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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통도사 대웅전엔 부처님이 안계시다.

good해월 2006. 8. 24. 11:04

 

우리나라 최초로 만들어진 금강계단과 부처님의 진신사리탑

 

절집 대웅전에 부처님이 계시지 않다니, 정말 희한한 일이 아닌가. 도대체 부처님이 어디로 가셨기에 안 계시는 것일까? 통도사를 가면 이상한 건물이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나 ‘스폰지’라는 TV 프로에 나올만한 소재를 갖고 있는 건물이 있어, 중요한 유형문화재로 인정을 받아 국보 제290호로 지정이 되었다. 통도사는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로 손꼽히는 큰 절로, 신라 선덕여왕 15년(646)에 자장율사가 세웠다.


「대웅전은 원래 석가모니를 모시는 법당을 가리키지만, 이곳 통도사의 대웅전에는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고 건물 뒷면에 금강계단(金剛戒壇)을 설치하여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다. 그 때문에 통도사라는 절 이름도 금강계단을 통하여 도를 얻는다는 의미와 진리를 깨달아 중생을 극락으로 이끈다는 의미에서 통도(通度)라고 하였다 한다. 지금 건물은 신라 선덕여왕 때 처음 지었고, 임진왜란 때 불에 탄 것을 조선 인조 23년(1645)에 다시 지은 것이다.

 

규모는 앞면 3칸·옆면 5칸이고, 지붕은 앞면을 향해 T자형을 이룬 특이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장식하여 짠 구조가 기둥 위뿐만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계 양식으로 꾸몄다. 건물 바깥쪽 기단 부분과 돌계단 층계석, 계단 양쪽(소맷돌)부분에서는 통일신라시대의 양식을 이어받은 뛰어난 연꽃조각을 볼 수 있다.


금강계단은 금강과 같이 단단하고 보배로운 규범이란 뜻이다. 부처님이 항상 그곳에 있다는 상징성을 띠고 있으며, 지금 있는 금강계단은 고려·조선시대를 거쳐 여러 차례 수리한 것이다. 양식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금강계단 형태를 띠고 있는데, 가운데에 종 모양의 석조물을 설치하여 사리를 보관하고 있다. 1층 기단 안쪽 면에는 천인상을 조각하고 바깥쪽 면은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인 제석의 모습을 조각하였다. 지은 연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조선 중기의 대표적 건축인 대웅전과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담고 있는 금강계단은 각각 건축 구조와 건축사 연구, 계단(戒壇)이 가지고 있는 그 의미에서 중요한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국보 제290호로 지정된 통도사 대웅전 및 금강계단 - 위로부터 적멸보궁, 금강계단, 대웅전이다. 하지만 이 건물은 모두 한건물의 다른 면을 갖고 있다.

 

이상은 문화재청의 정보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이다. 이 글을 보면 대웅전에 부처님을 모시지 않은 이유를 알 수가 있다. 그러나 자칫 이 내용으로 보면 대웅전과 금강계단이 두 개의 건물인 것으로 오해를 한다. 하지만 대웅전과 금강계단은 한 건물의 딴 면이다. 일반적으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불상을 모시지 않는 곳은 적멸보궁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웅전에 부처님이 안계시다는 것도 특이하다. 그러나 적멸보궁이라는 편액이 걸려있는 또 한 면이 있다. 결국, 한 건물에 세 개의 편액이 걸려있는 셈이다. 대원군의 글씨라는 이 편액들을 보면 통도사 입구를 들어가면 처음 만나는 면이 적멸보궁이다. 그리고 좌측으로 돌면 금강계단과 대웅전의 편액이 걸려있다. 물론 금강계단의 편액이 걸린 곳을 직선으로 보면 벽이 트여 있고, 그 밖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셔놓은 탑이 있다. 


금강계단(金剛戒壇)이란 부처님의 사리(佛舍利)를 모시고 수계의식(授戒儀式)을 집행하는 장소를 말한다. 번뇌를 극복하는 방법으로서 불교는 전통적으로 계(戒)·정(定)·혜(慧)의 삼학(三學)을 제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계를 가장 강조하면서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것은 곧 그것이 현존(現存)하는 부처님이라는 뜻을 상징한다. 그렇기에 진신사리를 모시고 의식을 집행한다는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있다.

 

의정(義淨)의 『대당서역구법고승전(大唐西域求法高僧傳)』에 나란타 사원의 금강계단 모습이 묘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계단은 인도에서 유래하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자장(慈藏)이 당나라에서 불사리를 얻어 귀국한 후, 통도사를 창건하면서 이 계단을 만든 것이 최초이다. 그는 계단을 세워 가사(袈裟)와 사리를 모시고 대중을 교화하였다. 현존하는 통도사의 계단은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여러 차례 중수(重修)된 것으로, 우리나라 전통적 양식으로 정착한 형태이다. 그밖에도 비슬산 용연사(龍淵寺), 김제 금산사(金山寺)의 계단이 유명하다.

 

김제 금산사의 계단과 탑(위). 계단에 새겨진 조각


올 봄에 찾은 통도사에 가서 처음엔 그리 황당할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언뜻 대웅전이라는 현판만을 보고 불쑥 들어갔는데 부처님이 계시지 않았다. 한쪽 벽면을 트고 그 쪽을 향해 무수히 절을 하는 불자들을 보면서, 적멸보궁도 아닌데 부처님이 계시지 않다는 것에 대한 당혹감이다.

 

잠시 후에 밖으로 나와서야 그 이유를 알고 실소를 자아냈지만, 어찌하랴 사전에 미쳐 준비를 하지 못한 나의 무식함이 죄인 것을. 자만심에 빠져 조금 안다고 아무런 준비도 없던 내가 불찰이었던 것. 그래도 열심히 절을 하고 나온 것만으로도 만족해야지. 하지만 통도사에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아야 할 것 아닐까. 또 하나, 그 후로는 사전 지식을 쌓고 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후에 다니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통도사는 그렇게 나에게 커다란 가르침을 준 절집이다.

출처 : 하얀구름(소운 김선옥)의 불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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