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즉문즉설 / 존엄사가 뭐예요
문 :
존엄사와 안락사에 대해서 여쭈어보고 싶습니다. 몇 년 전 아버님이 뇌출혈로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로 뇌사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차도는 전혀 없고 환자의 고통이 너무 심하니 보조기구를
빼자고 했고 형제들은 반대했습니다. 결국에는 두세 달 더 형제들과 실랑이를 하다가 제가 주장해서 보조기구를 뺐습니다. 그런데 지금 아버님에게 불효를 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답 :
안락사니 존엄사니 이런 생각하지 말고 태어났으면 사는 데까지 살다가 죽을 때가 되면 죽으면 됩니다.
자살하면 안 됩니다. 또 살아 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여서도 안 됩니다. 또 죽을 때가 되어서 죽는 사람을
억지로 살리려고 지나친 약물 치료를 해서도 안 됩니다.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도 반생명적인
행위이지만, 일정한 신체의 명이 다해서 죽어가는 것을 억지로 살리려고 하는 것도 반생명적인 것입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준다든지, 병이 든 사람을 치료해 준다든지 하는 것은 생명을 살리는 것에 속하지만, 늙거나 병이 깊어서 더 이상 치료 효과가 없는데도 잠깐 동안 약이나 기술을 써서 억지로 의식도 없는 사람을 붙들어놓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집착이지 그 사람의 생명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무덤에 가서 음식을 차려놓고 절을 하는 것이나, 화장한 유골을 두고 섬기는 것 같은 행위는 모두 산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이지 죽은 사람을 위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이것처럼 이미 뇌사했는데도 산소호흡기 꽂아놓고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은 산 사람들의 집착입니다. 내 부모가 아니라 남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하지 않을 일이니까, 그건 생명하고는 관계없는 일입니다. 내 부모라서 생명을 억지로 연장시키는 것은 우리 마음의 문제이지 생명하고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첫째는, 그 생명을 위해서 자연스럽게 생명이 끝나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자식이기 때문에 아픔을 느끼겠지요. 그건 내가 수행을 해서 집착을 놓도록 해야 합니다. 가는 사람에게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해줘야 합니다. 그걸 내가 못 놓고 있습니다. 그것에 대한 집착 때문에 장례에 많은 돈을 쓰고, 그 이후에도 이미 돌아가신 분과 관련해서 돈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눈을 돌려 보십시오. 단 1달러, 10달러만 있어도 죽지 않고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지구상에는 많이 있습니다. 약간의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생명들이 그 돈이 없어서 무수히 죽어가고 있는데, 그것은 방치하고 내 어머니라는 한 가지 이유로, 내 아버지라는 한 가지 이유로 엄청난 의료비를 써가면서 목숨을 몇 개월 유지시키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깊이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질문하신 분이 결정하신 행동은 佛法에서 볼 때는 더 빨리 결정했어야 했습니다. 만약 오늘 뇌사하시면 가족들 마음을 위로해 주는 시간으로 며칠 기다렸다가 편히 보내드리는 게 좋습니다. 효의 차원에서 봐도 돌아가신 부모 무덤가에 가서 3년씩 지키고 아무 일도 안 하고 있는 사람보다는 살아 있는 사람을 잘 돌보는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혹시 그래도 자식 입장에서 부모님이 마음이 걸린다면, 한 달 더 유지시키는 데 드는 비용만큼 굶어죽거나 병들어 죽는 사람들을 위해서 보시를 하는 게 좋습니다. 그것이 佛法의 이치에 맞는 일입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출처 : 법보신문 1034호 [2010년 02월 02일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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