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안개에 가려지는 선돌 경이로워
8월 22일, 아침부터 비가 세차게 내린다. 답사 길을 떠나야 할까를 망설이기보다는, 빗속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들뜬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영월읍 방절리 소나기재에 있는 선돌이다. 해발 320m인 소나기재에 오르면 주차장이 있고, 그 한편에 선돌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선돌. 입석(立石)이라고 부르는 선돌은 높이 70m의 깎아지른 절벽이다. 주천강과 평창강이 만나 서강을 이루고, 그 서강 가에 우뚝 솟아 비경을 만들어 낸 선돌. 조선 순조 때인 1820년 영월부사 홍이간은 뛰어난 문장가다. 당시 풍류를 즐기던 오희상, 홍직필 등과 함께 구름에 가려진 선돌의 아름다움에 취해, 선돌의 바위에다가 운장벽이라 적었다고 한다. 구름으로 벽을 쌓았다는 이야기니, 아마 오늘 같은 날이었지 않았을까?
선돌을 촬영하느라 비에 젖는 줄도 몰랐다. 비구름에 점점 선돌을 가려지고 있어 마음이 바빠진다. 선돌이 사라지기 전에 한 장이라도 더 담아두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구름 속으로 사라져, 날이 들으면 어느새 없어질 것만 같은 선돌. 어찌 이런 절경을 두고 시인 묵객들이 한 수 남기지 않을 수가 있었으랴.
한 폭의 신선도를 보는 듯 해 신선암이라고도 불렀다는 선돌. 그 아름다운 자태만큼이나 숱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선돌 아래 깊은 소에는 자라바위가 있는데, 선돌 아랫동네인 남애마을에 장수가 태어나 적과의 싸움에서 패하자, 선돌 위에서 서강으로 몸을 날려 자살을 했다고 한다. 그 장수가 자라바위가 되었고, 선돌을 바라보면서 소원을 빌면 한 가지는 꼭 이룬다고 한다.
선돌에 취해 넋을 빼고 있는데 가족들이 찾아든다. 이미 많이 비구름에 가려진 선돌을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다. 위 전망대로 올라본다. 이미 뿌옇게 비구름에 쌓여버린 선돌. 또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선돌을 담으러 왔나보다. 하지만 선돌은 이미 구름 속으로 사라진 것을. 이른 아침 빗길을 달려 온 덕에 선돌의 비경을 보았다. 그래서 답사를 계속하는가 보다. 이런 비경을 볼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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