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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자식과 웬수 사이… 캥거루 가족의 불편한 동거

good해월 2016. 6. 16. 09:43


자식과 웬수 사이… 캥거루 가족의 불편한 동거

30대 자식은 같은 주거 공간 안에 사는 ‘동거인’, 그 이상이다.
부모는 여전히 양육의 부담을 안고, 자식은 '애 취급' 받는다.
60대 이상 부모와 30대 이상 자녀 간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 변희원·최주용·손호영 기자,편집=이석진 

60대 부모 “생활비 받아도 너 때문에 적자다… 손주라도 있으면 보람이라도 있지”
30대 자녀 “월세 구하려해도 너무 비싸요, 엄마 생활비 안드렸으면 난 진작 독립”

60대 부모와 30대 싱글 자녀
캥거루가족은 오늘도 불편한 동거

딸아, 보아라 
지금 식탁엔 네가 아침에 손도 안 대고 간 밥과 찌개가 식어가고 있구나. 이거 차리려고 내가 몇 시에 일어났는지 알기는 하니?
내가 깨워야 겨우 일어나는 것도, 숟가락 들고 쫓아다니며 “한입만 먹고 가라”며 애원하는 것도 고등학교 때와 달라진 게 없구나. 그땐 내가 마흔 중반이었지. 허리도 무릎도 아직 괜찮을 때였어. 네가 대학만 가면, 취직만 하면, 그리고 결혼만 하면 이것도 다 끝이라 생각하고 널 위해 기꺼이 밥, 청소, 빨래를 했다. 그날이 오면 은퇴한 네 아빠랑 유유자적 놀러나 다닐 줄 알았지. 그리고 20년이 지났구나. 넌 서른여덟이고, 난 환갑을 넘겼다. 난 아직도 네 방을 청소하고, 네가 먹을 밥상을 차리고, 네 속옷을 빨고 있구나. 어젠 네 방을 쓸고 닦고 나니까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나는 이제 할머니라고 불려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가 됐다. 문득 죽는 날까지 이러고 사는 게 아닌지 겁이 덜컥 나는구나.
네가 생활비로 건네는 용돈, 필요 없다. 네가 몇 시에 들어올지, 아침은 챙겨줘야 하는지 걱정하는 것도 이제 안 하련다. 네 나이 때 나는 집 걱정, 남편 걱정, 자식 걱정 하면서 살았다. 너한테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으마. 제발 네 한몸이라도 건사하며 사는 어른이 되거라. 부디 3개월 안에 방 얻어서 나가주길 바란다.
※추신: 이번 주 회식 무슨 요일이라고 했지? 해장국 언제 끓여야 하나 궁금해서.
-엄마가
/김의균 기자
어머니 전상서
대학만 들어가면 진짜 어른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대학 등록금에 교재비, 커피 값까지 제가 아르바이트해 돈을 벌어도 영 감당이 안 되더군요. 취직만 하면 진짜 어른이 될 줄 알았어요. TV나 영화에 나오는 멋진 커리어우먼처럼 나만의 아늑한 방을 갖고,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생활하는 걸 꿈꿨지요. 취업한 지 2년 만에 ‘독립’ 얘기를 꺼냈더니 엄마는 “결혼도 안 했는데 왜 나가 사냐. 보기 안 좋다”고 하셨죠. 그래서 진짜 어른은 결혼을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문제는 결혼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연애할 땐 여전히 절 고등학생 취급하는 아빠, 엄마 눈치 보느라 집에 늦게도 못 들어왔어요. 언제든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통에 남자친구와 맘 놓고 전화통화도 못했지요. 남자친구랑 여행 한번 갈라치면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했고요. 엄마가 제 빨래며, 청소며, 밥이며 다 해주시는 게 눈치 보여서 10년간 용돈까지 꼬박꼬박 드리지 않았던가요?
서른다섯 됐을 때 독립하려고 했어요. 한데 서울에서 집을 구하려고 보니 제가 모은 돈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더군요. 아빠, 엄마 용돈 드리지 말고, 그것까지 모았어야 했나 후회가 듭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독립 자금 좀 보태주시면 안 될까요?
※추신: 내일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있으니, 블라우스 꼭 다려놓으세요!
-이쁜 딸 올림

“결혼도 독립도 안하고, 언제 철들래”
“나도 답답해, 왜 못살겠다고만 해요”

시집·장가 보내면 다 키운 거라고 생각했다. 자녀들이 독립하기만을 기다렸다가 느긋한 노후를 보내려던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이들에게 시련이 닥쳤다. 결혼 시기를 늦추거나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30대가 늘어나면서 사회인이 된 자식과 함께 살게 된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공개한 ‘서울시민이 희망하는 노후 생활’ 통계에 따르면 60세 이상 서울 시민의 45.2%는 자녀와 동거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60세 이상 서울 시민 2명 중 1명은 성인이 된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30대 자녀들은 늦어진 취업과 결혼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독립을 미룰 수밖에 없는 처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혼 연령은 남자 32.6세, 여자 30세다. 취업을 했다고 해도 바로 집을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소형 주택(59㎡ 이하)의 물량이 부족한데다, 전월세의 상승폭도 가파르다.
  


            

30대 자식은 동거인 그 이상
여전히 양육의 부담…
60대 부모와 30대 자녀 간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

지난해 8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캥거루족은 ▲같이 살면서 경제적 지원을 받는 유형1 ▲같이 살면서 경제적 지원을 안 받는 유형2 ▲같이 안 살지만 경제적 지원을 받는 유형3으로 나눌 수 있다. 한국에서는 두 번째 유형이 약 69%를 차지한다. 부모에게 용돈을 받지는 않지만, 생활비를 분담하지 않고 부모에게 의존해 주거를 해결하는 주거 의존적인 특징을 보이는 것이다.
30대 자식은 같은 주거 공간 안에 사는 ‘동거인’, 그 이상이다. 부모가 청소, 빨래, 식사 준비 등을 해결해주던 어린 시절과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여전히 양육의 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자식은 법적 성인이 된 지 10년도 넘었지만, 집 밖에 나가 살 수 없다는 이유로 10대 때와 똑같이 ‘애 취급’을 받는다. 60대 이상 부모와 30대 이상 자녀 간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① 자녀 “나는 더 이상 애가 아니에요” vs. 부모 “권리만 알지, 책임은 몰라”
서울 목동에 사는 장민정(60)씨는 31세 딸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딸이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집안일에 손 하나 까딱하지 않기 때문이다. 딸에게 잔소리를 하면 “평일 내내 힘들게 일하고 엄마한테 생활비도 주는데 내가 왜 주말까지 시달려야 하냐. 엄마는 주부가 직업이 아니냐”며 딸이 도리어 화를 낸다. 장씨는 “사회생활을 하는 딸의 생각하는 수준이 아직도 학생처럼 책임감이 없어 걱정이다”며 “열받을 땐 돈 한푼도 안 주고 내쫓고 싶다”고 했다.
32세 딸, 36세 아들과 한집에 살고 있는 이미숙(62·가명)씨도 “아들이나 딸이 한번도 집안일을 도와준 적이 없다. 나랑 남편이 언제까지 애들 밥, 빨래, 청소까지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차라리 손주 챙겨주는 건 보람과 재미라도 있겠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집세’라는 명목으로 두 사람에게 각각 20만원씩을 받고 있지만, 남매가 쓰는 샴푸, 치약, 휴지 등의 생필품과 드라이클리닝 비용, 식비 등을 생각하면 오히려 적자다. 그는 “우리 집 남매는 간섭하지 말라, 잔소리 하지 말라고 요구하지만, 이렇게 철 안 든 모습을 보고도 어떻게 믿고 내버려두겠냐”고 했다.
  


                
캥거루가 자식을 품고 있듯 부모님 집이 아들의 집을 품은 '캥거루 하우스'도 등장했다. /조선일보DB
② 부모 “숙식에 대한 대가 지불해야” vs. 자녀 “독립하려면 빠듯”
대형 병원에서 행정업무를 하고 있는 강미정(31·가명)씨는 취업하자마자 부모에게 ‘십일조’ 얘기를 들었다. 월급에서 10분의 1을 생활비로 보태라는 요구였다. 결혼 자금을 혼자 힘으로 모아야 하는 강씨에게는 큰돈이다. 그는 “부모님은 주말마다 지방으로 놀러 다니고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은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벼룩의 간을 빼 먹는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며 고개를 저었다.
집에 매달 20만~30만원을 생활비로 보내는 윤지숙(34)씨도 “지난 10년간 이 돈만 모았어도 보증금은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눈치가 보여도 독립자금을 마련하겠다고 우겼어야 했다”고 했다. 하지만 윤씨 아버지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이 집은 엄연히 우리 부부의 집이다. 집세와 생활비로 그 정도만 받고 있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윤씨의 오빠는 이런 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대출까지 받아 독립을 했다.
③ 자녀 “사생활은 지켜달라” vs. 부모 “가족끼리 뭐 어때”
웹디자이너인 김정인(32·가명)씨는 7년간 사귄 남자친구를 가족에게 숨겼다. 서른이 넘어서도 통금은 밤 10시고, 외박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 때문이다. 최근 남자친구에게 청혼을 받고 이 사실을 부모에게 알렸다. 오랫동안 딸에게 속았다는 생각에 부모의 반응은 싸늘했고, “남자가 마음에 안 든다”며 결혼까지 반대했다. 심지어 퇴근 시간이 되면 “언제 들어올 거냐”는 문자까지 보낸다. 김씨는 “이젠 주말에도 남자친구를 마음 편히 만날 수가 없다. 이러다가 (남친이) 나를 떠날까봐 두렵다”고 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권순태(35)씨는 시시때때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부모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는 “옷을 갈아입거나 여자친구와 통화하고 있을 때 부모님이 불쑥 들어오면 당황스럽고 기분이 나쁘다. 나는 안방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부모님께 “노크를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가족끼린데 뭐 어떠냐. 섭섭하다”는 것이었다. 권씨는 “집에 있을 때는 방문을 아예 잠가보려고 한다”라고 했다.

30대 자녀와 함께 살아가는 법

동거 규정을 정한다
한 사람이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이 모여서 합의한다. 서로의 불만이나 요구사항 등을 이야기하면서 조율한다.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할 것인지 미리 알려주기라던가, 일주일에 두번은 12시 이후에 귀가가 가능하다거나, 아침에 화장실은 출근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쓴다거나 하는 규정을 정하는 것이다.
가사를 분담한다
동거 규정을 정할 때 넣어야 할 조항이다.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와 살면서 가장 무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꼭 1/n로 가사를 분담할 필요는 없다. 주말 설거지를 한다거나 분리 수거하는 것을 자식의 역할로 정해놓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과 예의를 보여야 하는 부분이다. 지금의 삶이 너무 편하면 자녀의 독립 의지는 점점 줄어든다.
생활비를 받는다
아무리 독립 자금, 결혼 자금을 모아야 한다고 해도, 부모 집에 살면서 생활비를 아예 안낼 수는 없다. 집세에 상응하는 돈까지는 못내더라도 집에 살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생필품 비용, 식비, 전기세, 수도세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은퇴한 부모 역시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돈의 액수는 부모와 자식의 경제 사정에 따라 조율한다.
취업 전부터 독립을 위한 계획을 함께 세운다
대학교 2~3학년 때 진로, 취업 계획을 세울 때부터 독립 계획도 염두에 둔다. 사회생활을 하면 독립을 생각할 여유가 별로 없다. 독립 시기·방법을 부모와 미리 상의 해놓으면 좋다.
부모·자식 역할을 소홀히 해라
부모는 이제 양육의 부담을 덜어내야 할 때다. 이미 성인이 된 지 10년도 더 지난 자녀의 식사·건강에 무심해질 필요가 있다. 대신 자신의 취미나 노후 대비에 신경을 쓰면 된다.
서로의 사생활에 무관심하자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30대 자녀의 연애나 결혼이 궁금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은 부모가 관심을 갖는다고, 닦달을 한다고 해결이 되는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갈등만 부추긴다. 알아도 모르는 척, 모르면 안 궁금한 척이라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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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 하우스’의 내부는 연결이 되지만 1층과 2층 공간의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부엌 천장을 높게 하고 창을 내 2층에 있는 아들과 1층에 있는 부모가 대화할 수 있게 했다. /조선일보DB

부모·자녀 출입문 따로 만든 ‘캥거루하우스’

지난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엔 ‘캥거루하우스’(사진)라 이름 붙은 이층집(대지 247㎡, 연면적 222㎡)이 들어섰다. 부모와 성인이 된 아들이 같이 사는 집이다. 아들은 이 집을 짓는 비용의 3분의 1을 댔다. 부모와 아들이 분리된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뢰인 부탁에 따라 유현준(46)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는 “한집이지만 독립적으로 분리된 두 집처럼 구성했다. 캥거루가 자식을 품고 있듯 부모님 집이 아들의 집을 품은 형태가 나왔다”고 했다.

한집이지만 독립적으로
분리된 두 집처럼 구성
캥거루가 자식을 품고 있듯
부모님 집이 아들의 집 품은 형태

부모님이 사는 공간은 벽돌로, 아들이 사는 공간은 나무로 외부를 마감해 밖에서 보면 벽돌집이 나무집을 껴안은 듯한 형태다. 내부도 연결은 되지만 1층과 2층 공간의 동선이 겹치지 않게 했다. 계단 중간 미닫이문이 있어 이 문을 닫으면 아예 두 집으로 분리된다. 출입구도 따로 있어 한집이지만 서로의 독립적인 공간과 사생활을 어느 정도 지켜줄 수 있는 셈이다.
‘캥거루하우스’ 같은 경우는 집을 지을 때부터 성인이 된 아들과 부모가 함께 사는 것을 염두에 뒀다. 30대 자식과 사는 가정이 모두 이런 식으로 집안 구조를 바꿀 수는 없다. 대신 몇 가지 규칙만 정하면 ‘불편한 동거’가 아니라 ‘독립을 위한 준비 단계’로 활용할 수 있다.
大卒 청년 절반, 부모에게 기대는 캥거루族
독립심 약한 '캥거루 세대' 자식걱정하는 베이비붐 세대
[편집자 레터] 어머니 왈 “나를 취재해라”


출처 :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
글쓴이 : only on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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