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누룽지가 그리운 이유
하늘 천 따라지 가마솥에 누룽지
누룽지 긁어 주시던 어머니 그리워라
가을이 깊어가는 요즘,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날씨가 몸을 움츠리게 한다. 콜록콜록, 여기저기 감기에 걸린 사람도 많지만, 가을은 풍요의 계절임엔 틀림없다. 도시를 벗어나 근교로 나가보면 넘실대는 들판이 풍요를 노래한다. 요즘이야 먹을 것이 풍부하다지만,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하얀 쌀밥이 그리운 시기가 있었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무쇠 솥으로 밥을 하고 나면 나오는 간식이 있었다. 바로 가마솥 누룽지다. 넉넉하지 않던 시절, 어머니께서 긁어 주시던 꿀맛 같던 누룽지. 갑자기 어머니와 누룽지 생각에 짧은 글을 써 본다.
가마솥에 누룽지 !
찬바람이 윙윙 부는 늦가을 새벽, 어머니는 나무뿌리로 만든 단단한 솔로 가마솥을 휘휘 저어가며 닦습니다. 우리 식구가 먹을 아침밥을 지으시려는 것이지요.
양은그릇에 쌀 한 됫박, 보리 반을 섞으시고는 ‘이리 찍 저리 찍 이리저리 찍찍’ 돌려가며 빡빡 문질러 씻습니다. 잘 씻은 쌀에 물을 붓고는 휘휘 돌려가며 조리질을 하여 돌을 걸러 내십니다. 그러고는 손등으로 물을 맞추시고는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핍니다.
얼마를 지났을까? 열이 오른 가마솥은 구슬땀을 토해내고 모락모락 구수한 밥 향기가 온 집안에 진동할 무렵이면 ‘푸우! 푸~’ 한숨소리 요란한 가마솥은 밥이 다 되었으니 제발 불 좀 빼달라고 통사정을 합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여느 때와는 달리 본체만체하십니다. 아마 오늘은 누룽지를 만드실 모양입니다. 그런 날이면 우리 형제들은 낌새를 알아채고 경쟁하듯 밥을 후다닥 먹어 치우고는 부뚜막 앞에 쪼그리고 모여 앉습니다.
그러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를 부릅니다. “하늘천 따라지 가마솥에 누룽지 박박 긁어서...” 천자문이 아닌 어머니를 부르는 소립니다. 밥을 다 드신 어머니는 놋주걱을 꺼내 누룽지를 긁습니다. 얼마나 누룽지를 긁었으면, 동그랗던 놋주걱은 칼날처럼 날카롭게 닳고 닳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는 요즘, 기계로 만든 누룽지가 지천이지만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밥을 짓던 그 시절의 구수한 누룽지의 맛. 찬 바람이 불어 올 무렵이면 그리워지는 어머니의 구수한 손맛입니다.
미디어 다음 베스트 블로그 길s브론슨(김용길)
TIP...
바삭 바삭 누룽지 간편하게 만들려면?
1. 쌀 한컵을 씻어서 바닥이 넓은 냄비에 밥을 한다.
2. 밥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 뜸을 들인다.
3. 뜸을 다 들어 밥이 다 될 무렵 뚜껑을 열고 한곳에 뭉쳐있는 밥을
바닥에 최대한 고르게 주걱으로 펴 준다.
4. 불을 아주 약하게 해서 약 10분 정도 그대로 둔다.
5. 바삭바삭한 누룽지가 다 됐을 때 주걱으로 긁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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