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폼으로 '5종 괴물투' 뿌려.. 언터처블 RYU
이순흥 기자 입력 2019.05.21. 03:05
'왜 못 칠까.'
류현진(32·LA다저스)이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팬들이 갖는 가장 큰 의문점일 것이다. 볼 스피드가 빠른 것도, 그렇다고 마구(魔球)를 던지는 것도 아닌데 상대 타자는 방망이를 헛돌리기 일쑤다. 실제 이번 시즌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5㎞로 MLB 평균(시속 150㎞)에 못 미친다. 많을수록 구위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회전 수도 리그 평균(포심 패스트볼 기준)보다 적다. 하지만 류현진은 빅리그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예측 불가능한 오색(五色) 볼 배합
좌완 강속구 투수였던 한국에서와 달리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기교파 투수'로 거듭났다. 160㎞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구사하는 '괴물'이 즐비한 빅리그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류현진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2017년 커터(컷 패스트볼), 2018년 투심 패스트볼을 차례로 장착한 그는 이제 다섯 구종(포심·투심 패스트볼, 커터, 체인지업, 커브)을 자유자재로 던진다. 보통 서너 종류의 볼을 무기로 삼는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들보다 선택지가 많다.
올 시즌 5개 구종의 구사율은 모두 10% 이상. 류현진은 특정한 볼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공을 결정구로 사용한다. 반대로 타자 입장에선 무슨 공이 날아올지 모르니 답답할 노릇이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구종이 다양한 류현진은 공략법을 예습하기 어려운 투수"라고 평가했다.
올해는 커터 움직임이 특히 좋아졌다. 커터는 패스트볼처럼 날아가다가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변화를 일으키는데, 류현진 같은 좌투수의 커터는 우타자 몸 쪽으로 약간 꺾인다. 메이저리그 공식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올해 류현진의 커터는 2년 전보다 우타자 몸 쪽을 더 깊숙이 파고든다. 그의 커터에 방망이를 헛돌린 비율은 이번 시즌 31.6%로 2017년(16.7%), 2018년(17.4%)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커터의 진화가 류현진을 최고 투수 중 한 명으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볼 배합만큼 완급 조절도 중요하다. 류현진은 같은 구종이라도 시속 6~8㎞ 정도 속도를 조절해 타자를 요리한다. 지난 12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선 체인지업 최고(132㎞), 최저(121㎞) 구속이 시속 10㎞ 이상 차이 났다. 안치용 KBS N 해설위원은 "다섯 구종에 완급 조절까지 감안하면 류현진은 사실상 10가지의 공을 던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완벽한 폼이 완벽한 제구를 만든다
류현진은 평소 '볼넷을 주느니 차라리 홈런을 맞는 게 낫다'고 할 정도로 볼넷을 싫어한다. 볼넷은 제구가 안 되거나, 유인구로 승부하다 상대타자가 속지 않을 경우 내준다. 그는 올해 9이닝당 볼넷 수가 0.61개로 메이저리그 1위(최저 기준)이다. 그만큼 컨트롤 능력이 출중하다는 의미다. 미국 현지에선 류현진을 '그레그 매덕스의 재림'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매덕스는 볼 스피드는 빠르지 않으면서도 완급 조절과 정확한 제구로 타자를 압도했던 투수였다.
좋은 컨트롤은 안정적 자세에서 나온다. 류현진의 투구 폼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가장 이상적으로 꼽힌다. 정민철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은 "배·등의 코어 근육이 좋은 류현진은 중심 이동할 때 하체가 안정적으로 지지가 돼 팔 스윙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했다. 류현진은 글러브를 낀 오른팔과 공을 던지는 왼팔의 균형이 좋아 제구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타고난 유연성으로 투구 직전까지 타자에게 공을 숨기는 것도 그의 강점이다.
보통 투수는 구종에 따라 투구 자세가 조금씩 달라진다. 뛰어난 타자들은 이 미묘한 변화를 감지해 투수의 공을 예측한다. 류현진은 예외적이다. 정민철 해설위원은 "류현진은 구종에 상관없이 다리를 들 때부터 볼을 손에서 놓는 순간까지 거의 똑같은 동작을 취한다"며 "재채기를 참는 것만큼 어려운 일인데, 이를 해내기 때문에 타자 입장에선 공략하기 까다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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