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그리고 장독대
그 앞에 널어놓은 붉은 고추
이 셋만 가지고도 가을은 깊어 갈 수 있다.
그래서 가을은 장독대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아닐까?
그것은 아마 겨우살이 준비를 하는 가장 중요한 곳이 장독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지문
그리고 뒷편으로 보이는 장독대는
무엇인가 신비한 여인의 속내를 보는듯 하다.
정갈하게 놓여진 크고, 작은 장독들이
오히려 잘 어울리는 것도 세상의 작은 이치를 깨닫게 한다.
그저 어우러져 살아가라는...
물레방아간에서도 가을이 온다.
곡식을 쿵쿵거리며 찧는 소리는
가을걷이를 하고 난 뒤 마을 총각네들이
건너 마을 처녀를 사모하며 설레이는 가슴의 고동인가 보다.
줄기와 잎은 다 시들고 말랐어도
그 열매는 실한 것이 가을이다.
대나무 척 걸쳐놓고
짚으로 받침 엉성하게 만들어 놓아도
그 열매가 실해 가을이 익는다.
코스모스가 바람에 하늘거리는 길
그 길 가에 서 있기만 해도 가을은 마음을 열게한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코스모스를 닮은 여인들도 성큼 다가온 가을이 반갑다.
돌 화덕 위에 올려진 약턍관
그 안에 가을의 작은 불씨가 있다.
미리 탕약이라도 껄죽하니 먹어두어
깊은 겨울을 대비하려는 마음이다.
그래서 가을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경북 영주 선비촌에서
출처 : 누리의 취재노트
글쓴이 : 온누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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