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랜드고릴라 10억원, 오랑우탄 3억원, 코끼리 2억 5000만원, 황새 2억원, 호랑이 1000만원, 사자 300만원 등등 이것은 얼마 전 국내 동물원에서 멸종의 심각성 정도에 따라 등급을 분류해 매긴 동물들의 몸값이다. 따라서 호랑이와 사자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참새 한 마리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옛날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기억을 더듬으면 참새 값은 몇 백원 정도. 최근 값으로도 1만~2만원대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참새 한 마리가 생태학적 관점에서 인간에게 가져다 주는 가치를 평가한다면 얼마나 될까? 독일의 환경생태학자 프레데릭 베스터 박사는 1357유로(약 180만원)로 산출했다.
베스터 박사는 우선 재료값으로 참새의 뼈와 고기가 480원, 사람이 새들을 보고 느끼는 정서적 가치를 1년치 신경안정제 값으로 환산했을 때 4만원 정도 된다고 봤다. 또 해충구제 비용으로 새 한 마리가 1년에 10만 마리의 해충을 구제한다는 통계대로 계산했을 때 6만원 정도의 환산적 가치가 나온다.
한편 씨앗 살포자로 새 한 마리가 1년에 한 그루의 나무를 퍼뜨린다고 가정할 때 사람이 나무를 심는 데 드는 인건비 8만원, 환경감시자, 공생파트너, 기술개발과 생물 다양성에 대한 기여 등의 값을 모두 합한 금액이 40만원 정도 된다.
따라서 참새의 수명을 5년으로 봤을 때 참새의 몸값은 약 180만원(고기와 뼛값은 5년 곱한 값에서 제외)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골프장 27홀 정도 크기(148만㎡) 숲에 사는 새들의 종수와 마릿수를 파악해 베스터 교수의 셈법으로 전체 새의 몸값을 계산해 보면 200억원이 넘는 금액이 나온다. 새들이 사는 나무 한 그루가 인간에 끼치는 사회생태적 가치는 연간 약 220만원(목재값· 해독·정화작용 등)이다.
만일 이 나무값까지 넣는다면 골프장 27홀 크기의 사회생태적 가치가 적어도 수십조원은 된다는 이야기다.
과학적이고 생태학적 고려를 무시한 개발우선정책은 치명적인 환경훼손만이 아니라 한 국가의 잠재적, 가상의 모든 재산 가치를 일시에 날려 버리는 매국행위와 다르지 않다.
백승진<환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