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으로행복

[스크랩] 죽음이 사라진다면

good해월 2018. 5. 2. 10:31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32세 젊은 나이에 알렉산더 황제가 숨지자 그의 제국은 무너진다. 뉴턴보다 먼저 미적분을 발견할 수도 있었던 블레즈 파스칼은 39세에 숨졌고, 할리우드 스타 제임스 딘은 24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들이 100년, 150년 더 살았다면 얼마나 찬란한 업적을 남겼을까? 아니, 만약 그들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었다면?

인간은 왜 죽어야 할까? 다양한 진화적·유전적·의학적 이유가 있겠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우리 대부분 죽고 싶지 않다는 사실이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는 동물이기에 인간은 질문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희생해야 하는가? 기독교 교부 성(聖)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답했다. 죽음과 시련으로 가득한 이 세상은 영원한 삶이 가능한 사후(死後) '신국'을 위한 준비 과정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조금 찜찜하긴 하다. 르네상스 교황 알렉산데르 6세조차도 죽기 전 신에게 구걸했다고 하지 않는가. "금방 갈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혁신의 상징인 실리콘밸리의 최종 목표는 죽음을 극복하는 기술 개발이다. 더 이상 운명이 아닌 단순한 질병으로 해석한다면 죽음 역시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유전자 가위, 줄기세포, 광유전자, 브레인 업로딩…. 기술을 통해 육체의 노화를 방지하거나 뇌의 정보를 읽고 보존하겠다는 것이다.

대부분 아직 충분한 과학적 검증이 안 된 기술들이지만, 실리콘밸리 재벌들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마치 자신의 영생을 위해 거대한 피라미드를 세운 고대 이집트 파라오들같이 말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재벌들이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새로운 혁신과 도전이 가능할까? 젊은이들보다 수백 년 더 많은 경험과 재산을 가진 그들이 영원한 권력을 꿈꾸지는 않을까? 죽음은 비참하고 슬프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변화와 기회를 가능하게 한다. 나에게 가장 큰 행복일 수 있는 영생(永生)은 어쩌면 사회 전체에는 가장 큰 불행일 수 있다는 말이다.


조선일보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 2018.05.02


출처 : 해암의 일상
글쓴이 : 해암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