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한국에 `입찰 컴백`요청…정부차원 컨트롤팀 필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의 숨은 공신으로 한승수 전 국무총리를 꼽을 수 있다. 한 전 총리는 절대적으로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현 정부 초대 자원외교 총리를 맡아 원전 수출의 초석을 다졌다.
한 전 총리는 1974년부터 1976년까지 2년간 요르단에서 재정고문을 지내 사막생활을 하는 '베두인'의 전통을 잘 안다. 중동 경제에 관한 책도 썼다.
한 전 총리가 요르단 재정고문을 할 때 압둘라 현 국왕은 12세였다.
프랑스로 거의 기울었던 UAE 원전 수주를 뒤집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한 전 총리를 특사로 보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대담 = 손현덕 정치부장
-자원외교 총리를 할 때 원전 수출을 생각했었나.
▶처음부터 대통령께서 우리가 자원이 없는 나라이니까 자원 확보가 필요하다. 총리가 국내도 중요하지만 자원외교에 집중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작년에 취임하면서부터 4단계 자원외교를 구상했다.
1단계가 아직 개발하지 않은 투르크메니스탄 같은 데 가서 석유 가스 등을 같이 개발해서 나눠 갖는 것이고, 2단계는 원유를 수입하는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UAE 같은 데서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3단계는 우리가 잘하고 있는 원자력을 수출산업화하자는 것이다. 이번에 아주 잘 됐다. 또 하나는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신재생에너지를 늘리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데 그걸 확보해서 수출하자는 게 4단계다.
결국 1, 2단계는 안정적 수입원 확보고 3, 4단계는 에너지, 특히 저탄소 전기를 생산해 수출하는 산전국이 되는 것이다.
-원전 수출 전략은 언제 처음 시작됐나.
▶지난해 6월 9일이 원자력 도입 30주년이 되는 해였다. 고리 원전 50만㎾ 1호기가 1978년에 도입됐다. 작년 코엑스에서 열린 기념식에 가서 원자력 관계자들 앞에서 연설을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차장도 왔다. 당시 유가가 막 뛰기 시작해 배럴당 150달러까지 가고, 골드만삭스는 배럴당 200달러까지 간다고 예측했을 때다. 6월 촛불시위로 국내 상황이 매우 어려운 때였다. 그 와중에 원전수출을 선언했다.
지금 우리 원전이 20기가 돌고 있고 여기서 36% 전력을 갖고 온다. 또 지금 8기를 증설하고 있다. 2030년이 되면 전체 전력 중 60% 이상을 원전에서 생산하게 된다. 우리 원전이 고장률도 낮고 경쟁력도 있다. 다만 수출만 못해 봤다.
올해 4월에 독일 하노버에서 막스프랑크연구소의 닥터 그루스 소장과 아인슈타인연구소에서 만났는데 그 사람 얘기가 신재생에너지라고 해 봐야 화석연료를 대체하려면 몇 십년이 걸릴지 모르니 현재로서는 기후변화 시대의 유일한 대안이 원자력뿐이라고 하더라.
-지금 다른 수출 프로젝트가 있나.
▶우리 원전 고장률이 0.6%로 아주 낮다. 경쟁력이 있더라. 안전성도 일본보다 몇 배 낫다. 공기도 짧다. 1400㎿짜리 정도는 58개월이면 된다. 그마저도 48개월로 줄이려 한다. 다른 나라는 100개월도 더 걸린다.
그래서 터키가 처음에 한국형 원전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참여했는데 조건이 너무 나빠서 철수했다. 러시아가 낙찰을 받았는데 지금 잘 안되는가 보더라. 그래서 다시 우리한테 제의를 했는데 조건 변화가 없으면 안 한다고 했다. 압둘라 요르단 국왕도 원전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지난 3월에 요르단 아카바에 가서 현장을 보고 왔다. 그리고 아부다비에서 원전 4기를 입찰한다고 해서 6월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회의 의장 수임차 프랑스 파리에 가는 길에 아부다비에 들러 모하메드 왕세자와 원전 관계자들을 만났다.
터키는 시노프에 2차 원전을 추진 중이다. 지금 한전이 양해각서(MOU)를 맺기 위해 다니고 있다.
-앞으로 우리 원전 수출에 장애물이 있다면.
▶앞으로 원전을 수주하면 할수록 사람이 없다. 지금 국내에 원전 인력이 2000명 정도 있다는데 원전 1기를 건설하는 데 200명 정도가 필요하다. 아부다비에서 4기를 건설하면 1000명 정도 나가야 한다. 앞으로 인력을 기르는 게 문제다. 국내 대학에 원자력학과가 4개뿐이라고 한다. 걱정이다.
공사는 따와도 원전 기술자가 없으니 결국 나중에는 국제 컨소시엄이 될 수밖에 없다. 두산중공업 독자적으로는 못한다는 것이다. 벡텔 플로어 지멘스 같은 외국 업체들과 같이해야 한다. 그런 것을 조정하는 일이 이제 필요하다. 제대로 된 세계적인 기업이 되려면 지금보다 좀 더 조직화하고 국제적인 기업의 면모를 갖추고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이제부터 정부가 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앞으로 할 일이 많다. 총리로 있을 때 이걸 시작하다가 물러났는데 청와대에서 더욱 더 종합조정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세계 원전시장은 대형 원자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형 원전은 1000㎿가 넘지만 5㎿짜리 실험용 원전도 있고 그 사이 중간 규모로 10만~20만㎾짜리 스마트 원전도 있다.
대형 원전을 공급하는 한전은 지식경제부 산하에 있고 중소형 원전은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원자력연구원이 만드는데 양 부처 간 갈등 조정이 잘돼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의 컨트롤팀을 만들어서 대형ㆍ중소형ㆍ소형 등을 골고루 개발해 수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다른 과제가 있다면.
▶인력도 문제라고 했지만 우라늄 확보가 또 문제다. 작년에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갔을 때 우라늄 1년 반치를 확보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수주를 해 지어놓고 운영하다가 원료가 없으면 어쩌나. 핵폐기물 처리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것도 앞으로 수주물량이 늘어난다면 반드시 고민해야 할 문제다.
원천기술 확보도 과제다. 2015년이면 원자력 원천기술을 완전히 국산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것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우리가 이번 UAE 원전 수주전에서는 프랑스 아레바사와의 경쟁에서 이겼지만 사실 아레바도 훌륭한 기업이다. 경쟁자로 여길 것이 아니라 앞으로 원전시장에서 서로 협력해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할 상대로 여겨야 한다.
그리고 이번 원전 수주와 관련돼 반드시 언급할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원전이 인기가 없을 때도 이것을 붙잡고 30년을 키워 이제 우리나라 주력 수출산업으로 일으켜세운 숨은 영웅들이다. 원전 관련 학자, 연구원, 기술자들에게 감사한다.
[정리 = 이진명 기자 / 사진 = 김성중 기자] 매일경제 2009년 12월 28일
한 전 총리는 1974년부터 1976년까지 2년간 요르단에서 재정고문을 지내 사막생활을 하는 '베두인'의 전통을 잘 안다. 중동 경제에 관한 책도 썼다.
한 전 총리가 요르단 재정고문을 할 때 압둘라 현 국왕은 12세였다.
■ 대담 = 손현덕 정치부장
-자원외교 총리를 할 때 원전 수출을 생각했었나.
▶처음부터 대통령께서 우리가 자원이 없는 나라이니까 자원 확보가 필요하다. 총리가 국내도 중요하지만 자원외교에 집중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작년에 취임하면서부터 4단계 자원외교를 구상했다.
1단계가 아직 개발하지 않은 투르크메니스탄 같은 데 가서 석유 가스 등을 같이 개발해서 나눠 갖는 것이고, 2단계는 원유를 수입하는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UAE 같은 데서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3단계는 우리가 잘하고 있는 원자력을 수출산업화하자는 것이다. 이번에 아주 잘 됐다. 또 하나는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신재생에너지를 늘리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데 그걸 확보해서 수출하자는 게 4단계다.
결국 1, 2단계는 안정적 수입원 확보고 3, 4단계는 에너지, 특히 저탄소 전기를 생산해 수출하는 산전국이 되는 것이다.
-원전 수출 전략은 언제 처음 시작됐나.
▶지난해 6월 9일이 원자력 도입 30주년이 되는 해였다. 고리 원전 50만㎾ 1호기가 1978년에 도입됐다. 작년 코엑스에서 열린 기념식에 가서 원자력 관계자들 앞에서 연설을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차장도 왔다. 당시 유가가 막 뛰기 시작해 배럴당 150달러까지 가고, 골드만삭스는 배럴당 200달러까지 간다고 예측했을 때다. 6월 촛불시위로 국내 상황이 매우 어려운 때였다. 그 와중에 원전수출을 선언했다.
지금 우리 원전이 20기가 돌고 있고 여기서 36% 전력을 갖고 온다. 또 지금 8기를 증설하고 있다. 2030년이 되면 전체 전력 중 60% 이상을 원전에서 생산하게 된다. 우리 원전이 고장률도 낮고 경쟁력도 있다. 다만 수출만 못해 봤다.
올해 4월에 독일 하노버에서 막스프랑크연구소의 닥터 그루스 소장과 아인슈타인연구소에서 만났는데 그 사람 얘기가 신재생에너지라고 해 봐야 화석연료를 대체하려면 몇 십년이 걸릴지 모르니 현재로서는 기후변화 시대의 유일한 대안이 원자력뿐이라고 하더라.
-지금 다른 수출 프로젝트가 있나.
▶우리 원전 고장률이 0.6%로 아주 낮다. 경쟁력이 있더라. 안전성도 일본보다 몇 배 낫다. 공기도 짧다. 1400㎿짜리 정도는 58개월이면 된다. 그마저도 48개월로 줄이려 한다. 다른 나라는 100개월도 더 걸린다.
그래서 터키가 처음에 한국형 원전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참여했는데 조건이 너무 나빠서 철수했다. 러시아가 낙찰을 받았는데 지금 잘 안되는가 보더라. 그래서 다시 우리한테 제의를 했는데 조건 변화가 없으면 안 한다고 했다. 압둘라 요르단 국왕도 원전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지난 3월에 요르단 아카바에 가서 현장을 보고 왔다. 그리고 아부다비에서 원전 4기를 입찰한다고 해서 6월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회의 의장 수임차 프랑스 파리에 가는 길에 아부다비에 들러 모하메드 왕세자와 원전 관계자들을 만났다.
터키는 시노프에 2차 원전을 추진 중이다. 지금 한전이 양해각서(MOU)를 맺기 위해 다니고 있다.
-앞으로 우리 원전 수출에 장애물이 있다면.
▶앞으로 원전을 수주하면 할수록 사람이 없다. 지금 국내에 원전 인력이 2000명 정도 있다는데 원전 1기를 건설하는 데 200명 정도가 필요하다. 아부다비에서 4기를 건설하면 1000명 정도 나가야 한다. 앞으로 인력을 기르는 게 문제다. 국내 대학에 원자력학과가 4개뿐이라고 한다. 걱정이다.
공사는 따와도 원전 기술자가 없으니 결국 나중에는 국제 컨소시엄이 될 수밖에 없다. 두산중공업 독자적으로는 못한다는 것이다. 벡텔 플로어 지멘스 같은 외국 업체들과 같이해야 한다. 그런 것을 조정하는 일이 이제 필요하다. 제대로 된 세계적인 기업이 되려면 지금보다 좀 더 조직화하고 국제적인 기업의 면모를 갖추고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이제부터 정부가 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앞으로 할 일이 많다. 총리로 있을 때 이걸 시작하다가 물러났는데 청와대에서 더욱 더 종합조정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세계 원전시장은 대형 원자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형 원전은 1000㎿가 넘지만 5㎿짜리 실험용 원전도 있고 그 사이 중간 규모로 10만~20만㎾짜리 스마트 원전도 있다.
대형 원전을 공급하는 한전은 지식경제부 산하에 있고 중소형 원전은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원자력연구원이 만드는데 양 부처 간 갈등 조정이 잘돼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의 컨트롤팀을 만들어서 대형ㆍ중소형ㆍ소형 등을 골고루 개발해 수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다른 과제가 있다면.
▶인력도 문제라고 했지만 우라늄 확보가 또 문제다. 작년에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갔을 때 우라늄 1년 반치를 확보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수주를 해 지어놓고 운영하다가 원료가 없으면 어쩌나. 핵폐기물 처리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것도 앞으로 수주물량이 늘어난다면 반드시 고민해야 할 문제다.
원천기술 확보도 과제다. 2015년이면 원자력 원천기술을 완전히 국산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것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우리가 이번 UAE 원전 수주전에서는 프랑스 아레바사와의 경쟁에서 이겼지만 사실 아레바도 훌륭한 기업이다. 경쟁자로 여길 것이 아니라 앞으로 원전시장에서 서로 협력해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할 상대로 여겨야 한다.
그리고 이번 원전 수주와 관련돼 반드시 언급할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원전이 인기가 없을 때도 이것을 붙잡고 30년을 키워 이제 우리나라 주력 수출산업으로 일으켜세운 숨은 영웅들이다. 원전 관련 학자, 연구원, 기술자들에게 감사한다.
[정리 = 이진명 기자 / 사진 = 김성중 기자] 매일경제 2009년 12월 28일
출처 : 환상의 C조
글쓴이 : 얼음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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