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으로행복

[스크랩] 생활 속의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우리들의 이야기

good해월 2018. 5. 30. 08:31












생활 속의 아기자기한 우리들의 이야기



01. 아이는 큰다 하고 어른은 늙는다 합니다. 같은 말인데 인생은 마지막 순간에 아이와 어른이 같이 닮아 갑니다.

어른이 점 점 나이들어 두발로 걷다가 기력이 약해지면 지팡이로 걷다 종국엔 걷지 못하고 마음도 몸도 약해져 아이처럼 되고 치매까지 오면 가족도 몰라보게 돼 원래의 아이 모습으로 되돌아갑니다.

눈도 멀고 귀도 멀어져 세상을 못보고 못들으니 깨끗히 아이같은 영혼이 되어서 결국 주님 곁으로 갑니다. 성경 말씀에도 누구나 아이처럼 순수한 영혼이 되지 않으면 천국을 갈수 없다 하였습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가야할 길이고 운명입니다. 3년 여를 같이 지내던 분이 다음 주에 요양병원을 간다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02. 3~4년 전에 동네 부동산에서 손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중년을 좀 넘긴 아주머니가 오피스텔 월세를 찾는다 하여 동네 부동산 카페를 보고 찾아와 보여주고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5만원 계약을 해주었습니다.

마침 비어있던 방이라 며칠 후에 환갑을 갓넘긴 듯한 남자분을 데리고 와 잔금치르고 바로 당일에 이사를 했습니다. 오피스텔이라 원래 깨끗한 방이니 신경쓸 일이 없어 한참동안 새로 이사온 그 분을 잊고 있었습니다.

부인이 남편 명의로 계약해주고 그 남편이 이사 왔으니 특별히 이상할 것도 없고 요즘 황혼 이혼도 흔하니 그러나 보다 했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으로 그 분이 사무실을 찾아왔습니다.


03. 첫 날은 주인도 좀 살펴보고 분위기도 파악차 왔다 말이 좀 통할 것 같았는지 그 다음부터 자주 오고 아예 매일 오더니 하루에도 몇 차례씩 와서 커피마시고 조간신문도 보며 놀다가 쉬어가는 쉼터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점심을 같이 먹고 저녁에 술까지 먹으면서 드디어 자기 신세 타령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직장 다니다 정년퇴직하고도 놀지않고 다른 직장 구해서 다니다 그것도 안되면 아파트 경비까지 서면서 평생을 열심히 살아온 평범하고 모범적인 셀러리맨 출신의 은퇴자였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모범 가장이 집에서 나와 이렇게 고생하며 따로 사느냐 했더니 그넘의 술이 병이고 화근이었습니다.


04. 원래 고향이 서울 왕십리로 조상 대대로 살아온 그 곳에서 초중고와 H대학까지 나와 조금 까칠하고 바른 소리 잘하며 조그만 불의나 잘못도 용남이 안되나 경우가 밝고 깎듯이 예의바른 전형적인 서울스타일의 서울출신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왜 가족들에게 외롭고 어일없어 설혹 술 좀 먹었기로서니 집안에서 왕따 당하고 내쫓기듯이 이렇게 떨어져 산다는 것은 어떻든 1차적으로 가족들의 잘못이 크다 생각됩니다.

은퇴하고도 이 일 저 일에 경비까지 서며 평생을 가족봉양 했거늘 그 며칠 몇 달, 아니 기껏 1~2년도 못봐주고 못참아주면 가장은 어디로 갈 것이며 가족이 안고 보듬어 주지 않으면 진정한 가족이 아닐 것입니다.


05. 여기 와서도 꼭 1년을 쉬다가 1년은 삼전동에 있는 나홀로동 H아파트 경비를 섰습니다. 작은 아파트라 일은 수월한데 소장이 얼마나 거들먹거리고 부녀회 회장과 소장의 갑질에 몇 달을 못 넘기고 관두나 했더니 그래도 용히 1년을 채우고도 두 달만에 그 소장과 부녀회 회장에게 하고싶은 말 다하고 시원히 딱 관두고 퇴직금도 받았다며 장어구이까지 사며 열변을 토했습니다.

그런데 그 후에 여기 저기 (일자리를)부지런히 찾았는데 더 이상 취직이 안되는 것입니다. 때맞춰 최저임금 열풍이 몰아친 여파가 여기까지 미칠 줄 몰랐던 것입니다. 있던 경비까지 내보는 판이라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지니 또다시 술에 의지하게 되었나 봅니다.


06. 만날때 마다 술 좀 줄이고 담배도 끊으라 하면 유일한 벗이고 취미인 술과 담배을 어떻게 끊느냐며 펄쩍 뜁니다.

부인과는 아직 법적 이혼은 안했고 결혼 안한 아들 둘이 있는데 큰 아들만 언젠가 한 번 왔다갔다며 차마 말은 못하고 부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아들 녀석들이 더 야속하고 괘씸하다며 서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우며 화나고 비관하며 슬퍼하였을지 눈에 선합니다. 그래도 아직 자기는 자기 부인을 사랑한다며 잘못했다 용서해 주고 이제 집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처음엔 사정도 많이 한 모양입니다. 자존심에 깊은 얘기는 안하지만 그랬을 것 같은 투의 말을 은연중에 몇 번 했던 것입니다.


07.그러다 스스로도 도저히 절제가 안되면 이전에 부인이 처음 강제로 보내 그렇게 이를 갈았던 알콜중독자 치료병원을 이제는 스스로 찾아갑니다.

자기가 봐도 거기라도 안가면 더 이상 몸을 지탱 못할거란 생각이 드는가 봅니다. 그러기를 몇 번 하더니 이제 저축해 놓은 돈이 얼마 남지 않았는지 거기도 안가고 그냥 집에서 죽치고 술로 세월을 죽이고 있었나 봅니다.

그러다 한 2주 전에 오랫만에 큰 우산 두 개를 목발삼아 짚고는 사무실을 왔습니다.

얼굴이 병색이 짙고 다리를 만져보니 건강이 많이 상해 뼈만 앙상한 몰골에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발바닥이 아파 걸을 수가 없으니 우선 동네 병원 정형외과를 좀 데려다 달랍니다.


08. 여기 저기 물어서 마천동에 있는 O정형외과를 갔더니 의사가 발은 괜찮으니 오히려 정신적인 질환 일수도 있으니 정신외과로 가보라며 가락동에 있는 K신경외과를 안내해 줬습니다.

그래서 점심먹고는 다시 그 병원을 갔는데 엑스레이로 뇌촬영을 해보더니 머리도 가벼운 노환증 외 특별한 징후는 없으니 술 삼가고 식사만 제대로 해도 건강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며 한 달치만 간단한 약을 처방해줬습니다.

전에 혹시나 해서 부인과 누이 전화번호를 알려달라 해서 알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부인에게 꼭 한 번 전화를 해봤는데 이 부부가 다시 화합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후에는 누이하고만 몇 번 통화를 했습니다.


09. 이번에도 누이에게 그간의 사정과 경과를 자세히 알려줬더니 지난 일요일에 부부가 왔습니다. 자주 오빠를 찾아보고 잘 챙겼어야 하는데 누이는 집이 일산이고 매형은 지방서 근무하느라 한 달에 한 번 정도나 집에 오니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친다며 고맙고 미안해 하였습니다.

아마 오빠가 술이 병이지 다른 특별한 병이 아직은 없는 것 같으니, 옆에서 돌봐즐 사람도 없어 이참에 요양병원을 알아보고 입원을 시켜드리자 하였습니다.

살고있는 오피스텔은 월세가 아깝다며 왕십리에 있는 아파트 전세 올린 금액으로 샀으니 우선 월세라도 놓아 입원비에 보태자 하였습니다. 그러다 몸이 좋아지면 집으로 들어가게 해드리자 했습니다.


10. 그저께는 처음으로 큰 아드님이 왔길래 미우나 고우나 부모님이고 이제 병들고 약해지셨으니 우선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안정이 되면 어머님을 잘 설득시켜 집으로 모시라 했습니다.

그래도 선뜻 대답을 못하는 것이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가족간의 상처나 앙금이 남아 쉬이 화해하고 치유 되지 않는 뭐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사람이 한 평생 살아가면서 한 번도 부부간에 싸우지않고 사는 사람은 세상에 흔치 않을 것입니다. 아마 처음엔 성격 때문에 싸우다 살다보면 대개 비슷하게 맞춰가며 잘 살게 됩니다. 그 다음에 사업을 하다 망하거나 갑자기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는 IMF로 남편이 실직을 당했을 경우 제2의 위기가 닥칩니다.


11. 그런 경우에 새로운 직장을 찾거나 부부가 합심하여 자영업을 해서 성공하는 케이스도 더러 있습니다. 그러나 재앙처럼 닥친 IMF 때 얼마나 많은 기업이 쓰러지고 피를 깎는 구조조정과 통폐합으로 아무런 대책없이 수많은 실직자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까?

그 후에도 재기한 기업이나 근로자도 많았지만 그 상처와 실패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한 기업이나 개인이 부지기일 수 있을 것입니다.

뜻하지 않은 IMF와 세계적 금융위기를 넘기며 우리나라는 희망과 삶의 의욕을 잃어가는 나라가 돼가는 것이 아닌지 두렵고 걱정되는 요즘입니다. 정들었던 이웃이 이제 이 곳을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12. 사람은 회자정리(會者定離)라 합니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졌다 다시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별 중에는 영원한 이별도 있고 다시 반갑게 만나게 되는 이별도 있습니다.

그러니 사람은 유행가 마따나 '있을 때 잘 해'란 말이 누구에게나 절실하고 살아가면서 많이 후회되기도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짓지만 반성하고 참회하면 주님께서 용서해주십니다. 그러고도 또 죄를 짓게되고 후회히게 되는 것이 인간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죄인이고 완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 자리를 메워줄 새 친구가 생겼습니다. 이웃집 손녀인 이 아이하고 놀면 세상만사 다 잊어버리고 그냥 즐겁습니다..


출처 : 푸른 돌 靑石(좋은글과 좋은음악이 있는곳)
편집 : 신나라입니다.



날개 - 허영란










 

출처 : 소담 엔카
글쓴이 : 신나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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