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xgimg.geimian.com/pic/2015/08/2015-08-18_101606.jpg?537&797)
어머니는 말씀하셨지.
"마누라 얼굴 뜯어먹고 살 거냐.
여자는 뭐니뭐니해도
마음 착한 것이 제일이다."
![](http://xgimg.geimian.com/pic/2015/08/2015-08-18_101142.jpg?547&818)
그 때마다 팽하고
코웃음치며 독백 했었지.
"아이고 어머니,
예쁜 여자가 마음도 착한 거고,
미인 아내는 남자의 권력이라고요."
세상에는 '예쁜 여자'와
'안 예쁜 여자'가 있을 뿐이라고
친구들 앞에서 떠벌리던 때였으니
독백도 겸손이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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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운명과 인연이라는 괴물은
사람을 변덕쟁이로 만들어버린다.
소개팅으로 아내를 만났을 때,
그 녀는 '안 예쁜 여자' 였지만
사랑의 콩깍지 안에서
그 녀는 '예쁜 여자' 였고
설령 그 녀가 '안 예쁜 여자' 라 해도
귀엽거나, 착하거나,
순진하거나 등의 오만 가지 이유가
결혼 결정에의 명분으로
이미 대기 중이었다.
![](http://xgimg.geimian.com/pic/2015/08/2015-08-18_102147.jpg?695&837)
훗날 부모님은 말씀하셨다.
"네가 살면서 했던 유일한 효도는
제 날짜에 군대 간 거랑
에미랑 결혼한 두 개" 였다고.
![](http://xgimg.geimian.com/pic/2015/07/2015-07-13_195135.jpg?594&597)
그러나 당시 친구들은 뜨악했다.
자유연애로 천년은 놀 것 같던 놈이
조기 결혼을 한다는 것도
의외였지만 청첩장 신부 이름이
저들도 알고 있는
A양, B양도 아닌
생소한 X양이라는 것에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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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당일,
식장에 몰려온 친구들은
아기공룡 둘리 보듯
신부 얼굴을
요리 보고 조리 본 후 쑥덕거렸다.
"저 자식 사고쳤군.
신부가 돈이 많든가."
![](http://xgimg.geimian.com/pic/2015/07/2015-07-13_204328.jpg?430&628)
차라리
그 소리를 듣지나 말 것을.
마누라 못 생겼다는
친구들의 말이 비수가 되어
의식의 한쪽에 똬리 틀고
들어앉을 줄은 당시엔 몰랐다.
그 것이 작은 콤플렉스가
되리라는 것도 그 때는 몰랐다.
![](http://xgimg.geimian.com/pic/2015/08/2015-08-18_103324.jpg?636&636)
회식 자리에서 누군가
상사 부인의 미모를 칭찬할 때,
마트에서 함께 장을 보는
어느 부부의 아내가 절세미인일 때
나는 기가 죽었다.
심지어 부부동반 모임을 알리는
안내장 앞에서도 살짝 움츠러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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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아내의 얼굴이 허물 벗기 전
'박씨 부인' 보다 만 배는 더 예쁘고,
아내 스스로 자기 얼굴에
큰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데도
혼자서만 '옴메 기죽어' 였다.
죄라면 이 죽일 놈의
마초근성이겠고,
더 큰 죄인이라면
남의 결혼식에 와서 망발을 날린,
15년 동안 군만두만을 먹여도
시원치 않을 친구 놈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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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신기하기도 하여라.
그 병이 사라진 것이다!
나이 마흔이 넘으면서
못난 놈의 못난 병이
감쪽같이 증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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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 아닌 바에야,
일명 여염집 중년 여인들의 얼굴은
모두 똑같이 변해버린다.
그 녀들은
한결같이 적당히 여유롭고,
적당히 후덕하며,
적당히 지혜롭고,
또 적당히 뻔뻔하게 통일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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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 들을 통틀어
'아줌마' 라 호칭했고
이제 와 정정하노니,
세상에는 '예쁜 여자'
'안 예쁜 여자'
그리고
외모지상주의를 혁명적으로 타파하고
얼굴의 평등시대를 열어젖힌
'아줌마' 가 확실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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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르며
인상 좋은 아줌마로 변하는 아내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부부동반 모임을 먼저 챙기는 요즘이다.
여보,
철딱서니 없었던 내 과거를 용서해줘.
미안 했었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