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즉문즉설 / 궁합 때문에 헤어졌어요
문 :
최근에 결혼을 약속한 사람의 어머님이 아들과 저의 궁합이 나쁘다며 결혼을 반대하여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점보는 일을 금하셨다고 하던데
이렇게 궁합을 맹신하는 것이 온당한 건가요.
답 :
사랑하는 남녀가 결혼 말이 오가면 어머니들이 성, 본, 재산, 학벌 등을 놓고 따집니다. 어떤 사람은 집안을
갖고 반대하고 어떤 사람은 궁합이 나쁘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어떤 사람은 학벌이 처진다고 반대하고 어떤 사람은 인물이 못하다고 반대합니다. 다 그 사람들 나름대로의 가치에 따라 따지는 것입니다. 궁합도 그런 기준의 하나일 뿐인데, 유독 궁합을 보는 것만 문제 삼을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가난한 집 자식이라고 퇴짜 맞았다든지 학벌이 좋지 않다고 퇴짜 맞았다면 어땠을까요? 그런 경우는 억울하지 않고 궁합이 나빠서 퇴짜 맞은 것만 억울할까요? 오히려 궁합 때문에 퇴짜 맞은 게 학벌이 좋지 않다고 퇴짜 맞은 것보다 덜 속상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런 것은 그냥 사회문화현상의 하나입니다. 궁합이 좋지 않다고 결혼을 반대하면 “네, 알겠습니다.” 하고 끝내면 됩니다. 미련을 둘 필요가 없습니다. 어머니가 궁합이 안 좋다며 반대한다고 해서 결혼을 약속한 여성에게 파혼을 통고하는 남자를 굳이 붙들 필요가 있을까요. 가난한 집 딸이라서 집에서 반대하니 결혼하지 않겠다거나 학벌이 좋지 않다고, 또는 인물이 못하다고 결혼하지 않겠다는 남자나, 궁합이 안 맞는다고 결혼하지 않겠다는 남자나 다 똑같은 겁니다. 정말 결혼할 결심이 확고한 남자라면 그런 것 가리지 않고 결혼을 강행합니다.
부처님께서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스님들이 궁합을 보고 사주를 보는 것이 옳은가 물었습니다. 스스로가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고 있는지를 항상 살피는 것이 불교이지, 부처님 말씀을 잣대로 상대방을 평가하는 자세는 불교가 아닙니다. 그것은 시비분별에 불과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자기에게 적용하는 것이 불교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남에게 잣대를 들이대면 그것은 다툼입니다.
질문한 분은 옛 남자친구한테 아직 미련이 많이 남았나 봅니다. 그 사람 말고도 세상에 남자는 아주 많습니다. 그러니 다른 남자들에게 눈을 돌려보세요. 궁합을 보는 것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궁합이 안 좋다는데 굳이 할 게 뭐 있어요. 그냥 일반 사회문화를 따라 가는 게 좋습니다. 사실은 마음 하나 탁 놓아버리면 동서남북이 없어지는데 무슨 궁합이 맞고 안 맞고 그러겠어요. 그런데도 일반인들은 꼭 이렇게 따지거든요. 그게 사회 관습인데, 이 관습이라는 게 참 무섭다는 말이지요. 부모들이 자식을 결혼시킬 때 지금까지 해온 것이 그런 방법이었잖아요.
만약 처녀가 인물도 예쁘게 생겼고, 성격도 좋고, 수입도 아들보다 많고, 학벌도 나으면 총각의 엄마가 궁합 같은 걸 덜 따지겠지요. 궁합으로 핑계를 삼을 때는 “내가 부족해서 그러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놓아버리세요. 이 사회의 문화를 공유하지 않으면 앞으로 집안이 시끄러워질 겁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처럼 정말 중요한 거라면 세상을 거스르더라도 해야지요. 그런 것이 아닌 소소한 일은 그저 사람들이 좋다는 대로 따르면 됩니다.
또 결혼이 이미 깨져버렸으니까 놓아버리세요. 그래도 미련이 남거든 남자 멱살 딱 잡고 이렇게 말해보세요. “오늘 저녁에 한번 맞추어 보자, 속궁합 바깥궁합 다 맞추어보자, 어느 것이 맞는지 안 맞는지 한번 맞추어보자.” 그렇게 화통하게 사세요. 화통하게 못 살겠거든 세상 사람들이 하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그냥 흘러가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거스르겠다는 마음을 내려거든 천하하고도 맞설 마음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끌려갔다가, 저항했다가, 눈치 봤다가, 고집했다가 하니까 안 되는 거예요. 그러지 말고 당당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출처 : 법보신문 977호 [2008년 12월 08일 14:21]
'믿음으로행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 욕심을 통제하기 어려워요 (0) | 2009.11.21 |
---|---|
[스크랩]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 죽으면 어디로 가나요 (0) | 2009.11.21 |
[스크랩]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 남편의 고약한 술버릇 (0) | 2009.11.21 |
[스크랩] [ESSAY] 사제가 꽃보다 아름다워 (0) | 2009.11.19 |
[스크랩] 예수 그리스도 (동영상) (0) | 2009.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