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미국 국방부)이 10년 넘게 벌였던 비밀 UFO(미확인 비행체) 연구의 내막이 드러났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12월 16일(현지시간)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에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2200만 달러(약 246억원)를 들여 선진 비행체 위협 식별 프로그램(AATIP)이라는 이름으로 UFO 연구를 했다고 폭로했다. 국방정보국은 해외 군사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미 국방부가 만든 정보기관이다.
그런데 미국 과학자 연맹(FAS)은 미국정보공개법(FOIA)에 따라 AATIP의 연구목록을 입수한 뒤 최근 이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FAS에 따르면 DIA는 모두 38개의 AATIP 연구를 외부 연구기관에 줬다. 연구 주제는 투명화, 워프드라이브(시공간을 비틀어 빛보다 빨리 나는 기술), 핵융합, 레이저 무기 등 현재는 없지만, 곧 나올 수 있는 기술이나 장치에 관한 것들이 많았다. DIA는 AATIP의 목적에 대해 “지금부터 앞으로 40년까지 외국의 선진 군용기 위협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DIA는 UFO 때문에 AATIP를 시작했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의 담당자였던 루이스 일리던더는 “UFO 목격을 연구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미군 전투기 조종사들인 지난 2004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UFO을 목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이 비행체는 90도로 방향을 두어 차례 바꾸는 등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아다녔다. 또 미 해군 잠수함 승조원들은 미국 영해 근처에서 엄청나게 빠른 미확인 잠수체(USO)를 탐지하기도 했다.
또 AATIP의 연구 중 6개는 괴짜 백만장자인 로버트 비글로와 연관된 연구소에서 용역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인 비글로는 방송에 나와 UFO와 외계인의 존재를 믿으며 외계인을 만난 적이 있다고 주장한 인물이다. 그는 세계 최대 UFO 연구기관인 MUFON을 후원했다.
비글로 관련 연구소에선 웜홀을 열어 우주를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스타게이트’에 대한 보고서도 제출했다. 스타게이트(Stargate)는 우주여행 장치인 고대 이집트의 유물을 소재로 한 SF물로 영화(1994년)와 미드(미국 드라마ㆍ97~2007년)로 만들어졌다.
미국의 언론들은 비글로 관련 AATIP 연구를 쓰레기 과학(junk science)으로 여기고 있다. 이들은 2004년 UFO 목격도 당시 미 공군이 비밀리 시험비행 중인 스텔스 드론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미군은 UFO 음모론의 온상지이기 때문에 DIA의 AATIP는 UFO 신봉론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게 분명하다. UFO는 1947년 7월 2일 미 뉴멕시코주 로즈웰에서 일어난 사건 이후 나온 용어다. 당시 외계인이 탄 비행물체가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 공군은 이를 부인하고 기상관측 기구가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후 미군이 외계인과 외계 비행물체를 네바다주 사막의 51구역(Area 51)에 숨겼다는 음모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51구역은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한다는 SF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의 모티브를 줘 유명해졌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9.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