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7년 차 박모(36)씨도 싱글 침대 2개를 붙여 부부 침대로 쓰려고 고민 중이다. 박씨가 뒤척거리거나 돌아눕기만 해도 예민한 남편이 잠에서 깨 힘들어하기 때문. 해외여행에서 호텔 트윈룸을 경험해본 남편이 집에서도 침대를 각자 쓰면 깊은 잠을 잘 수 있을 거라고 아내를 설득했다. 박씨는 "꼭 한 침대를 써야 부부 금실이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시부모님이 놀라실까 걱정"이라고 했다.
서로 수면 습관이나 움직임에 방해받지 않고 숙면을 취하기 위해 각자 싱글 침대를 마련하는 부부가 늘고 있다. 개인 중시 경향이 침실까지 파고들면서 '부부는 한 침대를 써야 한다'는 견고한 믿음도 약해지고 있다.
![매트리스가 둘로 나뉘어 각자 편안한 자세에 맞도록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2인용 분리형 전동침대. 국내 여러 가구 브랜드가 ‘부부도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워 최근 잇따라 출시했다.](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703/08/2017030800099_0.jpg)
여성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부가 싱글 침대 2개 쓰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이 종종 올라온다. 댓글을 통해 경험담이 활발히 오간다. '신혼 6개월부터 침대 따로 쓰고 있어요. 둘 다 예민한 편이라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남편과 출퇴근 시간이 반대라서 싱글 침대 2개 붙여 쓰는데 정말 좋아요' '각방보다 훨씬 낫죠. 따로 잔다는 느낌 들지 않으면서도 푹 잘 수 있어요.'
이에 발맞춰 한샘, 일룸, 까사미아 등 국내 가구 회사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분리형 전동침대'를 앞다퉈 선보였다. 두 사람이 자는 침대 매트리스가 1인용 2개로 분리되고, 각각의 매트리스는 병원 침대처럼 상체나 하체 쪽을 기울여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코 고는 남편은 머리 쪽을 올리고 다리 잘 붓는 아내는 다리 쪽을 들어 올려 잠을 청하는 식이다. 각자 편한 자세로 서로 다른 활동을 할 수도 있다. 일룸은 최근 두 달 판매량이 전보다 2배 늘었고 한샘 역시 지난달 매출이 30% 증가했다.
일룸 사업기획팀 김태은 팀장은 "중년 부부가 타깃이었는데 신혼부부도 의외로 많이 찾는다"고 했다. 주로 학생용 싱글 침대를 판매하던 한샘의 경우, 싱글 침대 2개를 세트로 구입하려는 부부가 늘자 올 초 가죽 장식으로 중후하게 디자인한 성인용 싱글 침대를 새로 출시했다. 한샘 관계자는 "가죽 장식 싱글 침대 구매자 중 절반이 2개를 한꺼번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각자의 공간을 원하는 부부가 늘면서 침실 구조도 달라지는 추세다. 중소형 아파트도 안방 내부에 드레스룸, 파우더룸, 서재, 테라스 등 남편과 아내의 공간을 좁더라도 따로 만들면 인기가 높다.
장클로드 카우프만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장은 150여쌍 커플이 침대 쓰는 방식을 연구해 펴낸 '각방 예찬'에서 "부부 생활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가는 흐름에 젊은 부부들도 동조하기 시작했다"며 "1인용 침대
둘을 선택하는 일은 두렵고 비난받을 여지가 다분한 각방 쓰기까지 가지 않으면서도 서로 편안한 거리를 둠으로써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처럼 보인다"고 했다. 박성덕 연리지가족부부연구소 소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자신 때문에 상대가 불편할 수 있다는 걸 헤아리고 위로하는 과정이 '침대 독립'보다 우선되어야 부부가 서로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최수현 기자 입력 : 2017.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