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즉문즉설 / 어머니를 피하고 싶어요
문 :
큰 동생이 어머니 돈을 몰래 찾아 써서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어머니하고 걸림이 많아 친정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답 :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기 인생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기 인생을 자기가 제대로 못 산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자기 고민밖에 할 줄 모르는 존재들입니다. 우리가 남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것은 사실 거짓입니다.
남편이 죽으면 죽은 남편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죽고 난 후 자녀교육 등 자신의 삶을 걱정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늘 자기 걱정을 하는 것이 중생의 특징입니다. 교통사고가 나도 다친 사람 걱정보다는 어떻게 처리해야 자신에게 손해가 오지 않을지 계산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부처님을 찾고, 하나님을 찾고, 이런 저런 신을 찾아 자기 인생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도와 달라고 요청합니다.
지금 이 분도 어머니를 걱정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기 걱정이 된 겁니다. 해결할 능력은 없고, 해결은 해야 하겠으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존재, 항상 누구한테 의지해서 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하는 존재인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가 있겠습니까?
여러분들은 절에 다니면서 남에게 수행이 잘 됐느니 못 됐느니, 이러면 되느니 안 되느니 하면서 남의 인생에 간섭합니다. 그러나 남의 인생에 간섭할 능력도 없고 시간도 없다는 사실만 확실히 알게 되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친정에서 전화가 오면 그런 일이 벌어졌구나 하면서 받으면 됩니다. 해결하려고 하니까 해결하지 못할까 봐 두려움이 생기지만, 해결할 생각을 아예 안 하면 문제가 안 돼요. 어머님이 오라고 하면 가고, 얘기하시면 들으세요. 그렇게 하면 친정에 가지 않고 도망가는 것보다, 오히려 가족들에게는 힘이 됩니다.
여러분들이 질문하면 제가 여러분들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그냥 듣고 법에 맞게 얘기할 뿐이에요. 제가 해결책을 얘기해도 ‘하고 안 하고’는 그 사람의 문제잖아요. 저도 가끔 깜빡 잊고서 ‘이 사람이 이렇게 좀 했으면 좋겠다’하고 남의 인생에 간섭할 때가 있어요. 이렇게 간섭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될 때 화가 납니다. 그 사람은 절에 가서 열심히 수행을 하는데도 내 기대에 못 미치면 “절에 다닌 지 몇 년이 됐으면서 이것도 하나 못 하나”하고 실망하게 됩니다. 사실 옛날에는 이 사람이 이만한 수준이 아니었어도 미워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수준이 높아졌는데도 미워합니다. 왜냐 하면 기대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질문하신 분은 지금 어머니 인생에 간섭을 하려니까 어머니를 만나기 싫은 거예요. 내가 어머니 인생에 전혀 간섭할 생각이 없으면 길 가는 사람 보듯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전화가 오면 약 좀 올려주세요. “어머니, 돈 잃어버려서 속이 시원하겠네.” 이렇게 한번 해 보세요. 그러면 난리가 나겠죠? 그리고 이렇게 농담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고 엄마! 아들이 가져갔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얘기 들어주고, 맛있는 거 사 드시라고 돈이라도 얼마 드려보세요. 가능하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간섭하고 싶기 때문에, 또 간섭해도 내 말을 듣지 않을 거 같으니까, 가기가 싫은 거예요.
내 문제를 누구한테 의지하지 않고 온전하게 해결하는 자가 부처입니다. 깨달은 사람은 근심이 없고 걱정이 없습니다.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으니까 사람들이 이런 저런 어려움을 가지고 도움을 청할 때 자기 경험에 비추어서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습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출처 : 법보신문 967호 [2008년 10월 01일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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