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만 따먹어도 정기예금보다 배부르네

배당만 따먹어도 정기예금보다 배부르네

배당수익률, 정기예금 이자율 추월

홍준기 기자

입력 2021.03.15 03:00 | 수정 2021.03.15 03:00

 

 

 

 

 

IT(정보기술) 회사에 다니는 40대 회사원 윤모씨는 지난해 생애 처음으로 주식 투자에 나섰다. 윤씨는 그전까지 여윳돈 3000만원을 이자율 연 1.8%인 저축은행 정기예금에 넣어두고 있었는데, “배당만 잘 받아도 주식 투자가 은행 이자보다 낫다”는 친구의 조언이 계기가 됐다. 윤씨는 지난해 4월쯤 3000만원으로 삼성전자와 KT&G에 투자해서 150만원가량의 배당금을 받았다. 원금 대비 5%의 수익을 얻은 것이다. 윤씨는 “삼성전자처럼 크게 주가가 떨어질 것 같지 않은 대기업 주식을 사서 배당을 받는 것이 괜찮은 투자인 것 같다”고 했다.

/일러스트=김성규

코스피 배당수익률(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것)이 은행 이자율을 넘어서는 시대가 됐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 주식의 배당수익률은 1.48%로 1년 정기예금 이자율(1.02%)보다 높았다. 수익률만 높아진 게 아니라 배당금에서 걷는 세금도 늘었다.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경준(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걷은 배당소득세는 2017년 2조4365억원으로 이자소득세(2조804억원)를 처음 추월했고, 이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은행 이자 넘어선 배당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말까지만 해도 1년 정기예금 이자율이 2.17%로 코스피 배당수익률(1.93%)보다 높았다. 그런데 2019년과 지난해에는 코스피 배당수익률이 1년 정기예금 이자율을 앞질렀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 이자보다 주식 투자를 해서 받을 수 있는 배당이 더 많아진 것이다.

배당이 이자보다 많아진 ‘역전' 현상은 정부의 세금 수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0년 전인 2011년에는 정부가 걷은 이자소득세가 3조2144억원으로 배당소득세(1조6812억원)의 두 배쯤 됐지만, 지난해의 경우 배당소득세가 3조2112억원으로 이자소득세(2조6189억원)보다 6000억원가량 더 많았다. 배당소득세와 이자소득세의 세율이 14%(지방세 포함하면 15.4%)로 같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배당이 이자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배당만 보고 소형주 투자는 위험

국내 주요 기업의 지난해 배당 수익률도 은행 정기예금 금리를 넘어섰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3.8%)와 삼성전자 우선주(4.11%), 현대차 우선주(3.39%), 포스코(2.93%), SK텔레콤(4.05%) 등이 주가의 2~4%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당했다. 신한금융지주(4.48%)나 하나금융지주(5.16%), 미래에셋대우 우선주(4.08%), 삼성증권(5.1%) 등 금융 관련 주의 배당도 많은 편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배당주 투자는 주가 흐름이 안정적인 대형주 위주로 하는 것이 좋다”면서 “배당수익률이 높다고 시가총액이 작은 소형주에 투자했다가는 주가 급락 등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을 더 많이 주는 우선주에 투자하는 것도 배당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배당주 펀드에 가입해 여러 배당주에 분산 투자하는 것도 안정적인 배당주 투자법이 될 수 있다. 또 최근 증권사들이 출시한 중개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통해 투자하면 배당소득세를 줄일 수 있다. 중개형 ISA로 국내 주식에 투자할 경우 배당과 다른 투자 수익을 합쳐 200만원까지는 비과세이고, 이를 넘어서는 수익에 대해서도 배당소득세(15.4%)보다 낮은 9.9%의 세율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