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으로행복

[스크랩] 사랑시 10선

good해월 2018. 1. 28. 10:08
예쁜 우리말로 쓴 사랑시 당선작 10선

 

 

 

 

 

 

 


10위.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中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9위. 도종환 '옥수수 밭 옆에 당신을 묻고' 中

견우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8위.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中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서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스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7위. 서정주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이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이 아니라
한두 철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6위. 김남조 '그대 있음에' 中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마음에 자라거늘


 

 

 

 

 

 

 


5위. 신경림 '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4위. '황동규, 즐거운 편지' 中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3위. 유치환 '행복' 中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2위. 한용운 '사랑하는 까닭' 中
내가 당신을 기루어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1위. 김소월 '먼 훗날'

먼 후일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때에 잊었노라


 




출처 : 김학-두루미 사랑방
글쓴이 : 두루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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