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美 고물가에 금융시장 휘청, 울트라스텝 충격파 대비를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3% 급등했다. 시장 예상치인 8.0∼8.1%를 뛰어넘은 데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긴축공포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미 뉴욕 3대 증시는 2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인 3∼5%대 급락했다. 일주일치 상승세가 하루 만에 사라질 정도로 충격파가 컸다. 어제 국내 주식시장이 장중 2400선이 붕괴되는 등 아시아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외환시장도 혼돈에 빠졌다. 금리인상 우려가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17.3원 급등한 1390.9원에 마감해 13년 5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물가정점론’이 끝나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넘어 울트라스텝(〃 1.0%포인트)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한국은행이 연내 6연속 금리인상에 나서더라도 베이비스텝일 경우 금리 역전은 시간문제다. 한국 등 신흥국들의 경제 타격이 불가피하다. 환율 급등에 따라 정부가 어제 비상경제 TF(태스크포스)를 열어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환율방어와 금리부담 완화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환율 안정이 더 시급해 보인다. 고환율을 방치하면 성장도 물가안정도 물 건너간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국이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이어간다면 강달러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환율 상승은 동전의 양면이라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된 상황에서는 수출액 증가보다 원자재·중간재 수입가격과 물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크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0일까지 열흘 만에 무역적자(통관기준 잠정치)가 24억달러에 달했다. 미국발 울트라스텝에 대비하는 정부, 기업,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 당국이 외환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할 여지는 적지만 가수요·환투기 등이 없는지를 면밀히 살펴 상승속도를 늦추는 게 중요하다.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에 따른 기업·가계 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다.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고금리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내놔야 한다. 위기상황일수록 재정·통화당국 간 정책 엇박자는 금물이다. 한·미 간 금리차가 1%까지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빈틈없는 정책공조로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 경제체질 개선과 구조개혁으로 원화가치를 끌어올리는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 된다.2022-09-14 23:26:56
- [사설] ‘눈먼 돈’ 태양광 사업, 철저 조사해 책임 물어야문재인정부 5년간 12조원을 투입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신재생에너지전환사업)’에 대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추진단)의 1차 표본 조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추진단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22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2개 지자체(12%)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위법·부당사례가 무려 2267건(집행금액 2616억원)이나 적발됐다고 그제 밝혔다. 위법·부정대출이 1406건(184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뒤로 허위로 보조금을 받은 사례 845건(583억원), 입찰특혜 등도 16건(186억원)이나 됐다. 이 가운데 80.5%인 2108억원이 문재인정부 탈원전 정책의 상징인 ‘태양광’과 관련된 것이었다. 졸속으로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공사비를 부풀려 실제 사업비보다 과다하게 대출을 받거나, 공사 자체가 없는데도 허위 세금계산서를 만들어 돈을 빌린 사례가 99건에 달했다. 현행법상 농지에는 태양광 시설을 지을 수 없는데도 가짜 버섯재배 시설이나 곤충사육 시설을 꾸며 그 위에 태양광 시설을 짓고 대출금을 챙긴 수법도 20여건이나 적발됐다. 보조금 집행 과정에서 지자체 등의 도덕적 해이 역시 심각했다. 지자체들은 발전 설비자금을 타낸 뒤 다른 마을회관을 짓는 데 돈을 썼고, 사업을 잘게 쪼개 수의계약 대상을 만든 뒤 특정업체에 몰아주는 일도 있었다. 이번 조사가 12곳을 표본으로 한 점을 감안하면 위법·불법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추진단은 표본조사에 대해 “사례를 조사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정부가 현재 7% 수준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20%까지 확대하겠다고 했고, 그 주축이 태양광이었기 때문에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전략산업기반기금사업은 글로벌 추세에 부합하는 만큼 중단·축소돼선 안 된다. 전기료 3.7%를 적립해 기금을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모범적인 지자체 등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국민의 세금을 멋대로 쓰는 자, 엄벌해야 한다”고 했다. 비리가 있다면 발본색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전 정부 때부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비등했던 만큼 ‘세금사냥꾼들’을 일벌백계하기 위한 전수조사를 서둘러야 한다.2022-09-14 23:26:39
- [사설] ‘車값 평생 할인’ 혜택 줄였다고 단협안 걷어찬 기아 노조기아 노조가 최근 실시된 조합원 투표에서 올해 단체협약안을 부결시켰다. 퇴직자 차량 구매 할인 제도 조정안이 발목을 잡았다. 기아는 25년 이상 근무한 사원에게 ‘평생 사원증’을 지급하는데, 이들에게는 평생 2년에 한 번 자사 차량을 사면 3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번 임단협에서 사측과 노조집행부는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을 만 75세까지로 제한하고, 할인율도 2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할인 주기도 3년으로 연장키로 했다. 그러나 합의안은 노조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50대 이상 고참 직원들의 반발이 컸다고 한다. 기아 노사는 지난달 말 임금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기본급 월 9만8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200%+400만원, 생산·판매 목표 달성 격려금 100%, 품질브랜드 향상 특별 격려금 150만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기본급을 제외하고도 2000만원이 넘는 금액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인상안이었다. 그런데도 자동차 가격 평생 할인 혜택이 줄었다고 단협안을 걷어차다니 어이가 없다.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이기주의가 해도 너무 한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퇴직자 차량 할인 문제로 성과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면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기아 노조는 다른 완성차 업체와 달리 임금안과 단협안을 분리해 투표하는데 둘 중 하나라도 부결되면 재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퇴직자에게 평생 신차를 할인해 판매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중론이다.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기아처럼 퇴직자에게 혜택을 주는 건 지나치다는 것이다. 더욱이 자동차 가격을 30%나 깎아주면 회사로선 사실상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한다. 퇴직자에게 제공한 혜택은 결국 자동차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만큼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복합 경제 위기로 신음하는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몰염치한 행태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중심으로 급변하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 세계 업체들의 사활을 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일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이런 때에 기아 노조는 철밥통 사수에만 매달린다. 급변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눈앞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집착한다면 기업의 미래는 없다.2022-09-14 23:26:28
- [사설] 美, 바이오도 빗장… ‘뒷북대응’ 전기차 전철 밟아선 안 돼아직도 발코니에 서서 손을 흔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생생하다. 지난 7월 말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화상면담을 가진 뒤 관저 발코니에 나와 최 회장 일행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모습을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SK가 내놓은 배터리·바이오·반도체 산업 투자 계획을 두고 “역사적인 발표”라면서 “생큐”를 연발했다. 하지만 채 한 달도 안 돼 그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했고, 동맹은 국익 앞에서 뒷전이 됐다. 우려는 기우에 그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에는 바이오 의약품 등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내 의약품 생산을 확대하는 바이오 분야 행정명령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의약품 위탁생산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분야다. 만약 미국 내에서 의약품을 제조하도록 규정을 강화한다면 타격은 불가피하다. 생산기반의 해외 이전에 따른 국내 생산력 및 일자리 위축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IRA 충격이 되풀이되지 말란 법이 없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미국에서 팔려면 미국에서 공장 짓고 만들라’는 식의 보호정책이 자유시장 경제체제하에서 글로벌 무역질서와 동맹의 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양자·다자 채널을 통해 미 조야에 지속적으로 발신해야 한다. 그러려면 통상교섭력은 기본이다. 국익을 지킬 지혜롭고 기민한 무역·산업 정책 전략 수립 또한 절실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망 보호무역이 중국에 대한 견제 측면이 크다고는 하나 동맹국들을 홀대하면서까지 자국 기업 보호와 고용 정책을 밀어붙이는 모습이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온갖 규제로 기업 활동을 옥죄고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어렵게 하는 우리와는 비교된다. 정부와 국회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0일 뉴욕 유엔총회 참석 계기에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하게 되면 IRA와 바이오 문제에 대해 우리 입장을 단호하게 밝혀야 한다. 문제는 이런 식의 자국 공급망 안정화 정책이 비단 미국에만 그치지 않을뿐더러, 적용 품목 또한 전기차나 바이오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과 중국 등도 자족적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정책 시행을 본격화한 터다. 넋 놓고 수수방관했다가는 수출로 생계를 이어가는 우리의 처지가 더욱 위태로워질 게 뻔하다.2022-09-13 23:15:15
- [사설] 美 에미상 역사 새로 쓴 ‘오겜’ 6관왕, K콘텐츠의 쾌거다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한국 제작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는 12일(이하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에게 감독상을, 주연 이정재에게 남우주연상을 시상했다. ‘오징어 게임’은 앞서 4일 게스트상(이유미)과 시각효과상, 스턴트퍼포먼스상, 프로덕션디자인상 부문을 수상해 올해 에미상 총 6관왕에 올랐다. 영어가 아닌 언어로, 영미권이 아닌 지역에서 만들어진 드라마가 후보로 지명되고 상을 받은 건 에미 74년 역사상 ‘오징어 게임’이 최초다. 2020년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로는 최초로 작품상을 거머쥐며 92년 오스카 역사를 새로 썼듯 ‘오징어 게임’도 미국 방송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국제 영화제인 아카데미와 달리 에미상은 미국 TV 프로그램이 중심이 돼 왔기 때문에 ‘오징어 게임’ 수상은 더욱 값지다. 한국 드라마가 전인미답의 영토에 발을 디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K콘텐츠의 저력과 가능성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입증한 ‘오징어 게임’의 수상에 찬사를 보낸다. K콘텐츠는 방탄소년단(BTS)의 K팝,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에 이어 이제 드라마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9월 공개 후 53일간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를 달리며 역대 넷플릭스 시리즈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에 제작비 2100만달러(약 288억원)를 들여 10억달러(약 1조3730억원) 가치를 창출했다.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무엇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특화된 자막 서비스로 언어 장벽이 무너진 게 주효했다. 콘텐츠만 좋다면 세계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체 온라인 배급망을 갖추지 못하면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오징어 게임’처럼 ‘대박’을 터뜨려도 추가 수익이 없는 경우가 많아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가 번다”는 얘기를 듣는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정부가 토종 OTT의 세계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K콘텐츠의 선전이 경제효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치밀한 전략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2022-09-13 23:14:28
- [사설] 강력한 재정준칙 도입, 정부가 사명감 갖고 지켜나가야정부가 어제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확정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넘어서면 적자비율을 2%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다. 전쟁과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등 위기 상황에 한해 재정준칙의 예외를 적용하도록 했다. 정부가 쓰다가 남긴 예산인 세계잉여금의 국가채무 상환비율은 현행 3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높인다. 이런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시행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2024년 예산안부터 적용한다는 것이다. 재정준칙은 재정건전성 지표를 일정 수준 이내로 관리하는 규범이다. 지난 몇 년간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의 심각성을 생각하면 재정준칙 도입은 한시가 급한 국정과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확장적 재정운용으로 재정적자가 매년 100조원 수준에 달하고 국가채무는 2018년 680조5000억원에서 올해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건전 재정 기조는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있는 국가재정 운용의 자세”라며 “재정 총량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는 꼭 필요하다”고 했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정부는 대규모 재정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개편방안도 마련했다. 예타 면제는 박근혜정부 94건(25조원)에서 문재인정부 149건(120조1000억원)으로 대폭 늘어 방만하게 운영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제 예타 면제 요건을 구체화해 ‘재정 문지기’ 역할을 다하게 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현행 예타 면제 대상인 문화재 복원사업은 주변 정비사업이 전체 사업의 절반 이상인 경우, 국방 관련 사업은 전력 외 사업인 경우 예타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대규모 복지사업은 가급적 시범사업을 진행해 예타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는 예타 개편을 위한 법령·지침 개정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건전 재정은 쉽지 않지만 반드시 이뤄야 하는 과제다. 내년 재정지출 중 의무지출 비중이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바짝 긴장해야 할 때다. 관련 법 개정 작업에 국회가 적극 협력해야 한다. 정부는 재정준칙과 예타 개편 외에 재정지출 효율화 등 추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재정 성과가 미흡한 사업의 예산 삭감 등 지출 구조조정 원칙을 세우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 재정건전성은 우리 경제 최후의 보루다. 정부가 사명감을 갖고 지켜나가야 한다.2022-09-13 23:13:31
- [사설] 여야 정치권 ‘민생 실종’ 질타한 추석 민심 새겨들어라여야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어제 의원들의 귀향 활동을 통해 파악한 전국 민심을 점검하고 향후 정국 운영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추석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첫 명절인 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제한을 받지 않아 정치권은 추석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추석 민심 선점을 위해 여야가 유달리 부산한 움직임을 보인 배경이다. 그러나 이번 추석 민심은 여느 때보다 냉랭했다.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막대한 피해를 끼친 태풍으로 국민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걱정을 덜어줘야 할 정치인들의 책임이 그만큼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정치권은 끝없는 정쟁으로 국민에게 우려와 짜증만 안겼다. 출범한 지 넉 달밖에 지나지 않은 윤석열정부는 국정 운영에서 난맥상을 보이고 있으며, 여당인 국민의힘은 주도권을 놓고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과 이준석 전 대표 간 진흙탕 싸움에 여념이 없다. 169석의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방탄’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검·경 수사와 이에 맞선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발의로 정치권은 전쟁터가 됐다. 이러니 어찌 민심이 싸늘하지 않겠는가. 여야 의원들이 확인한 것처럼 정치권의 ‘민생 실종’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 국민은 화만 돋우는 정치권에 한목소리로 민생 챙기기와 협치를 주문했다. “정치인들이 이제 좀 그만 싸우고 민생 문제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말로만 협치한다고 해놓고, 허구한 날 밥그릇 싸움만 하는 모습이 지겹다”는 질타다. 그러나 어제도 양 당은 상대방 비난에 여념이 없었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윤석열정부는 어떤 불의에도 타협하지 않고, 엄정한 법 집행으로 민생의 가치를 지키겠다”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민생을 챙기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여당을 비판했다. 19일부터 대정부질문이 시작되면 정기국회에서 여야의 대치가 한층 더 격화될 전망이다. 추석 민심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면서 정기국회에서 극한 대결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여야는 정기국회에서 서민 가계의 주름살을 조금이라도 펴줄 수 있는 수해피해지원법, 대·중·소 기업 상생법, 부모돌봄급여법 등 민생법안은 차질없이 통과시켜야 한다. 따질 것은 따지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민생 현안에 대해서는 대화와 설득으로 해결책을 찾기 바란다.2022-09-13 08:55:41
- [사설] 민주당, 이재명 기소에 ‘대통령 임기’ 얘기가 왜 나오나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8일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자 “국민들을 무시하고 과거의 정치적 문법과 신 공안시대로 돌이키려 하는 부분들이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보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정 정국이 이어질 경우 윤석열정권이 탄핵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지난해 12월 방송사 인터뷰에서 대장동 사업 실무를 담당했던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한 발언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용도 변경을 요청했고 (하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해줬다”고 말한 것도 허위로 봤다. 검찰이 증거도 없이 제1 야당 대표를 재판에 넘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대표가 기소됐으면 법정에서 유무죄를 따지면 되지 아무 관련이 없는 대통령 임기를 거론하는 건 황당하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에 ‘야당 탄압’, ‘정치 보복’ 프레임을 씌우려는 속셈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국회 통과 가능성이 희박한 ‘김건희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한 것도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물타기하려는 의도다. 오죽하면 국회 법사위 소속인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가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 부인에 대한 특검이 민생에 얼마나 도움이 되냐”면서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겠나. 특검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캐스팅보터’로 꼽히는 조 대표는 “남의 부인을 정치공격의 좌표로 찍는 행위가 부끄럽고 좀스럽다”고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에 군불을 때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이번에 기소된 혐의 말고도 대장동·백현동 개발특혜, 성남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등 10여건의 의혹으로 수사 받고 있다. 측근인 이화영 킨텍스 사장도 쌍방울그룹에서 제공한 법인 카드로 1억여원을 사용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진실을 밝힐 단서가 나올지 주목된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수사에는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서 윤석열정부와 수사기관을 향한 공격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인 모양이다. 민주당이 비리 의혹 수사를 정쟁으로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2022-09-12 23:30:04
- [사설] 北 핵무력 법제화, 국제사회 고립만 심화시킬 것북한이 ‘핵무력’ 사용의 법제화까지 단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 정책이 법령으로 채택됐음이 대외적으로 공표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우리의 핵을 놓고 더는 흥정할 수 없게 불퇴의 선을 그어놓은 여기에 핵무력 정책의 법화가 가지는 중대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핵보유국이라는 기존 주장에 더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노선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핵무력 정책 법령은 1항부터 11항까지 번호를 붙여 핵무력 사명, 구성, 지휘통제, 집행 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3항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에서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고 명시했다. 이어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 단행된다”고 밝혔다. 1인 독재정권 수호를 위한 핵무기 사용 정책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어서 말문이 막힌다. 북한의 핵무력 법령은 우리 통일부가 이산가족 문제 논의를 제의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비핵화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남측이 북한 비핵화 로드맵으로 제시한 ‘담대한 구상’에도 별 관심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9일 북한이 ‘비핵화는 없다’며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데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논평했다고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이 전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이날 “핵 위험을 줄이고 없애기 위한 국제사회의 수십년 노력에 반대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한반도 비핵화 염원을 내팽개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는 예견됐던 일이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고는 이날 낮 성명을 통해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15형’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며 ‘국가 핵무력 완성’ 실현을 선언했다. 이후 자체 로드맵에 따라 미사일 도발을 이어오다 올 들어서는 김 위원장이 앞장서 ‘핵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천명하며 도발 강도와 빈도를 높여오지 않았나. 7차 핵실험 준비도 마친 상태다. 북한의 오판과 무모한 도발에 더 강력하고 신속한 한·미 연합 억제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핵무력 법제화가 국제사회 고립만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점도 분명히 깨닫게 해야 한다.2022-09-12 23:29:54
- [사설] 美 해리스 방한, 전기차 보조금 차별 해소 돌파구 돼야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오는 29일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다. 미 부통령의 방한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2월 마이크 펜스 이후 4년 6개월 만이다. 대통령실은 어제 “한·미관계 강화 방안을 비롯해 북한문제, 경제안보, 주요 지역 및 국제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가결과 강달러 현상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을 감안할 때 주요 의제는 경제안보 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을 방문 중인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도 그제 브라이던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안 본부장은 “미 무역대표부(USTR)와 양자 간 협의채널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법안이 만들어진 상황’이라며 유보적이었던 조 바이든 행정부가 태도 변화를 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동맹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대만의 세계 3위 실리콘 웨이퍼 생산업체의 7조원 규모 한국 투자를 미국으로 가져갔다. 한국의 공장 건설 비용이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말에 러몬드 장관은 즉석에서 “거기에 맞춰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지난해보다 15% 감소한 110억9000만달러에 그친 반면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ODI)는 전년 대비 124% 급증한 254억달러에 이르는 현실에 말문이 막힌다. 이번 해리스 방한은 위기이자 기회다. 우리 정부는 뒷북대응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입법이 완료됐다지만 시행령이 만들어지는 연말까지 시간이 남아 있다. 2025년 현대차가 미국 공장을 짓기 전까지 시행유예를 두는 것만으로도 한·미 양국은 ‘윈윈’할 수 있다. 미국의 전기차 차별은 단순히 개별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미래차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윤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은 하나”라고 누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차별적 보조금에 대한 부당함을 적극 알려야 한다. 미국 주도 반중 반도체 협의체인 ‘칩4’(미국·한국·대만·일본) 출범 연기와 전기차 문제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오는 19∼20일 미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할 경우 우리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미국도 ‘자국우선주의’에 매몰되지 말고 동맹국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옳다. 한국산 전기차 푸대접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내국인 대우 의무규정’을 위반해 무역 분쟁을 부를 수 있다. 중국의 반발에도 국익 차원에서 어렵게 ‘칩4’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동참을 결정한 동맹국에 일방적 피해를 강요해선 안 된다. 올해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4대 그룹이 발표한 미국 투자액만 80조원에 이른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다간 한국 등 동맹국의 대미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제·안보 동맹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2022-09-08 21: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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