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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의 선물
제 인생의 멘토이신 어머님께서 평생 동안 제게 주신 세 가지 선물이 있습니다.
그 첫번째는, "함께'라는 선물입니다.
제나이 여섯 살,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께서 백혈병으로 하늘로 돌아가셨습니다. 이후 어머님께서는 혼자 힘으로 저와 여동생을 키우셨습니다.
어머님께서는 평생을 건물을 짓는 공사장에서 보일러 기술자로 일하셨습니다. 어머님은 돈이 많은 분이 아니셨습니다. 어떤 때는 등록금이 없어 밤새 빌리러 다니기도 했고, 집에 쌀이 없어 사흘을 굶으며 일을 나가시기도 했습니다.
또한, 어머님의 몸은 건강하지도 않았습니다. 곧 하늘로 돌아가실 것 같아서... 어린 시절 늘 마음을 졸이며 두려워하던 제 모습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공사장에서의 일이 버거워 늘 몸살 감기약을 진통제 삼아 드셨습니다. 어린 제 생각으로도 도저히 어머님의 힘만으로 저와 제 여동생을 돌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도망가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님 자신의 모습이 다른 부모님들과 비교할 때 초라한 것과 상관없이. 부족한 것과 상관없이, 때론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과 상관없이, 그렇게 늘 함께 동행해주셨습니다.
두 번째는, "최선" 이라는 선물입니다.
제가 결혼을 준비하던 2004년, 어머님의 통장에는 200만원이 있었습니다. 당시 어머님께서는 평생을 일하시느라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너무 많이 사용하신 것 때문에 뼈가 어그러져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셨습니다.
그동안 공부 하는 것 까지는 어떻게 도울 수 있었는데,결혼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고 하시며 미안해 하셨습니다.
교회 사역을 마치고 일찍 들어온 어느 날이었습니다. 집에 어머님께서 계시지 않아 집 뒤에 있는 공원에 가보니 저 멀리 잔듸밭에 웅크리고 앉은 어머님은 무언가를 찾고 계셨습니다. 가서 보니 네잎클로버였습니다.
저는 몸도 앉좋으신 분이 이 뜨거운 낮에 왜 나와계시냐며 역정을 내었습니다. 그런 저의 손을 잡고는 말없이 집으로 향하셨습니다.
어머님 방 책장에 박혀진 책들을 꺼내어 방바닥에 펼쳐 놓으셨습니다. 책갈피 속에서는 그 동안 조십스럽게 말려두신 네잎클로버들이 방안 가득 쏟아져 나왔습니다.
아들 결혼을 위해 해 줄 것이 아무것도 없어 기도하던 중, 아들의 결혼 청첩장에 네잎클로버를 붙여주고 싶은 소원이 생기셨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모르는 사이 어머님께서는 햇살이 뜨거운 한낮에 잔듸밭에 앉아 400여개가 넘는 네잎클로버를 매일같이 모으셨던 것입니다.
결혼 후 언젠가... 햇살이 뜨겁던 날 일부러 시간을 내어 반나절동안 네잎 크로버를 찾아 보았습니다. 10개 남짓한 크로버를 손에 들고는 그렇게 잔듸밭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삶" 그것이 제 어머님께서 제게 주신 선물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믿음의 유산" 이라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결혼 전날 저는 어머님께서 평생을 준비하신 유산을 받았습니다. 그 첫번째 유산은 십일조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어머니는 밥은 굶더라도 십일조를 먼저 구별하셨던 분이셨습니다. 어린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던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두 번째 유산은 주일성수입니다. 주일에도 이른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일을 하셔야 했던 어머님께서는 아무리 피곤해도 늦은 저녁 일을 마치고는 달려와 저녁 예배를 빠지지 않으셨습니다. 몸살이 나도 주일예배를 그냥 지나치시지 않으셨습니다.
세 번째 유산은 믿음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어머님께서 저와 동행하시면서 제일 많이 하셨던 말씀이 "하나님의 아들" 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저의 삶이 너무 초라해 보이던 그 때마다, 어머님께서는 저를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부르셨습니다.
그 믿음과 신뢰가 지금도 제 삶을 이끌고 있고, 어머님께서 남겨주신 이 유산은... 제가 지금 누리고 있는 복의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어머님께서는 당신의 모든 삶을 통해 저에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너도 그렇게 살라고... 너의 평생을 준비한 선물을 너의 자녀에게 남겨주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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