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있으면 뭐한다니?
지금껏 혼자서 해왔는데
며느리 들어왔다고 손 놓고 있어야 되겠니?
너희들 내려오기 전에
차례음식 하나둘 만들어 놓는 거지.
아직은
우리 두 늙은이가 죽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진
우리가 이렇게 하는 게
훨씬 더 수월한 거야.
그냥
노인인척하면서 젊은 아이들한테
이것저것 다 맡겨놓는 것
우리는 생리에 맞지 않아.
10시간도 넘게 밤새 내려온 아이들이
무슨 죄 지었다고
또 밤새 차례음식 시키는
그런 몰인정한 부모는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잘났다는 것은 아니다.
집집마다 다 자기들 특성이 있으니
자기 집 형편에 비교해서
남의 집 흉보는 것은 딱 질색이니까!
그것 봐.
울 엄마는 다른 시어머니와는
좀 특별하다고 했잖아.
남편은
속도 없이 실실 웃으며
있는 폼 없는 폼을 다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