는 요선암
상류에서 구비구비 흘러 내려오던 주천강이 중간에서 차돌처럼 매끄러운 강가 바위마다 둥근 모양으로 깊게 패인 돌개 구멍을 만들었다. 구멍이 뚫려 있는 바위들에서는 세월의 신비가 느껴진다. 이들 바위가 요선암이다. 요선암(邀僊岩)에서는 신선(僊·신선 선)을 맞이하여(邀·맞을 요) 그들과 함께 모든 것을 잊고 술 한 잔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바위들 앞으로 흐르는 주천강(酒泉江)에서는 술(酒·술 주)이 샘(泉·샘 천) 솟고 있으니 술이 바닥날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강 옆에 높이 솟은 절벽과 그곳에 나 있는 소나무들도 몸을 비틀어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다. 아마도 강물에 복사꽃잎들이 떠내려오고 있었다면 누구라도 무릉도원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무릉도원 같은 절경에 빠져 있다 보니 속세의 번잡함은 절로 잊혀지고 마음은 한없이 편해진다.

입가에 오롯이 번지는 마애불의 미소에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요선암 바로 옆에 높이가 50m 이상은 돼 보이는 절벽이 있다. 그 절벽 끝에 특이한 모양의 바위가 한 개 있는데 이 바위에 부처가 새겨져 있다. 연꽃 대좌 위에 앉아 있는 마애불은 상체에 비해 하체가 크고 넓게 새겨져 있어서 안정감을 준다.

	마애불 전경
마애불 전경
높은 돋을새김으로 새겨진 둥근 얼굴에 아침 햇빛이 드니 지방화되고 토속화되는 고려 시대의 모습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질감이 투박하고 거친 바위 표면에 새겨진 얼굴은 막사발처럼 정이 갔다. 큰 눈망울에 뭉툭하지만 높은 코는 먼 길을 달려온 피로감을 덜어줄 만큼 포근했다. 게다가 두툼한 입가에 오롯이 번지는 미소에 마음도 편안해졌다.

이곳 마애불은 신선이 사는 무릉도원과 어우러진 바위에 새겨졌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전의 신선 세계를 부처 세계로 바꾼 듯했다. 그러면서 부처 세계는 이처럼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이곳에 머무르면 마음도 편해지고 안식을 찾을 수 있다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마애불
마애불

마애불 바로 옆에는 3층 석탑이 있고, 요선정이라는 정자도 있다. 좁은 공간에 삼삼오오 몰려 들었던 단체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다 지나가고 난 자리에는 북적거림과 시끄러움 대신 고요만이 남았다.

어느 새 땅거미가 조용히 내려 앉았다. 영월버스터미널 옆 전통시장인 서부시장 안에 메밀전병을 파는 곳이 여럿 모여 있다. 이곳에서 저녁 식사 대신 김치를 넣은 메밀전병을 맛있게 먹었다. 높고 깊은 산 속이 아니라 계곡 물가에 있어서 가기도 쉬운데 많이 걸은 탓인지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 들었다. 그때서야 내가 무릉도원이 아니라 속세에 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조닷

출처 : *도경이네 jia`s blog*
글쓴이 : yellowday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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