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나랏빚 증가 속도 최고인데 대선공약에 수백조 쓰겠다니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증가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非)기축통화국 17개국 중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20~2026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47.9%에서 66.7%로 18.8%포인트 급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캐나다, 아이슬란드, 헝가리 등 다른 비기축통화국의 국가부채 비율이 평균 1.0%포인트 감소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가부채 비율 순위도 비기축통화국 17개국 가운데 2020년 9위에서 2026년 3위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걱정되는 건 무서운 증가 속도다. 선진국으로 분류된 나라들 가운데 한국의 나랏빚 증가 속도가 1위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이런 경고가 나오면 대선 후보들은 이를 제어할 방안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외려 막대한 재정지출이 필요한 선심성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데 임기 5년 동안 드는 비용을 각각 ‘300조원 이상’과 ‘266조원’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이다. 1인당 기본소득 연 100만원 등의 공약을 내놓은 이 후보는 우선순위별 소요 재원은 세부 공약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재원은 종료 사업·유사 사업을 통폐합하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비해 세출예산을 절감하고, 추가 세입으로 해당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병사 월급 200만원 등의 공약을 제시한 윤 후보는 세출 절감 150조원, 추가 세입 116조원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세출예산 절감 등 원론적이고 막연한 방안을 나열했을 뿐이다. 표를 얻기 위해 급조된 공약에 구체적 계획이 있을 리 없다. 지난해 나라 살림이 3년 연속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처음이다. 어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총지출이 역대 최대 규모인 600조원대에 이르면서 30조원(잠정치) 재정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이·윤 후보가 내건 공약들을 감안하면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된다고 해도 차기 정부의 씀씀이를 줄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나라 곳간 사정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들은 국가부채를 급증시키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무책임한 포퓰리즘 경쟁을 멈춰야 한다.2022-02-18 00:07:04
- [사설] ‘사회 필수시설 마비’ 우려 낳는 거리두기 완화 안 된다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어제 9만3135명을 기록해 이틀 연속 9만명대를 찍었다. 일주일 전인 10일보다 1.7배, 2주 전인 3일보다 4.1배 늘어 일주일마다 확진자가 배로 불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위중증 환자는 389명, 재택치료자는 30만명을 돌파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내달 초 하루 최대 36만명이 신규 확진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현실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와 보건소는 이미 과부하에 걸린 상태다. 통화량 급증으로 제대로 된 상담을 받기 힘들다는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다. 고위험군을 제외한 대다수 확진자들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판국이다. 지난 11일 코로나 19에 확진된 류근혁 보건복지부 2차관은 그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약 처방을 받기 위해 병원에 전화했는데 두 군데 정도가 연락이 안 돼 다른 곳에서 처방받았다. 재택치료를 처음 받는 국민은 정보가 없다면 상당히 당황하고 혼란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의료상담센터에서 이탈하는 병원도 생겨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마주한 K-방역의 현주소다. 오미크론 변이 폭증으로 이미 여러 나라에서 의료체계 붕괴와 치안 불안, 공공 서비스 공백 사태를 겪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보건복지부, 경찰서, 군청 등에서 잇따라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사회 필수시설 운영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촘촘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런데도 코로나19 대유행 대비 가이드라인인 분야별 업무지속계획(BCP)을 정부가 아직까지도 내놓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심각한 업무 차질을 빚은 선진국들의 숱한 선례를 보고도 태평스러운 모습을 보이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정부는 이달 초 오미크론 변이의 중증화율이 낮은 만큼 코로나19를 계절 독감처럼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잘못된 메시지는 국민 방역의식을 느슨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확진자 폭증을 불렀다. 정부는 오늘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한다. 사적모임 인원 제한을 6인에서 8인으로,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밤 9시에서 10시까지로 완화하는 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다. 의료·치안·소방·교육 등 사회 필수시설의 마비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대선 유세현장이 늘어나는 시점에 방역 완화 조치를 꺼내는 건 더욱 안 될 일이다.2022-02-18 00:06:28
- [사설] 국제중 지위 유지 판결, 당국은 겸허히 받아들여야서울행정법원이 어제 대원국제중학교와 영훈국제중학교가 “특성화중학교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시교육청이 2020년 6월 운영평가를 통해 설립취지인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활동’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대원·영훈국제중에 대해 지정취소 처분을 내린 지 1년 8개월 만이다. 당시 대원·영훈국제중은 “교육 당국이 평가 기준을 바꿔 재지정 탈락을 유도했다”고 반발하면서 서울행정법원에 지정취소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이 학사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두 학교는 국제중 지위를 유지해 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즉각 항소 방침을 밝히고 교육부에 “전국의 국제중을 모두 일반중학교로 일괄 전환해달라”고 제안했다. 의무교육인 중학교 단계에서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겠다는 논리다. 국제중이 교육 서열화와 사교육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2018년 시·도교육감 선거 당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진보성향 후보들이 공동으로 ‘특권학교’ 폐지 공약을 내걸고 대거 당선돼 교육정책의 무게가 교육평등주의로 기울었다. 그 결과 교육 성과를 무시하고 이념을 앞세워 학력 하향평준화를 낳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들과 벌인 지정취소 소송 1심에서 전패하고 항소도 취하한 바 있다. 이제 법원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행정력·재판비용 낭비 등 무모한 소모전을 접어야 한다. 법정 다툼이 장기화하면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교육부가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당국이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할 때다. 대다수 선진국은 수월성 교육을 통한 창의적 인재 육성을 국가경쟁력의 토대로 삼는다. 김찬모 영훈국제중 교장은 “우리 학교는 정해진 답을 외우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답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일반 중학교에서는 이런 시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당국은 교육의 공공성 강화라는 미명하에 일방적으로 국제중·자사고·외고·국제고의 폐지를 추진한 데 대해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2022-02-18 00:03:44
- [사설] 엽기 굿판, 오살 의식 공방… 저열한 ‘혐오 대선’ 만들 건가그제 시작된 3·9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최악의 네거티브로 얼룩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양 진영은 도를 넘는 상대방 흠집 내기에 골몰하는 양상이다. 선거판에 온통 헐뜯는 소리만 요란하고, 시대정신이나 거대담론과 관련한 토론은 실종됐다. 그렇지 않아도 외신까지 “한국의 민주화 역사상 가장 역겨운 선거”(더타임스), “추문과 말다툼, 모욕으로 얼룩졌다”(워싱턴포스트)고 혹평한 마당에 갈수록 낯뜨거운 비방전이 전개된다. 대선이 국격 추락을 초래하는 형국이다. 민주당 선대위의 한 인사는 며칠 전 윤 후보를 본뜬 밀짚 인형을 만든 뒤 저주를 퍼붓고 목과 두 팔, 두 다리를 차례로 다섯 토막 낸다는 뜻의 ‘오살’(五殺) 의식을 벌였다. 당사자가 사과를 했고 선대위직에서 해촉됐다고는 하지만 이런 섬뜩한 행위를 했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 김의겸 의원은 엽기적이고 주술적인 종교행사에 윤 후보 부부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후보 부부의 이름이 적힌 연등이 행사에 등장했다는 게 그 증거라고 했는데, 민주당 측 인사의 이름도 함께 걸려 있다는 국민의힘 반박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민주당이 대중연설에서 부각해야 할 윤 후보의 문제점으로 무능과 무지, 주술과 신천지,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 보복 정치 공언 등을 제시한 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이 후보는 얼마 전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는데, 작심하고 비방전에 나선 선대위를 왜 방관만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데는 국민의힘도 뒤지지 않는다. 이 후보 부인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김혜경과 기생충이 먹어댔다” 등 저급한 표현을 동원했다. 선대본부 대변인실은 이 후보에 대해 “스스로 일 잘하는 유능한 후보라고 자찬하지만, 실상은 일머리 없는 무능한 후보”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윤 후보 구둣발 논란 대응을 위해 찾아낸 이 후보의 8년 전 ‘식당 흡연’ 건도 과도한 트집 잡기다. 선거전이 이전투구로 치달으면서 대선 후보들이 대한민국을 5년간 이끌 만한 비전·정책을 가졌는지 검증할 기회는 좀처럼 찾을 수 없다. 이렇게 네거티브로 일관하고 나면 선거 후에도 여야 간 통합과 협력은 난망해진다. 양당 모두 자숙해야 할 때다. 금도를 벗어난 흑색선전과 네거티브는 국민을 우습게 보기 때문에 나오는 법이다. 국민이 혐오하는 흠집 내기를 일삼으면서 표를 달라고 할 염치는 있는가.2022-02-17 00:03:28
- [사설] 세금알바·기저효과 따른 고용개선인데 ‘양·질 좋아졌다’니새해 들어 취업자가 예상외로 폭증세를 보였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13만5000명이나 늘었다. 2000년 3월 이후 약 22년 만에 가장 큰 폭이자 11개월째 증가세다. 실업자는 42만7000명 줄었고 실업률도 4.1%로 1.6%포인트 떨어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고용의 양적·질적 측면에서 뚜렷한 개선 흐름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며 “민간부문이 고용증가를 주도했다”고 했다. 또 섣부른 자화자찬이다. 통계수치를 더 들여다보면 그의 인식은 고용 현실과 거리가 멀다. 지표호전은 지난해 1월 취업자가 100만명 가까이 줄어든 기저효과 탓이 크다. 전 연령대에서 일자리가 늘었다지만 늘어난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고령자다. 60대 이상이 52만2000명에 달한다. 쓰레기 줍기나 교통안내, 산불예방 같은 공공알바가 통계를 부풀렸을 게 틀림없다. 경제 허리인 30대와 40대는 2만여명씩 늘었는데 1년 전 27만3000명, 21만명 감소한 상황에 비춰보면 쥐꼬리 수준이다. 얼마 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전일제 환산취업자통계가 고용실상에 근접한다. 이 통계는 주간 근로시간(주 60시간 취업자 1.5명, 주 40시간 1명, 주 20시간 0.5명)을 기준 삼아 산정한 것인데 지난해 환산취업자는 2017년에 비해 209만2000명이나 줄었다. 30·40대가 193만7000명을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주 52시간 근로제 등 친노동정책을 남발하면서 외려 고용의 질을 악화시켰다는 방증이다. 통계청 자료에서는 이 기간 취업자가 54만명 이상 늘어났다. 경제수장이 이런 ‘거품통계’에 취해 안일한 인식에 빠져 있으니 제대로 된 일자리 대책이 나올 리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어제 청년 일자리 관련 보고서에서 고용규제와 강성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대기업과 정규직이 고임금과 고용안정을 누리면서 청년 취업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 임금은 중소기업 비정규직보다 2.8배 많다. 근속연수 30년 차와 1년 차 간 임금도 3배 이상 차이 나는데 주요국가(1.5∼2.4배)와 비교하면 그 격차가 과도하다. 이런 상황을 방치해서는 일자리문제를 풀 길이 없다.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이제라도 정부는 과감한 규제 완화로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고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2022-02-17 00:01:24
- [사설] 신변 보호자 또 피살, 말로만 재발방지 대책 세우는 검경경찰의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또 피살됐다. 16일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밤 구로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던 40대 여성 A씨가 한때 연인관계였던 조모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 여성은 신변에 위협을 느껴 숨지기 사흘 전 경찰서에 가해 남성을 고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지만 변을 당했다. 경찰은 “매뉴얼대로 했다”고 강변하지만 그말로 책임을 다했다고 보긴 어렵다. 불과 한두 달 전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는데, 검찰과 경찰이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나와야 정신을 차릴 건지 묻게 된다. 재발방지 대책 약속은 말뿐이었나. 최근의 피해 사례는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에선 신변보호를 받던 30대 여성이 위급상황에서 긴급구조를 요청했지만 경찰이 엉뚱한 장소에 출동하는 바람에 참변을 당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고, 같은 해 12월엔 서울 송파구에서 신변보호 대상자 가족들이 집에서 변을 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모두가 당국의 부실대응으로 빚어진 결과다. 이번 사건 역시 검찰과 경찰의 허술한 대응이 화를 자초했다. 가해자 조씨는 범행 사흘 전 스토킹 범죄 연루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폭행 협박피해를 신고한 A씨를 신변보호 대상자로 등록하고, 스마트 워치를 지급한 뒤 조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이 “일부 혐의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그러자 경찰은 조씨에게 100m 이내 접근금지만 하는 ‘소극적인 조치’만 취한 채 구속영장 재신청을 위해 보강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 조씨는 접근금지를 무시하고 A씨를 찾아갔고, 결국 범행을 저질렀다. 검경의 부실대응으로 인한 참극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최근에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급선무다. 그래야만 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매뉴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이번 사건에서 드러났듯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나 구치소·유치장 구금 같은 ‘잠정 조치’보다 강력한 조치를 마련해야 할 때다. 전자발찌처럼 스토킹 범죄자를 보호할 도구 도입과 보호대상자가 머무를 임시보호처 설치 같은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경찰서당 한두 명에 불과한 신변보호 전담인력 확충도 시급하다. 극한 상황에서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고서도 목숨을 잃는 일이 또 생긴다면 그건 ‘안전한 사회’라 할 수 없다.2022-02-16 23:59:58
- [사설] 김원웅 “해임안 무기명 직접투표”, 부결 노린 ‘꼼수’ 아닌가김원웅 광복회장의 비리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국가보훈처가 어제 국회 정무위에 보고한 감사자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의 한 아파트에 차려진 무허가 마사지 업소를 여섯 차례나 드나들며 60만원을 썼다. 또 자신이 설립한 ‘허준약초학교’의 공사비, 화초 구입 등을 위해 2380만원을 지출했다. 국회 내 카페인 ‘헤리티지 815’의 운영에 필요한 커피 재료 구입비를 부풀려 기재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다른 사람의 계좌를 거쳐 자신의 통장에 입금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게 다가 아니다. 김 회장의 며느리, 조카, 처조카가 임원이었던 골재회사가 광복회관 건물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광복회장 직인까지 활용해 공공기관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했다는 의혹도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광복회 대의원들은 “순국선열들의 영령 앞에 어떻게 고개를 들 수 있을지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며 김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런데도 김 회장은 “보훈처의 감사 결과는 횡령을 저지른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사퇴 의사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부하던 18일 임시총회 개최를 돌연 수용하고 대의원들에겐 불신임안의 무기명 직접 투표를 통보했다. 대의원 상당수가 지방에 흩어져 있는 데다 그마저도 연로한 탓에 지병을 앓고 있는 점을 노린 것이다. 전체 대의원 61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해임이 가능하다. 해임을 막으려 적법하지 않은 ‘꼼수’를 쓴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 회장은 이미 광복회장으로서의 자격을 잃었다. 그는 2019년 6월 4년 임기를 시작한 이후 숱한 역사 왜곡과 친여 행보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애국가 부정에 이어 고 백선엽 장군을 “사형감”이라고 폄하해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친일인사 파묘”를 주장하고, 야당을 “토착왜구 정당”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 등 여권 인사들에게 독립운동가 ‘최재형 상’을 수여하며 친정권 행보도 보였다. 광복회 회원들의 복지가 아닌 ‘자기 정치’에 더 힘을 쏟은 것이다. 광복회는 독립운동 선열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국민통합을 위해 설립된 조직이다. 그런데도 회장이라는 사람이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도 모자라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쓰일 돈을 쌈짓돈처럼 사적 용도로 썼다면 더 이상 광복회를 끌고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김 회장이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당장 사퇴하고 검경의 수사를 자청해야 한다.2022-02-16 07:47:45
- [사설] 美, 한국여행 금지 권고했는데 또 거리두기 완화한다니오미크론변이 대유행이 확산일로다. 어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만7177명으로 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엿새째 5만명대다. 위중증환자는 연일 300명대를 기록했고 사망자도 근 한 달 만에 가장 많은 61명에 달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자국민에게 한국여행금지를 권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문재인정부가 자화자찬해온 K방역의 민낯이 참담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방역정책은 총체적 난맥상을 보인다. 정부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하는데, 사적 모임 인원(6명)과 영업시간(오후 9시) 제한을 ‘8명·10시’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 출입 때 사용되는 QR코드·안심콜도 중단한다. 김부겸 총리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절규에 답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자영업자 단체는 어제도 영업시간 제한 철폐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다음 달 하루 확진자 30만∼40만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방역 완화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방역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방역조치가 한 번에 풀리면 의료대응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그 피해는 국민 고통으로 전가될 게 뻔하다. 정부는 열흘 전 고위험군에만 의료자원을 집중하는 방역체계를 도입했지만 오락가락 대응과 뒷북처방 탓에 혼란만 커지고 있다. 구매 제한과 온라인 판매 금지 등 여러 대책에도 자가진단키트 품귀현상은 풀릴 기미가 없다. 21만여명에 이르는 재택환자 치료도 수시로 바뀌는 지침 탓에 혼선을 거듭한다. 동네 병·의원이 진단·검사와 치료를 맡고 있지만 진료와 약 배송은 고사하고 전화 상담조차 받기 어렵다고 한다. ‘재택 방치’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고 감염자도 폭증할 것이라는 경고는 두 달 전부터 나왔는데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확진자 억제와 재택치료에 집중해야 할 때다. 아직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이 오지 않았고 위중증환자가 얼마나 발생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섣부른 방역 완화는 의료붕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야 할 정부가 ‘각자도생’ 방역으로 개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정부는 거리두기 완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재택치료자가 중증화하지 않도록 진료체계를 서둘러 보완하고 진단키트와 치료제도 충분히 확보해야 할 것이다.2022-02-15 23:52:20
- [사설] 文정부 4년 근소세 40% 증가, ‘봉’ 직장인 과표 개편해야‘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들이 낸 근로소득세가 문재인정부 4년간 13조원(38.9%)이나 늘었다. 지난해 근로소득세수는 47조2000억원으로 2017년 34조원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총 국세 증가율 29.6%보다 월등히 높다. 근로소득세는 월급·상여금 등 근로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월급에서 원천징수된다. ‘눈 뜨고 세금 떼이는’ 직장인만 봉이 된 모양새다. 정부는 근로자 수 증가를 근로소득세 급증요인으로 꼽았지만 사실과 다르다. 2020년 귀속 근로소득세 연말정산 신고 근로자는 1950만명으로 2017년보다 149만명 늘었다지만 단순히 수치로만 비교해선 곤란하다. 근소세 증가는 과세표준 구간이 15년째 바뀌지 않은 게 원인이다. 과세표준 구간은 현재 8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는 6%,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는 15%,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는 24%, 8800만원 초과∼1억5000만원 이하는 35%의 한계세율을 적용한다. 근로소득자 평균 급여액은 2017년 3519만원에서 3828만원으로 8.8% 늘었지만 소비자물가지수는 5.0% 상승했다.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으로 월급이 오르면 상위 과표 구간에 편입돼 세율이 오른다. 4600만원 이하 과표 구간에 있다가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으로 4600만원 초과 과표 구간에 편입되면 근소세율 최고 구간은 15%에서 24%로 올라간다. 전체 근로자 수가 늘더라도 실제 세금 부담은 일정 소득 이상인 중산층 ‘월급쟁이’가 떠안는다. 특히 근로소득세는 누진세율을 적용해 소득이 많을수록 부담도 커지는 구조다. 명목소득은 올랐지만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소득은 제자리인 상태에서 세금만 더 낸다는 얘기다. 물가 상승이 가파른 올해에는 이런 현상이 더 심화할 게 뻔하다. 과도한 세부담은 조세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 ‘세금주도성장’이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나라 곳간은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선심성 ‘돈뿌리기’에 나서다보면 오히며 물가만 자극해 서민 주머니 사정만 나빠진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은 조세의 제1원칙이다. 형평성 차원에서 근소세 면세자에 대한 최저한세 부과 등 조세 사각지대를 없애고, 고액 탈루행위를 뿌리뽑아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무엇보다 직장인을 위한 소득세 과표 구간과 세율 조정, 물가 연동제 도입 등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2022-02-15 23:51:44
- [사설] 막 오른 공식 선거운동… 깨어 있는 유권자가 눈 부릅떠야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오늘 시작돼 22일간 이어진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등 주요 정당 후보들은 그제 일제히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 공식화되고 이에 대한 여권의 견제도 본격화되면서 선거판은 한층 더 술렁거린다. 양강 체제를 이룬 이, 윤 후보는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 교체냐를 놓고 피 말리는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현재 판세가 안갯속이어서 단기간에 상대 후보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네거티브 캠페인과 포퓰리즘이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 우려된다. 양강 후보는 여전히 본인과 배우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 공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차 TV토론 이후 양측의 원색적인 비방전은 더욱 거칠어졌다. 공직자의 자질·도덕성과 관련된 의혹은 해소되어야 하지만, 유권자들은 과연 후보와 정당이 국가 미래에 대해 어떤 정책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다. 과장된 공격과 트집 잡기식의 네거티브로는 더 이상 지지율을 견인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라도 후보들은 시대정신을 직시하고 국가 과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수준 높은 정책 선거전을 펼쳐야 한다. TV토론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두 차례 토론 을 벌인 대선후보들은 앞으로 최소 3차례에 걸쳐 더 맞붙는다. 중앙선관위 주관 TV토론은 21일(경제)과 25일(정치), 3월 2일(사회)까지 세 차례 예정돼 있다. 관훈클럽이 제안한 별도의 TV토론도 17일 개최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지난 11일 진행된 2차 토론 역시 지난 3일의 1차 토론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각 후보가 자신의 정책을 충분히 밝히고 상대방 공약의 허점을 드러내는 데 한계를 보였다. 앞으로의 토론에선 밀도 높은 정책 검증이 가능하고 변별력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이번 선거의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고 각별하다. 유권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 지친 서민의 삶을 보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경제성장동력의 재점화 방안과 성장·복지 선순환을 위한 노동·연금개혁, 국가의 안위와 직결된 북핵, 미·중 패권 경쟁 등 각종 난제에 대해 어떤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눈을 부릅뜨고 옥석을 가리려는 유권자의 깨어 있는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2022-02-14 23: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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