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아름다운 놀이문화 / 천렵
천 렵
하늘이 높고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풍요로운 가을이 오면, 마을 앞 냇가에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물고기를 잡아 천렵을 하려는 것이지요.
누군가가 먼저 그물이랑, 솥단지를 들고 회관에 나오면, 어느새 하나 둘 나오면서 국수랑, 고추장이랑, 양념이랑 천렵 국을 끓일 재료가 모입니다.
이윽고 사람들은 그물이랑 솥단지를 들쳐 메고 마을 앞 냇가로 나갑니다. 냇가에 도착하면 맨 먼저 그물을 드리우고 물고기를 잡습니다.
웃통을 훌쩍 벗어 던지고는 ‘텀벙텀벙’ 물장구를 치고, ‘왁자지껄’ 소리를 지르며 고기를 몰면, 놀란 물고기는 그만 그물 속으로 쏙쏙 걸려듭니다. 한식경을 잡으니 벌써 양동이엔 하얀 배를 드러낸 붕어며, 피라미며, 미꾸라지까지 반 이상 가득합니다.
잡은 고기는 손질하고 솥단지에 넣어 천렵 국을 끓입니다. 가져온 양념과 재료에, 인근 밭에서 서리해온 고추랑, 깻잎이랑, 파랑, 호박을 썰어 넣고 펄펄 끓입니다.
마지막으로 고추장을 풀고 국수를 넣으면 춤추듯 넘실대는 천렵 국의 유혹에 꼬르륵, 꼬르륵 배에서는 야단법석이 납니다.
빙 둘러앉아 호호 불며 정신없이 먹던 천렵 국의 그 맛, 큰 병 소주 곁들여 먹던 천렵 국의 그 맛, 셋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를 그 맛은 지금 생각해도 잊지 못할 고향의 참맛입니다.
< 김용길 >
※ 천렵이란
천렵은 주로 여름철과 가을철에 가까운 강이나 냇가에 나가 물놀이도 하고 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 먹으며 하루를 즐기는 놀이입니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참여했으며, 주로 남자들이 하던 놀이입니다. 천렵을 할 때 고기를 잡기 위해 쓰이는 도구는 반두·족대·촉고·작살·통발·어항 등이 있습니다.
※ 잊혀져 가는 것들...
오늘날 천렵은 수도권에서는 수질이 오염되어 꿈도 꿀 수 없는 추억의 놀이가 되었고, 자연이 잘 보호된 시골에서만 일부 행해지고 있있을 정도랍니다.
그나마 지금의 시골에는 천렵을 할 만한 젊은이들이 거의 없어 차츰 사라져 가는 전통놀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고 안타갑습니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진행으로 점점 사라져 가는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문화와 놀이들.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던 그런 푸근한 고향의 서정은 이젠 뇌리에만 맴도는 추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번 추석에 찾은 나를 키워준 고향 마을도 이젠 이번 추석을 끝으로 사라지게 된답니다. 향남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어 나를 반듯하게 키워 주던 정들었던 고향 마을의 모든 것들이 포크레인과 불도저의 굉음속에 모두 묻히게 되었답니다.
고향을 잃는 아픔에 이번 추석은 우울한 추석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정든 고향 마을. 어느 한 구석구석 보석같은 추억이 깃든 곳 뿐인데... 이젠 기억속에 묻어 둬야만 하는 고향. 고향을 잃는 아픔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Tip....
□ 천렵에 쓰이던 고기잡이 도구들...
○ 반두와 족대
반두는 두 끝에 막대기를 대어 두 사람이 맞잡고 고기를 몰아 잡도록 된 그물을 말하고요. ‘족대’는 작은 반두와 같은 그물로 한 사람이 잡도록 만든 도구입니다.
○ 통발과 어항
통발은 가는 댓조각이나 싸리나무를 엮어서 아가리를 짧은 대쪽으로 비늘처럼 엮어놓은 고기잡이 도구의 하나이고요. ‘어항’도 일종의 통발이라 할 수 있는 고기잡이 도구입니다.
○ 작살
작살은 나무 막대에 철사나 얇은 철판으로 끝을 뾰족하게 만들어 촉을 댄 것으로 창처럼 생겼는데, 한번 들어간 살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반대편으로 날을 세운 것이 창과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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