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보은행복

[스크랩] 잠기지 않는 문

good해월 2018. 2. 10. 08:18
잠기지 않는 문

시골 작은 마을 외딴집에서 
어머니와 딸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밤손님이라도 들어올까 봐 
해만 지면 문고리를 이중 삼중 
잠그는 게 일이었습니다. 
딸은 촌구석에 풍경화처럼 묻혀 
살고 있는 자신이 너무 싫었습니다. 
도시가 그립고 라디오를 들으면 상상해 온 
화려한 세상에 나가 살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새벽, 딸은 가슴속의 그 허황된 
꿈들을 좇아 어머니 곁을 떠났습니다. 
‘엄마, 못난 딸 없는 셈치세요.’
딸은 쪽지 하나 달랑 남기고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갔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녀가 꿈꾸던 것처럼 
아름답기만 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타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 딸은 더 이상 갈 데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진 뒤에야 
잘못을 깨달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딸은 좁은 방에 
웅크린 채 엄마의 사진을 보여 
눈물을 흘리는 날이 잦아졌습니다. 
“엄마…….” 그렇게 10년이 흘러 
어느새 어른이 된 딸은 병든 마음과 
누추한 몸을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에 도착한 것은 늦은 밤… 창 틈에선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문을 두드렸지만 
방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나지 않았습니다.

순간 불길한 생각이 들어 문고리를 
잡아당긴 딸은 깜짝 놀랐습니다. 
“이상하다. 단 한 번도 문 잠그는걸 
잊은 적이 없었는데…….” 
어머니는 깡마른 몸을 차가운 바닥에 
눕히고 가련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었습니다. 
딸은 엄마의 머리맡에 
무릎을 꿇은 채 흐느꼈습니다. 
“엄마, 흑흑…….” 
딸의 흐느낌에 잠을 깬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딸의 그 지친 
어깨를 감싸 안았습니다. 
어머니의 품에 안겨 한참을 
울고 난 딸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엄마, 그런데 오늘은 왜 문을 
안 잠갔어? 누가 오면 어쩌려고.”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오늘뿐이 아니란다. 혹시 네가 
밤중에 왔다가 그냥 갈까 봐 10년 
동안 한 번도 문을 잠그지 못했어.” 
천천히 방안을 둘러보던 딸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랐습니다. 
어머니가 하루같이 딸을 기다리던 
방안엔 라디오 책들도 모두 
10년전 그대로였습니다. 
모녀는 그 날밤 10년 전으로 돌아가 
방문을 꽁꽁 걸어 잠근 채 
편안하게 잠이 들었습니다
출처 : 행복한 집 갓바위
글쓴이 : 갓바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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