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는 게 좋은가?]
만약 오늘날 “500세까지 사는 게 좋은가?”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네 나쁘지는 않아요, 기대
돼요’ 혹은 ‘끔찍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누구나 본능적으로 막연히 오래 사는 꿈
을 가질 것이다.
사실, 그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닌 듯하다. 현대의학의 발전, 노화방지 노력, 생명연장등의생
명과학과 연결된 ‘헬스케어스타트업(헬스케어+ IT)’이 발전하면서 400-500세까지 살수있
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500세는 아니더라도 당신이 가령 150년 쯤 살고 싶다면서 불로장수 약을 먹는다 하
자.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점점 노쇠해가는 자신의 육체 때문에 오래 사는 것은 끔찍한 일이
아닐까?
오래 산다는 것이 축복이라기보다는 걱정거리, 아니면 저주가 된다는 말이다.뜻인즉 건강수
명연장(healthy life extension)도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무병장수를 제일 큰 축복으로 생각했다. 우리나라 강령수복(康寧壽福)관
련 장생불사(長生不死)의 상징인 십장생(十長生: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사슴, 거북,학,
불노초)이 우리 생활 속에 그려져 있다.
집을 짓고 상량(上樑)할 때에도 대들보 ‘상량문’에는“하늘의 세 가지 빛(해:日, 달:月, 별:(星
)을 받으며 땅으로부터 오복(수:壽, 부:富, 다남:多男, 위:位(지위/벼슬),건강:健康)을 누린다
응천상지삼광 비인간지오복:應天上之三光 備人間之五福)“고 썼다. 누구나 영생불사(永生不
死)의 꿈을 안고 살아간다는 뜻이다.
실제로 요새는 예전과 달리 오래 살아가는 시대다. 보험업계는 110세까지 보장받는 보험상
품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20년후에는 140-150세까지 살아간다는 보고서가 관심을끈다.
‘초 건강’시대로써 미래의 고령자들은 건강은 물론 신체적으로 젊음을 유지하며 살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의 의료방법에서 유전자 정보에 기초해 병을 예방하는 오믹스(OMICS, 생명
정보연구서비스)의 의료방법으로 140년 이상 살아갈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늙으면 서럽고 외롭기만하다. 늙으면 20대를 다시 한 번 외쳐보지만 힘없고, 병들고,
고독하고, 빈곤하고, 괴롭고, 짧은 세월이다. 게다가 사회적으로 노인에 대한 홀대가 만연돼
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가족들의 사랑이 시들어 지거나 학대도 일어난다. 잠자리에 누워도
홀로 뒤척이기 일쑤다. 몸이 피곤하지만 잠은 오지 않고 새벽을 맞아하지만 기쁨이 없다.
더욱이 질병상태의 와상(臥床)상태에서 힘겹게 보내는 노인들이많다. 보건복지부가 최근발
표한 ‘2014년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노령 층의 89.2%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것으로 나
타났다. 노인들이 평균 2.6개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급격한 고령화로 평균수명을 따라가지 못하는‘유병장수’시대가 된 것이다. 건강하지 못한상
태에서 오래 사는 것은 자칫 장수의 저주가 될 수 있다. 산해진미를 다먹어도 질병에서 헤어
나지 못한다면 불행한 삶이다.
그러다 보면 인생살이가 귀찮고 싫어진다. 노인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자살하는 숫자가 늘어
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참으로 요새 노인들이 피로한 상태에서 정답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듯하다. 무조건 그리스신
화에서 나오는 ‘티토누스(Tithonus)’나 무녀 ‘시빌레(Sibyl)’처럼 오래 살겠다고 할 것도 아
니다.
영생을 얻고도 건강을 잃어 자신의 생명을 거둬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장수의
저주로 느껴진다. 영생을 얻어봐야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삶이다. 중요한것
은 건강이 제일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1.장수(長壽)의 저주(咀呪) - 에오스와 티토누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오스(Eos)’는 새벽의 여신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열정에 사로잡
힐 때가 있다. 에오스는 태양신‘히페리온(Hyeprion)’의 딸이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오로라
(Aurora)에 해당된다.
에오스가 사랑한 남자는 트로이의 왕 ‘라오메돈(Leomedon)’의 아들 ‘티토누스(Tithonus)’
였다. 티토누스는 비너스(Venus)의 사랑을받던 미소년이었다.에오스는 티토누수를 무척사
랑 하지만 그가 점점 늙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녀는 영원한 불멸의 생명을 관장하는‘제우스’에게 연인 티토누스를 오래살게 해달
라고 애원한다. 제우스는 이에 별 말 없이 그녀의 청을 들어주었다. 여신과 티토누스는 오세
아누스 물가에서 사랑을 나누며 행복감에 젖었다.
그러나 티토누스는 세월이 흐르면서 머리가 희끗희끗해지며 젊음을 잃어갔다. 그녀는 연인
이 백발이 되어 추하게 늙어 가는 모습이 싫어졌다. 티토누스는 너무 나 늙어버려 수족을 움
직일 수 없는 신세가 되었다.
그는 노년의 질병과 외로움에 시달리며 기나긴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다. 이 같은 고통은 에오스의 실수였다.
건망증이 있었는지 제우스에게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젊음을 동시에 부여 해 달라는 말을잊
어 버렸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름답던 티토누스가 점점 약해져 나중에는 앞까지 못 보게 되
자 에오스는 그를 궁궐 안에 가둬 놓는다.
다만 그의 힘없는 소리가 종종 밖으로 흘러나올 뿐이다. 이를 가엽게 여긴 에오스는 그를 맹
맹 울어대는 매미(Cicada)로 변하게 만들었다. 티토누스는 매미가 되어 새벽의 여신을 위해
영원히 노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같은 신화를 바탕으로 영국의 계관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은 ‘티토누스’라는 시를 남겼다.
여기서 시인은 “이제는 늙고 늙어 비너스도 찾지 않지만 그는 죽고싶어도 죽지 못한다(신이
준 선물은 다시 거둬들일 수 없다는 것).
그는 하루가지나면 일하던 농부들도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일생이 지나면 평생의노
고를 벗어나 평안한 무덤에서 보낼 수 있는데 나만이 그런 축복을 잊었구나!”하고 눈물 짖는
다.
그리고 그는 “나는 죽고 싶다, 나는 죽고 싶다”(I want to die, I want to die)외쳤다.
다시 요약하면 에오스는 연인과 영원히 살고 싶었다. 하지만 에오스의 돌이킬 수 없는 실패
작임을 볼 수 있다. 티토누스 또한 영원히 살고 싶었지만 젊음을 잃고 살아가는 재앙속에 죽
음을 구걸한다.
에오스는 늙은 티토누스를 불상하게 여겨 매미(다른 문헌에는 메뚜기)로 만들어놓았을뿐이
다. 매미가 되던 메뚜기든 죽지못해 사는 힘없는 노인일 뿐이다. 치매를 앓는 노인처럼 끊임
없이 입으로만 짹짹 울어대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운명이 되었다.
2.‘쿠마 무녀 시빌레(Cumaean Sibyl)’의 원망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무녀 Sibyl은 그리스어로 Sibulla이고 ‘예언자’를 뜻한다.그녀는 영원
한 삶을 살수 없었지만 천년을 살았다고 한다. 이렇게 오래 산 것은 아폴론신이 그의 사랑의
대가로 소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 주먹의 모래를 움켜쥐고 모래알 수만큼의 수명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영원
한 생명만을 요구했지 그에 따른 젊음을 요구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아폴론의 사랑을 거부하자 그는 여기에 상응하는 벌로 무녀의 육체를 늙도록
내버려 두었다. 시빌레는 세월이 흘러가면서 점점 육체가 늙고 쪼그라들어 마침내 항아리속
에 담겨 동굴 천정에 매달린 채 살아간다.
번데기 같은 모습으로 힘없는 목소리만 낼 뿐이다. 지나가는 아이들의 조롱거리가 되었을뿐
이다.
이 같은 신화를 바탕으로 ‘T. S.엘리엇(Eliot)’은 그의 작품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시빌레의 모습을 이렇게 그렸다.
즉 “나는 쿠마의 무녀가 병속에 갇혀 있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네. 아이들이 그녀에게
”뭘 원하세요, 시빌레?“라고 물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난 죽고 싶어“(I want to di
e).
그야말로 신화는 아니더라도 백과사전의 지식을 다 안다 해도 젊음을 유지하는 불로의 염원
,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세계적으로 선진국들이 불로장생 프로젝트를 수행하고있
지만 죽을 때가 되면 죽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결국 지금 이 시대에 노인이란 누구인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성찰하게 된다. 그리고 나의 늙은 마음은 어디쯤에 존재할까? 아니면 한평생 겪은 통증과설
움, 갈등과 분노를 지금 늙어서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러한 대답은 위에서 설명한 티토누스와 시빌레의 신화에서 찾아볼 수있다.이들 신화는 지
금도 유효하다. 무조건 장수가 아니라 건강한 장수로 이어질 때 장수의 저주를 피해갈수 있
기 때문이다.
3.‘티토누스’, ‘시빌레’, 그리고 노년기의 삶
이상에서 보듯이 두 신화는 우리의 신체적 허약함, 감정의 노화를 이해하는 스토리다. 티토
누스나 시빌레는 영생을 살아간다고 하지만 죽어 있는 모습이나 다름없다.
모든 생명은 끝이 있는 법인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체적 심리적상태가 약해지고 결국 죽음
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이다. 움직일 힘도 감각도 즐거움도 날아가 버리는 것이 죽음이다.
늙으면 소변을 뽑아내는 고무줄을 바지 속에 숨기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 죽게마
련이다. 누구나 장수를 염원하지만 건강과 젊음을 잃고 살아가는 나약한 존재, 즉 죽음에 가
까운 삶은 고통이고 무의미 한 것이다.
그러나 생물학적 존재로써 100세 이상을 살 수 있다니 이제부터는 좀 색다른 인생을살아봐
야 하지 않을까? 60-70대 수명시대보다 다른 100세 늙음의 기술이 필요한 시점에서 건강
하게 젊게 살아가는 “노후준비 전략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첫째는 잘 죽는 연습도 해야 할 것이다.
늙으면 매일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죽음은 삶의 결과를 결산하는 마지막 순간이다. 젊어서
는 죽음이 무서웠지만 늙어서는 무섭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깃털보다 가벼운 죽음이 어디 있고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이 어디 있을까마는 죽음이 무섭지
않다는것은 진정한 삶을 살아간다는 뜻일게다. 생명의 시작은 부모의 작품으로 나왔지만 늙
어서 죽어가는 길은 내 작품으로 끝을 내야 한다.
둘째는 건강한 노후생활이다.
장수의 판단은 건강 가능성의 유지다. 닥치고 장수만을 추구할 것이아니라 건강이 받쳐주는
노후생활이다.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7080세대로써 지금의 건강이 100세 장수로가는 건강
의 골든타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셋째는 경제적인 자립이다.
육체적인 문제보다는 경제적인 문제가 노후를 더 어렵게 만든다. 부모 자식 간에, 부부간에
돈을 놓고 싸우기도 한다. 피보다 돈이 더 중요한 세상이 아니가 싶다.
그러니 평생 소득원을 만들어 놓는 일이다. 건강관리는 현재의 건강을 잘관리하는 측면을넘
어 미래의 경제적인 위험까지 관리하는 기능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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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노년기에는 (1)생의 의의, 가치, 본질을 중시하는 “생철학(philosophy of life)”과 (
2)인간을 죽음으로 향하는 존재(Heidegger)로 보는 “죽음의 철학”이 대립하게 마련이다.
생철학은 비이성적 내적 경험을 중시한다. 생애과정의 한계를 극복하며 내삶을 살고 싶은것
이다. 생명에 대한 끈질긴 인간의 욕망은 죽어서도 땅 속에서 썩고 싶지 않을 것이다.
말 그대로 그렇게 죽고 싶지 않다면 모든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낼 수는 없지않은가? 결국 이
제 남은 삶은 오로지 나 혼자만의 생이요, 내가 관리할 대상이다.
독일 철학자 ‘그레고어 아이젠하우어(Gregor Eisenhauer)’이 쓴 ‘내 인생의 결산보고서’(2
015)가 우리에게 던지는 마지막 질문은
“죽기 전 당신은 당신의 삶을 살았는가?”다. 어느날 신(神)에게 불려갈지 모르지만 “좋은할
배로 살다가 죽어야지!" 하는 다짐을 해 본다.<우 정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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