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지정면 안창리에 소재한 보물 제 464호 흥법사지 삼층석탑. 내가 이곳을 지나는 길에 꼭 이탑에 들리는 것은, 무덤덤한 모습으로 긴 세월을 그 자리에 서 있는 고집스런 모습에 매료가 되어서다. 탑은 여기저기 많이 훼손이 되어있긴 하지만, 어느 곳 하나 시멘트 칠을 하지 않은 체 고고한 자태로 서 있기 때문에 더 좋아한다. 그저 2중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린 고려시대의 일반적인 탑의 모습이다.
그런데 왜 이 탑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을까? 그것은 역사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1층 기단은 기둥을 새기지 않은 대신 안상을 새기고, 그 안에 땅으로부터 연꽃이 솟아나는 모습을 새겼다. 2층 기단은 여러 장의 돌로 만들었으며, 버팀 기둥과 모서리 기둥을 새겨놓았다. 탑의 몸돌은 한 면에 두 개의 모서리 기둥을 새겨 놓은 것도, 단조로움에서 조금은 벗어난 듯 하다. 몸은 기단부에 비해 지나치게 줄어들어, 약간은 빈약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이 탑의 매력이다.
탑의 지붕돌은 윗부분이 두껍게 조성되었고, 추녀 끝은 약간 위로 치켜 올렸다. 처마의 받침은 4단으로 꺾어놓았으며, 탑 위에는 노반과 복발만이 남아있다. 그저 평범한 탑, 이 탑이 마음에 드는 것은 바로 평범하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따져 가장 많은 불교 문화재를 보유한 원주시에서, 수많은 문화재들이 자리를 이동했는데,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은 바로 이 평범한 때문이다.
이 탑을 보면서 난 세상을 배운다. 모나지 않아 정을 맞지 않은 탑. 그래서 이 흥법사지 삼층석탑은, 세상을 잘 사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생각이다. 세상은 변한다고 하지만, 천년 세월 온갖 풍상을 버티며 한 자리에 버티고 있는 이탑에서, 정말 온전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이러한 우리 문화재가 지니고 있는 속내를 모르는 사람들은, 자리를 옮겨도 그 모습 그대로라고 한다. 하지만 그 속내가 사라진 문화재가, 과연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몰상식한 문화사대주의 자들에게 흥법사지 삼층석탑은 오늘도 일갈을 하고 있다.
‘문화 사대주의자들아, 문화재는 그 자리에 있을 때, 가장 그 가치가 큰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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